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 그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고, 개는 그가 기다리는 신호가 아니며 아무런 신호도 아니고, 그저 밤중에 짖는 수많은 개 중 한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그가 감히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거창한 표현이다)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과 신호인 것을 구분하려고 잔머리를 쓰는 한 구원받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은 논리적이다. 그는 그 논리로 패배할 것이다. 그는 쇠줄을 물어뜯다가 이가 부러진 개처럼 쇠의 단단함을 느끼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조심하자, 조심하자. 그는 혼자 되뇌인다. 쇠줄에 묶인 두번째 개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고, 어떤 계시도 아니며, 그저 평범한 개일 뿐이다.
그는 점점 초조해진다. 결국 아래층으로 내려가 그 남자를 찾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나 그 남자는 아래층에도 없고 거리에도 없다.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어.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그러지 못했다는 걸 안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었을 것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는 알고 있다. 그 절망감은 그가 지금이 몇시인지도 모른다는 것, 다시는 한밤중에 개 울음소리를 듣고 나가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 과거의 자기 모습 혹은 아직 되어보지 못한 모습이 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절망에 빠진 그는 생각한다. 죽는 날까지 나는 나 자신에게 갇혀 있을 것이다. 나에게 왔던 것이 무엇이었든 나는 자격이 없었고, 이제 그것은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