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2년 전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다. 바로 독서를 시작했지만, 기대가 컸는지 난해하게만 느껴졌다. 반 정도 읽고 그대로 책장에 넣어두었다가, 최근 읽게 된 파스칼 키냐르의 부테스를 계기로 다시 이 책을 꺼내게 되었다.
이 책은 희곡이다. 내가 난해하게 느낀 이유는 글의 내용이 아닌 희곡이라는 글의 형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음대로 에세이나 소설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독서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엔 느리게 한 챕터씩 나눠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희곡은 시와 소설의 중간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창작 목적은 전혀 다르지만...
글에 묘사된 연극 무대를 상상하며, 또 시미언의 정원을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 비어있는 글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제대로 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서 막연하게나마 글 속의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었다. 편안한 시간이었다.
그가 문을 밀었다.
어둠 속에서 귓가에 하얀 머리칼 몇 올뿐인 삐쩍 마른 한 늙은 남자가 들어왔다. 대머리가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검은색 옷차림인 그는 손에 쇠테 안경을 쥐고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낡은 피아노로 다가간다.
성냥갑을 집는다. 가지가 여럿인 장식용 촛대의 작은 초들에 하나씩 끈기 있게 불을 붙인다. 일단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 초들이 오선지 위로 빛을 발한다.
어둠 속의 검은 형체ㅡ어둠과 시간에 묻혀 거의 보이지 않는 연로한 이 남자ㅡ가 피아노 의자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