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무튼, 잡지
잡지가 좋아 잡지를 업으로까지 하게 된 사람이 잡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상이 무엇이건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눈은 반짝인다. 그러면 내용이 좀 허술하더라도, 개인적일지라도 덩달아 친숙하게 느끼게 된다.
나는 잡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잡지를 구독해본 경험이(딱 한 번) 있고, 곁에 두고 몇 달에 걸쳐 읽고 있는 잡지도 있다. 모두 음악에 관련된 것들이라 잡지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경우겠지만, 그런 나의 사용법마저도 잡지가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잡지는 책과 SNS 중간 어디 즈음에 있다. 너무 시대와 떨어져 있지도 않지만 어느 정도의 거리는 존재하는, 진중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소비되지도 않는 그런 잡지의 속성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말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속에서 그 사람의 삶과 가치관이 함께 드러난다. 잡지 이야기도 즐거웠지만, 그것만큼 한 사람이 살아온 궤적을 따라가는 일도 즐거웠다.
고쳐 말해야겠다. 다시 생각하니 나는 잡지를 만드는 행위 그 자체보다 다른 걸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잡지를 계속해서 만들지 않아도 상관 없다. 나는 취향과 관심사가 다르고 특성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일을 사랑한다. 그렇게 만나 각자의 개성을 굳이 깎아내리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사랑한다. 그 불균질함을 동력 삼아 매력적인 잡지를, 느슨한 모임을,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