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그저 예쁘게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비범한 두뇌를 묘사하는 건 어렵다. 평범하지 않은 두뇌를 가진 캐릭터는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갖고, 평범하지 않은 말을 하고,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한다. 평범한 두뇌를 가진 작가가 그것을 묘사하는 건 극도로 어렵지만, 작가에게는 아주 유용한 자원이 있다. 그건 시간이다. 캐릭터가 한 순간에 하는 사고, 행동, 말을 작가는 충분히 긴 시간을 가지며 철저하게 설계할 시간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감상자들은 황홀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비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존재의 탄생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흡족한 수준의 비범한 무언가를 만들기 어려우면 쉬운 길에 이끌리곤 한다. 비범한 지성이 아니라 방대한 지식만을 부여하는 건 쉽다. 그렇지만 방대한 지식만 갖고 있는 존재란 뇌파로 작동하는 사전에 지나지 않기에, 결국 그 지식을 이어서 지성을 끌어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면 또 쉬운 방식을 택한다. 주변 인물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가진 존재와, 그를 보고 놀라는 주변 바보들.
그 활용은 예쁜 연출을 위해 인물을 소모하며 극대화 된다. 원하는 장면을 위해 전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부인을 마구 대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서 의뢰인의 마음을 시청자에게 납득시키려 했지만, 의처증을 가진 사람이 수십년 동안 자해를 하지도 가정폭력을 저지르지도 않고 오히려 성실하게 일하며 노후까지 누릴 자산을 부인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진행도 원하는 그림에 따라 이어진다. 치매 환자의 진술을 의심하는 사람도 없고, 뇌출혈이 상해에서 이어진 것이 아니라며 의심하는 사람도 우영우 이전에는 없다. 의사조차도 바보로 만들어서 다리미에 머리를 맞았으니 그랬겠다며 넘어가는 얼렁뚱땅 의사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분명 '죽이려는 마음'을 품었다는 진술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는 있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지는 말아야 하는 진술인데 말이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 어두움은 수용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다. 예쁘게만, 그저 예쁘게만. 그러니 그 진술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늘어놓기 위한 도구로 쓰이고 지나갈 뿐이다.
'귀엽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 많은 걸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제리도 귀엽다. 그렇지만 제리의 귀여움은 우영우의 귀여움과는 다른 무언가다. 나는 제리의 귀여움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