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뼈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dited)

크리스토발 레온, 호아킨 코시냐 - 뼈

2021년, 칠레가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하는 중에 1901년의 영상 기록이 발굴된다. 한 여자아이가 어떤 의식을 거행하는 내용으로, 인간의 시체들을 이용하는 듯하다. 의식으로 불러낸 것은 권위주의적 칠레 과두 정치를 건설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들, 디에고 포르탈레스와 하이메 구스만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영화 <늑대의 집 The Wolf House>(2018)으로 주목받았던 팀의 신작이다.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몸서리쳐지는 칠레의 과거를 재현하고, 최초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페이크 영화를 만들었다. 16mm 필름과 애니메이션의 물성이 두드러지는 영화로, <미드소마>(2019)의 감독 아리 애스터가 총괄 프로듀서로 제작을 지원했다. [문성경]

'영화보다 낯선' 섹션에 포함되어있는 영화였다. 전주 국제 영화제의 '영화보다 낯선'은 전통적인 형식보다도 실험적 도전이 돋보이는 영화를 선정해 소개한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영화보다 낯선'을 봐왔지만 올해는 다른 영화에 집중하다 보니 이 영화가 영화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험적인, 내가 생각하던 영화제스러운 영화 감상이 되었다.

영화보다 낯선에는 여러 작품이 묶여 있었지만 압도적으로 <뼈>가 좋았다. 스톱모션으로 진행되는 이 애니메이션은 죽은 이를 살려내는 주술이 중심이 된다. 주술 과정을 스톱 모션 형식으로 보여준다. 흑백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위에 서정적인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아름답고 기괴한 둘의 대비가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오히려 처연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영상, 음악, 스토리, 참신성 모두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영화를 만드는 데 들였을 수많은 노력이었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본질적 힘의 원천이 아닐까 생각했다. 장르가 어떻건, 그게 내 취향과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에는 언제나 반짝이는 에너지가 숨어있다. 자신이 없다면 묵묵히, 오래, 열심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세심하게 만드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런 태도를 배웠다.


영화제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뒤에 이어지는 폐막작을 보지 않기로 하면서 이 영화가 영화제 마지막 관람이 됐다. 마지막을 기념하는 것이었는지 영화가 끝나고 영화제를 함께한 사람의 이름이 적힌 크레딧이 아주 길게 올라갔다. 축제 안에서 축제의 끝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2022년 전주 국제 영화제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열심히 보고 열심히 느끼고 열심히 공부해서 열심히 비평해야지- 라던 다짐은 꾸역꾸역 예매한 서른 편에 가까운 영화를 최대한 포기하지 않고 보는 것으로, 그 흔적을 위즈덤 레이스에 짧게 남기는 것으로 그쳤다. 시원섭섭한 기분. 당연히, 무엇이든 의미가 있었겠지. 지나고 보니 역시 한순간의 꿈 같은 시간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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