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비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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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멍 - 나비

이 책은 <견고한 죽>, <밤의 눈>, <나비> 세 편의 글이 수록된 왕멍의 단편선이다. 세 글이 다 좋았지만 그 중 백미는 역시 <나비>였다고 생각한다. 주요 관직을 맡고 있는 '나'는 나랏일에 빠져 아내를 잃기도 하고, 반역으로 몰려 귀향 살이를 하게도 된다. 산촌에서 소박한 삶을 이어가던 중 그에게 복직하라는 당의 명령이 내려오고, 그는 고위 관직으로 돌아가 일을 이어간다.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당연하게 누리던 비서, 자동차와 같은 현대 문명과 소박한 시골 생활의 사이에서 그는 방황한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을 직접 움직이며 사는 삶의 행복과 가치를 느끼기도 한다. 그 갈등은 형태는 시대는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계속 반복되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좋았던 것은, 그가 좌절하지 않고 다시 관직을 맡아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었다. 시골과 도시, 권력과 자유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 할 수 없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그 답일 것이다.

산에 오를 때, 그는 자신의 다리를 발견했다.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다리에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농민들이 탈곡하는 것을 도우면서 그는 자신의 두 팔을 발견했다. 물지게를 질 때 그는 어깨를 발견했다. 광주리를 맬 때 그는 자신의 허리와 등을 발견했다. 일을 하다 손에 괭이자루를 쥔 채로 목을 빼고서 먼지를 일으키며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볼 때 그는 자신의 눈을 발견했다. 과거에 그는 먼지를 일으키며 빠르게 내달리는 자동차의 푹신한 자리에 앉아서 유리창 너머로 농민들이 일하는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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