[movie] 돈 룩 업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1.jpeg

지구 멸망은 할리우드 영화가 간혹 다루는 시나리오다. 21세기가 오기 직전 '인디펜던스 데이'와 '아마겟돈'이 동시에 혜성과의 충돌로 인한 지구 멸망의 상상을 선보였던 적이 있다.

당시 그 작품들을 본 나는 개연성 없지만 영화적 상상력으로는 그럴싸한 설정에 푹 빠져들었다. 여하튼 재난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흥미롭다.

21세기가 시작된지 22년이 흐른 지금 넷플릭스를 통해 본 '돈룩업'도 유사한 설정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개연성이 없다고 치부할 수 없었다. 혜성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으로 치환한다면, 혹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치환한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은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엄청나게 무서운 영화다.

내가 '현실적'이라는 표현을 쓴 건 정치 권력과 미디어에 대한 묘사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진실이 있다. 그 진실을 과연 정치 권력은 정직하게 대할까? 진실이 있다. 그 진실을 과연 미디어는 정직하게 대할까? 각자의 손익계산에 의해 진실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왜곡된 진실은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다.

이 영화의 제목 "Don't Look Up"은 하늘을 올려다보라는, 그러니까 진실을 목도하라는 운동에 반해 권력과 미디어가 대응하는 안티 테제다. 굳이 말하자면 진실을 외면하라!는 주문이다. 사람들이 진실을 아는 순간, 권력과 미디어는 통제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 서늘한 통찰은 과학마저 자본에 복속된, 그리하여 과학자들이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데이터만을 읊조리는 코로나 시대에 아주 잘 적용된다.

과학은 데이타를 전제로 하지만 어떤 데이타를 취사 선택할지는 그의 신념과 양심에 달렸다. 신념과 양심, 그건 인문학의 영역이다.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3
JST 0.028
BTC 56665.04
ETH 3021.71
USDT 1.00
SBD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