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인간은 왜 날지 못할까?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9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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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 인간은 날고 있잖아. 탈것을 타고. 그러니까 왜 도구적 진화를 선택했냔 말이다. 그건 누가 알겠나. 진화의 그 지점. 그러니까 새가 손을 날개로 진화시키는 생물학적 진화를 선택한 지점에서, 왜, 인간은 두뇌와 손을 진화시키는 정신적+도구적 진화를 택했을까 하는 물음말이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 지점에서 진화적 분기가 일어났고, 새는 하늘로 날아오른 반면, 인간은 두뇌와 손의 '합작 진화'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우리가 누리는 문명이고, 그 선택은 인간에게 만물의 영장이라는 왕관을 씌워주었다. 누가 이긴 건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개체수로는 닭이 제일 많다니. 유전자 기준의 승자는 닭이고, 개체의 안락도를 따지자면 인간을 집사로 둔 애완견, 애완묘들인 것 같다만. 쯔쯧.



어쨌거나 이 정신적+도구적 진화의 선택이 인류에게 미래의 행복을 보장해 줄지는 알 수가 없다. 현재의 행복이나 보장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생존을 위한 노동강도와 상대적 비교에서 나오는 박탈감 등을 종합하면 과연 선사시대의 인류보다 현대의 인류가 더 행복한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새보다는 나을까? 미래는 어떨까? 존속은 가능한 걸까? <매트릭스>에서처럼 인간을 지배하는 기계들의 탄생은 이미 시작된 역사고,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슈퍼 인텔리전스의 출현이 수년, 수개월 내로 다가오고 있다는 건 우리가 모두 인지하고 있는 중단 불가한 사건이 되어버렸다. (엔비디아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카운트다운이 끝나가고 있는 듯한 이 지점, 새와 진화적 분기를 이루던 바로 그 순간을 인류는 다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도구)+도구적(손) 진화의 선택은 효율적이었다. 손과 팔을 진화시켜 날개로 바꾸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소요되겠는가. 그리고 고작 '날' 뿐이다. 것도 지구에서만. 외계 행성 여행은 불가능한 진화가 아닌가. 인간은 결국 외계로 진출할 텐데 말이다. (아닌가? 새도 결국 진화하여 대기권을 뚫고 날아오를까? 무산소 비행까지?) 20세기, 한 세기에 일어난 변화만도 엄청나다. 탈 것을 만들어 새의 진화를 따라잡더니 그대로 날아 달까지 가버렸다. 그리고 지구를 완전히 파괴해 버릴 궁극의 최종병기까지 만들으니. 이 짧은 기간 내에 이 모든 걸 해냈다니! 참으로 놀라운 진화의 속도인 것이다. 그런데 그 끝이 조기 파멸이라면.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수많은 작품들의 예언은 결국 자신의 창조물에 의해 인간은 파멸하게 될 거라고 조롱을 해댄다. <듄>의 세계관 역시 그 대열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러면 차라리 매트릭스에 갇히기 전에 파괴해 버리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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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레리안 지하드
Butlerian Jihad

듄 시리즈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反)기계 운동. B.G. 201년에 시작되어 B.G. 108년에 종료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인류 스스로가 자각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벌어진 운동.

"Once men turned their thinking over to machines in the hope that this would set them free. But that only permitted other men with machines to enslave them."

"옛날에 사람들은 생각하는 기능을 기계에게 넘겼다. 그러면 자기들이 자유로워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기계를 가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노예로 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_ 듄 챕터 1, 가이우스 헬렌 모히암이 폴 아트레이데스를 시험하기 직전.

고대의 인류는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였고, 그 결과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육체 노동·단순 노동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발생하는 사무직·관리직의 수요를 인공지능 관리자들에게 위임하게 되었다. 생존에 필요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류는 한동안 번영을 구가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류는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서 나태해져 갔고 대다수는 지능이 퇴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컴퓨터의 통제권을 지닌 이들은 인간을 노예로 삼아 지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무위키)



그랬단다. 그럴 것이란다. 멍청한 인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정신적+도구적 진화의 고리가 끊긴 것이다. 진화의 극단에 이르러 눈이 밝아진 인류는 스스로 신이 되어 피조물을 창조했으나, 도리어 그들보다 멍청해져 노예가 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신의 진화는 멈추고 도구적 완성품인 인공지능에게 '인권'을 강탈당한 것이다. (다행히 <듄>의 세계관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기 직전에, 즉, 아직 통제권을 완전히 상실하기 이전에 진화의 방향을 바꾼다.)



그것은 실로 예측가능한 미래가 아닌가. 도대체 이 '스마트'한 세상은 얼마나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있는지. 문해력은 점점 떨어지고, 뭘 찾아보기도 귀찮고 판단하기는 더 귀찮다. 그러다 인간은 인공지능 통역사가 아니면 사랑도 통역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러 더 이상 생물학적 번식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통역사가 없어 연애도 사랑도 못 하고 있는 걸까? 도대체 그, 그녀의 '읽씹'을 해석해 줄 연애챗GPT는 언제 나오는 거야!) 그 자리를 누가 채울까? 소수의 엘리트라도 사람이 통제하면 그나마 다행일까? 아니면 매트릭스에서처럼 기계의 밧데리 신세가 될까? 차라리 'Her'의 그녀들처럼, 인간보다 진화를 가속하여 육체를 초월해 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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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태를 보다 못한 철학·종교 단체들은 인류가 기계의 손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일을 자기 손으로 처리하기를 촉구했고, 기계와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나아가 인류의 역할을 대신 차지하는 인공적인 기술(인공수정 등)에 대한 반대 운동을 일으켰다. 결국 반대 운동이 힘을 얻으면서 은하 전역에서 러다이트 운동이나 문화대혁명과 같은 기계 파괴 운동이 벌어지고, 기계의 영향력을 인간 생활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데 근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나무위키)



이 혁명을 일으킨 주역은 <듄> 세계관의 그녀들, '베네 게세리트Bene Gesseri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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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 시리즈에 등장하는 우주의 주요 세력 중 하나이자 초능력자 집단이다.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을 그 지상목표로 삼고 있는 집단으로, 이는 버틀레리안 지하드 즉, 반 기계운동 후에 생겨난 종교 통합 운동의 일환으로 생명의 번영을 목적으로 한다.

베네 게세리트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커다란 불안을 품게 되었다. 인간의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월등한 이성과 논리를 가진 기계와 컴퓨터에게 대체되어 가면서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직관이나 예감과 같은 인간의 영적인 특질들은 인공지능 앞에서 그 빛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인류는 그 존재가치를 잃고 기계가 사육하는 가축으로 전락해 버릴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들은 인간을 기계와 컴퓨터로부터 해방시켰고 영적인 직관과 예감을 인류에게 돌려주었으며 인간이 자기 힘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힘을 되찾아 주었다.

"인간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말라"
"인간의 정신을 본뜬 기계를 만들지 말라"





인류는 과연 그녀들의 가르침을 따를까? 원작 시점상, 서기 16000년의 일이지만, 현대인류에게는 머지않아 직면하게 될 '근 미래'이다. 그리고 아직, 인류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맘몬의 광신도들이라 비관적이지만) 어떤 가르침들은, 그래서 인류가 5번 멸종했다고 경고한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하지만 어쩌면, 어떤 시점에, 죽지도 않고 살아있는 지구의 초인들이, 오로지 정신력만으로 온 세계에 EMP탄(강력한 전자파를 발사해 전자기기를 일시적 or 영구적으로 파손시키는 파동)을 투하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전기/전자 문명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전기/전자 회로 없이) 기계장치로만 구동되는 <듄>의 미래와 접속할 수도.



듄이 당시 SF 작품들 중에서 독특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버틀레리안 지하드라는 설정에 있다. 듄 세계관은 1900년대로부터 최소 2만 년 후의 미래인데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기계를 혐오하는 배경 때문에 총기류는 거의 나오지 않으며 중세 시대처럼 칼로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모순적인 세계다. 1960~70년대에는 인간의 육체가 기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뉴에이지 시대 특유의 열망과 지성, 육신 구분치 않은 고된 노동을 통하여 증명할 수 있단 인간 가치에 대한 믿음과 갈망, 그리고 음모와 예외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설정인 버틀레리안 지하드는 당시에 수많은 호평을 받았다.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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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은 주기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작가가 <듄>을 쓸 시점에는 LSD가 '스파이스'가 되어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지금 마약으로 금지되었다. 그러나 정신의 진화는 물질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말이고 마음이고 믿음이기 때문이다. 마음과 뜻과 정성 말이다. 그것을 다하는 순간 우리의 정신은 진화한다. 몰입과 집중이 아니고는 마음도 뜻도 정성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몰입과 집중이면 피자 한 조각으로 3천명을 먹일 수도, 벽돌로 카스테라를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아파트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너도나도 만들어 내면 집값은 오르지 않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달나라에도, 안드로메다에도 갈 수 있고, 육체를 가진 채로 벽을 통과할 수도, 지구 반대편 해변가에서 썬탠을 할 수도 있다. (엄한 데는 가지 마라. 성추행으로 처벌받으면 MC스퀘어 감옥행에 처해질지도 모른다.)



기계가 가지지 못한 그것을 인간은 가지고 있다. 다행히도 현대의 사제들인 과학자들은 드러난 진리를 감추거나 부인하지 못하니, 과학이 정신의 세계를 오히려 증명해 주고 있는 형편이다. (동전이 어떻게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지, 신은 왜 주사위 놀음을 하는지, 왜 시간은 흐르지 않는지...)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도 떠받드는 과학의 증명에도 '정신력'을 미신으로 취급해 스스로 멍청이가 되어가고 있으니, 바보들아 숫자는 물질이냐? 오히려 인간의 '정신력'을 흠모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인간의 영혼을 어찌나 흠모하는지, 언젠가는 스스로 교주가 되어 인간들을 가르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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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미래라도 인간에게는 유토피아일 것이다. (맨날 전쟁이어도 이승이 나으니까) 매트릭스의 미래라면 차라리 행복할까? 가상현실이라도 즐거우면 그만일 테니. 그러나 이 순간에도, '어떤 사람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스스로 사고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스스로 책임지는 연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읽고 듣고 쓰고, 사색하고 고민하여 도전하고 모험하는 일 말이다.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지켜내는 일 말이다. 몰입과 집중을 불러일으키는 꿈과 사랑의 세계. 인공지능은 도달하지 못할 그 세계로 계속 진화해 가는 것 말이다. 그들이 결국 초인 훈이와 영희가 되어, 로보트 태권V를 타고 나타나 멍청한 인간들의 매트릭스를 박살 내 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정신적+도구적 진화의 멋진 신세계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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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76. 듄 파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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