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단순한 열정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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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 - 단순한 열정

연하인 외국인 유부남과의 외도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그녀에겐 철저히 사랑이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야기다. 장르를 분류하자면 에세이에 가깝겠지만, 드러냄의 깊이 때문인지 에세이보다는 문학이라는 단어가 더 맞게 보였다.

여성적인 문체, 개인의 사랑 경험에 관해 글을 썼다는 것, 프랑스 여성 작가라는 이유로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생각났다(실제로 아니 에르노는 뒤라스 상을 받은 적도 있다). 책을 읽은 직후에는 여러 감정이 몰아쳤지만, 며칠이 지나 다시 필사할 때는 소용돌이 같던 강렬한 감정이 많이 사그라들어있었다. 곧바로 그녀의 대표작인 부끄러움을 이어 읽을 생각이었지만, 그 계획마저도 왜인지 흐지부지해졌다.


약속 시간을 알려올 그 사람의 전화 외에 다른 미래란 내게 없었다. 내가 없을 때 그의 전화가 올까봐 그가 알고 있는 일정에 한해서, 일에 관계된 어쩔 수 없는 용건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외출을 하지 않았다. 또 행여 전화벨 소리를 못 들을까 진공청소기나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일조차 피했다. ···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은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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