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는 오버워치를 무척 열심히 하던 때인데, 그때 게임을 하다 보면 채팅창에 3000 만큼 사랑해라는 말이나 타노스와 관련된 스포가 많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나는 또 하나의 흥행 영화가 개봉했구나- 정도로만 가볍게 넘겼던 기억이 난다.
어벤져스는 인피니티 워에서 패배하고 우주의 생명체 절반을 잃게 된다. 엔드게임은 그 후의 이야기인데, 앤트맨으로 인해 그때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게 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어벤져스가 모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누구에게나 실패를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그것을 잊고 있지 않다면 그 기회는 늘 열려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길었던 내 마블 정주행도 이 영화로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처음 마블 영화를 보던 때엔 내내 유치하다고 투덜댔지만, 그런 시간이 쌓여 엔드게임까지 왔을 때는 감동의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됐다. 이 영화가 개봉됐던 2019년은 조금 과장하자면 사람들이 2002년 월드컵을 기억하듯, 그 정도의 에너지를 지닌 사건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동시대에,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 시기에 딱 붙어 있었으면서도 그 기회를 놓친 것이 무척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