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너는 누구냐? 지옥의 왕이냐? 지옥의 노예냐?

전도사는 최면술로 사람들을 치료(Cure)한다. 치료의 결과는 파괴적이다. 억압된 살해 충동을 현실로 풀어내는 것이니까. 그건 세뇌가 아니다. 살해충동이 내재해 있지 않으면 최면을 걸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주입해서 행동하게 만드는 세뇌와 달리 전도사의 최면은 환자가 가진 것, 그리고 억압으로 가두어진 그것을 자유롭게 해준다. 의도와 실행 모두 환자가 가진 것이다. 최면술사가 주입한 것이 아닌. 그러니 누가 살인자인가?
전도사는 영화 내내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마법사도 묻는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너의 꿈은 무엇인가? 누가 가진 것인가? 누구의 것인가? 풀어내지는 것은 전도사의 것도 마법사의 것도 아니다.
영화는 현실을 극단적으로 진단한다. 현대 산업사회의 감옥에 갇힌 죄수, 노예로 살 것인가, 억압을 해소하고 살인자가 되더라도 자유인이 될 것인가.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죽지 못해 사는 거지. 그러니 살기 위해서 죽이라고, 아니 죽이든 말든 억압에서 벗어나게 최면을 걸어줄 테니 '너의 이야기' 대로 살아보라고. 마법사는 모두들 견딜 만해서, (고통에) 중독될 만큼 좋아서 그러고 사는 거라고 진단한다. 물론 영화의 자유인들처럼 트리거가, 최면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전도사의 레이더에 포착된다. 마법사와 조우한다.
영화의 진단이 극단적이라기엔 현실은 더하다. 집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우리는 살인 충동을 자극하는 수많은 괴물들과 일상적으로 갈등하고 있지 않은가? 충동을 누르는 힘은 견디는 마음에서 나오고 우리의 마음 근육은 말초적인 자극에 중독되어 있다. 연체동물처럼 말랑말랑하지만, 에너지 부스터를 들이켜댄 탓에 순간순간을 잘도 견디고 넘어선다. 그건 뭐 그런대로 재미가 있나 보지. 그러나 나로 살려는 누군가, 꿈을 이루려는 누군가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다.
그 손은 치유의 손이니
치유의 길은 여명 그리 멀지 않으리
치유하라 칼을 들고 치유하라
인간은 이슬과 같은 것
가을 수초 치유하고
겨울 파도 치유하라
악의 눈이 내리기 전에 칼을 들고 치료하라
사악한 자는 먼 길을 못 가니 칼을 들고 치료하라.

악은 유전되는 것인가? 다른 영화에서 악은 억압하지 않는다. 도전하고 도발한다. 대놓고 치밀하게 추구하는 유전은, 솔로몬의 악마 '파이몬'을 위해 자신의 자녀와 손주를 희생제물로 바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아! 악마가 거주하는 신적 존재가 되는 것이니 그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왕권 획득인가.
이 두 영화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현대 산업사회의 희생제물들의 각성을 포교하는 '큐어'와 현대 산업사회의 주군이 된 제국의 악마들의 '유전'. 그것에는 억압당한 자와 지배자의, 태도와 자세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노예들이 경전처럼 떠받드는 도덕과 규율, 법치와 공정이 주군들에게는 얼마나 하찮은 것들에 불과한지. 악마성과 타락이라고 푯말을 세우고 테두리 쳐놓은 동산의 담장이, 노예들이 넘어서지 못하게 막고 있는 에덴동산의 철책임을 철저히 숨긴 채 '노예의 도덕'으로 환자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권태로운 평범과 자기비하적 분수로 포장한 마약에 중독시키고 있다.
자유한 할머니는 손주에게 악마의 대관을 씌우고 억압된 사회의 노예에서 지옥의 대왕으로 신분을 변화시킨다.

"찰리, 이젠 안심하렴. 넌 파이몬이란다. 지옥의 여덟 왕중 하나지. 북서쪽을 보고 당신을 소환했으며, 처음 들어가셨던 여자의 몸을 치우고, 이제 건강한 남자의 몸을 드렸나이다. 우린 삼위일체를 거부하고 당신만을 찬양합니다. 파이몬 대왕이시여, 세상 모든 비밀을 우리에게 밝혀 주시고 명예와 부와 좋은 벗들을 주소서. 모든 인간을 우리의 의지로 묶으며 앞으로 영원토록 당신과 함께하게 하소서. 파이몬 왕 만세!"
지옥에서 왕 노릇 할 것인가? 지옥에서조차 노예로 살아갈 것인가? 그렇게 바라마지 않던 천국이라면, 여기가 천국이라면, 너는 어떤 최면에도 살해 충동 따위 느끼지 않으리니. 그러나 대왕으로 등극한 이들, 그 신분을 대대손손 유전하는 이들은 억압으로부터 자유할 뿐만 아니라 노예들에게 어떤 억압의 족쇄를 씌워야 할지, 어떻게 하면 철책 밖으로 탈출할 수 없게 만들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 맞설 적수, 그들을 방해할 존재는 전도사, 최면술사, 마법사뿐이니.
"니 말이 맞아. 아내는 큰 짐이야. 나는 형사야. 절대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되지. 가족에게조차. 그렇게 교육받은 결과가 이거야. 난 아내 마음을 알 수 없어. 그녀도 나의 고통은 몰라! 너 같은 놈만 없었으면 나도 아내와 잘 지낼 수 있었어!"

'어진 이'라는 이름을 가진 형사 타카베는 전도사를 죽이고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파이몬이 되어 아내를 해치우고는 담배가 곁들어진 멋진 저녁 식사를 마친다. 그리고 사역을 개시하는 것이다. 평범한 노예의 일상을 견뎌내고 있는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최면을 건다. 해방과 구원의 'mesmerizing'을 시작하는 것이다.
mesmerize
: 매료시키다. 최면을 걸듯 마음을 사로잡다. 완전 넋을 빼놓다.
타카베의 친구인 정신과 의사는 경고한다. 전도사와 대화를 나누어선 안된다고. 대화를 나누게 되면 그의 최면에 걸리고 만다고. 마법사는 경고한다. 당신은 이 글을 읽어선 안되었다고.
주문은 이것이다.
너는 누구냐?
너의 꿈은 무엇이냐?
Wicked is Good
Wicked is Good
[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46. 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