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The Heart Part 5
Kendrick Lamar - The Heart Part 5
영화제를 보낸다고 정신이 없었다. 들뜬 것도 맞고, 다시 없을 날에 집중하려 노력했던 것도 맞다. 다시 일상에 적응해가는 와중에 루나가 폭락했다. 어제까지는 마음의 준비가 안 돼 회피하기에 급급했고, 오늘에서야 사태를 제대로 마주했다. 마주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하루였다.
요즘은 음악을 많이 듣지 않지만, 이렇게 마음이 힘들 때에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게 된다. 위로가 될 음악이 필요했다.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익스페리멘탈까지 갔지만 그것마저도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이런 적은 드물다.
내일은 전설이 된 켄드릭 라마의 새 앨범이 5년 만에 나온다. 이 곡 The Heart Part 5는 그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다. 3일 전 이 곡이 나온 걸 알고 있었지만 미루게 됐다. 루나 사태가 시작되고는 더욱 들을 수가 없었다. 소중한 음악이므로 맨정신에 듣고 싶었다.
화창한 점심, 버스를 타고 한강을 지나가는 중 가벼운 마음으로 이 곡을 틀게 됐다. 한참 듣다 뭐라고 하는지 몰라 가사 해석을 보며 곡을 들었다. 예상치 못한 확실한 위안이었다. 켄드릭은 자신이 흑인으로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동양인인 내게도 삶의 은유로 와닿았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6월까지는 무탈하길 바랐지만,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모두가 힘들겠지. 켄드릭 라마의 랩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올린다. 2022년 청명한 5월 날씨, 루나와 켄드릭 라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