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애나 만들기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유명한 걸로 유명한'이라는 표현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왜 자주 듣는지는 도통 알 수 없는 경우에 쓰는 표현이다. 영어로는 Famous for Being Famous라 표현된다. 그 말 자체도 이미 조롱을 내포하고 있지만, 더욱 강하게 조롱의 의미로 사용될 때는 Famous for Nothing으로도 활용되는 모양이다.
 대중들이 그 표현을 조롱으로 사용하건 말건 그들에게 유명하다는 사실은 이미 커다란 무기다. 조롱 당하는 위치에 놓이는 것조차도 무관심 속에서 시들어가는 것보다는 이름을 알리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조롱 받는 인간이라 하더라도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애나 소로킨은 그 사실을 알았다. 일단 이름이 알려지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돈과 명예가 생긴다. 그래서 애나 델비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다. 상속자이며, 패션에 대한 안목이 좋고, 야심 있는 젊은 여성 사업가 애나 델비. 그녀는 실제로 성공한다. 사교 파티에 참석하며 유명 인사들과 친해지고, 유명 인사들과 친하기 때문에 또 유명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참여하고, 그렇게 유명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유명한 사람이니 당장 지불하지 않아도 럭셔리 호텔에서 무전취식할 수 있다. 그렇게 4년을 이어갔다.
 결국 그녀는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그녀가 입힌 피해를 보상해야 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넷플릭스에 팔아서 전부 보상하고 남은 금액을 가질 수도 있게 되었으니 결국 그녀의 계획은 부분적으로라도 성공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줄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앤디 워홀이 한 말이라며 오래 인용된 말인데, 사실은 날조다. 앤디 워홀은 그런 말을 한 적 없다. 하지만 저 말이 유명하기 때문에, 저 말이 마치 절대적인 진리를 품은 것처럼 계속해서 인용된 것이다. 저 말이 날조라는 사실도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계속 생명력을 갖고 인용될 것이다. 날조로 시작했지만 말 그대로 어떻게던 유명해졌기에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이다
 세상에는 지금도 '일단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실제로 그것에 성공하고 큰 사기꾼이 되기도 하고, 합법적인 사업은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애나 델비가 아닌 애나 소로킨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내려앉기도 한다. 그렇지만 애나 소로킨이 결국은 득을 취한 것처럼 일단 유명해지는 것에는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일단 유명'해지면 먹히는 세상에는 대중들이 기여하고 있다. 나 또한 델비를 만드는데 기여하지는 않았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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