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오스카리아나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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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 - 오스카리아나

오스카 와일드의 오스카(Oscar)와 '어록, 일화집, 자료집' 등을 지칭하는 이아나(-iana)라는 접미사가 합쳐져 만들어진 오스카리아나(Oscariana)는 단어 뜻 그대로 오스카 와일드가 남긴 수많은 말을 모아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사랑, 인간관계, 대화, 예술, 정치 등 삶 가까이에 있는 13개의 큰 카테고리로 문장이 분류되어 있는 명언집 형식인데,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하지도 않고 읽어본 적도 없어서 책을 빌리면서도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문장 단위로 끊어지는 짧은 호흡이 집중을 돕는 의외의 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스카 와일드의 위트와 통찰이 담긴 글을 통해 나도 나의 생각을 돌아보고 정리해볼 수 있었다.

문장이 와닿을 때는 와닿아서 좋았고, 와닿지 않을 때는 왜 와닿지 않는지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읽는 동안은 여러 문장을 옮겨 적기 바빴는데, 책을 다 읽은 후엔 이 책을 곁에 두고 사전처럼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책은 오랜만이었다.


우리는 삶의 하찮은 모든 것들을 진지하게 다루어야 하며, 삶의 진지한 모든 것들을 진실하고 세심하게 계획된 것처럼 하찮게 다루어야 한다.

삶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나 의도가 아니야. 삶은 신경, 섬유질, 그리고 천천히 만들어지는 세포 같은 것들로 이루어지는 거야. 그런 것들 속에 생각이 모습을 숨기고 있고, 열정이 꿈을 간직하고 있는 거라고. 자네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강하다고 믿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떤 방이나 아침 하늘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떤 색조, 자네가 한때 사랑했고 그 향기가 은밀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향수, 잊고 있다가 다시 마주친 시의 한 구절, 이제 더 이상 연주하지 않는 어떤 음악의 한 소절. 우리의 삶은 바로 이런 것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거야. 우리의 감각이 우리를 위해 그런 것들을 상상하는 거라고. 살다 보면 하얀 라일락꽃의 향기가 문득 코끝을 스치는 순간이 있지. 그럴 때마다 난 내 인생에서 가장 기이했던 시절을 다시 살게 되는 거라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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