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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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보려 했던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 됐다. 자막도 구하기 힘들던 예술 영화들을 이렇게나 쉽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또 감탄했다. 토렌트를 뒤지던 옛날이 생각나 머쓱해지기도 하고, 세상이 편해지는 걸 실감해 얼떨떨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아주 강렬하게 영화에 빠져들었다. 갑작스러운 부고와 고인의 유언에 따라 그가 살던 외딴 산장 같은 집으로 모이게 되는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 그리고 그 집에서 죽은 이의 유언을 집행하는 집사. 영화의 시작인 이 내러티브가 아주 흔한 추리 소설의 도입부로 느껴졌다. 막상 영화가 진행되니 미스터리물이라기보다는 영화 속 연극을 보는 것에 더 가까웠는데, 화면은 영화 속 장면이었다가 때로는 연극 무대가 됐다가, 장면 속 연극이 됐다. 그들이 경계 없이 우아하게 오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예전에 보르헤스의 글을 읽으며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를 알게 된 적이 있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 환상 영화라는 장르가 있다면 이 영화일 것이라 생각했다. 알랭 레네의 대표작인 히로시마 내 사랑,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와 이 영화를 하나의 선으로 이어보며, 이것이 거장의 숨결인가하고 여러 번 매만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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