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보게 된 책. 시모키타자와라는 지명이 처음 눈을 끌었고, 그 뒤에 보게 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름이 그 책이 볼만할 것임을 입증해주는 것 같았다. 요즘은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고 있는 터라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이면 가볍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분 전환이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로 빌려오게 됐다.
처음 이 책에 끌렸던 이유, '시모키타자와'에 대한 내용이 아쉬웠다. 내 기억 속 시모키타자와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시모키타자와를 맞대보고 싶었는데, 내 기억 속 시모키타자와가 거의 소실(...)된 수준이었기에 서로의 시모키타자와가 전혀 다른 곳으로 느껴졌다. 또 가정을 이루고 그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과 여행 중 가볍게 들렀던 나와의 인식이 같을 수는 없었다.
책을 읽은 후에 일말의 기억이라도 되살려보고자 시모키타자와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방법을 총동원한다면 어떻게든 시모키타자와행 흔적을 꺼낼 수 있었겠지만 그대로 묻어두기로 정했다. 시모키타자와는 내게 아주 좋았던 도시로 남아 있다. 그것이 왜 좋았는지 흐릿한 인상만 있고, 세세한 것은(몇 년도였는지, 무슨 계절이었는지 등등)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게 역시 아쉬웠다.
아무튼 시모키타자와 거리를 걸어 보기 바란다.
다리가 뻐근해지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또 걸어보기를.
무수한 사람들이 울고, 웃고, 마시고 토하고, 꿈을 잃고, 실연하고, 또는 행복을 찾으면서 이 길거리를 몇 번이나 걸었다. 길에는 투명하게 겹쳐진 유령처럼 흔적이 남아 있고, 그 흔적은 아무리 풍경이 달라져도 여전히 기척으로 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것이 거리가 지닌 깊이이며 슬픔이며, 또 좋은 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