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80

in SCT.암호화폐.Crypto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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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백양사를 두어시간 돌고 내장사 초입에 들어섰다. 백양사는 봄이 더 멋있고 내장사는 가을이 더 멋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단풍절정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백양사보다는 밋밋한 느낌이었다. 단풍 절정기에 주차장에서 내장사까지 4km 가량 되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간다면 운치있을거라 생각되었지만 아직은 여느 산책길과 다를바 없다. 아는 어르신은 제아무리 단풍 절정기라도 내장사의 이 길은 다시 안오시겠다고 하셨다. 단풍 구경이 아니라 사람 피해 다니느라 개고생하셨다는 것이다. 이날은 코로나 영향에다 평일이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다만 절정의 단풍을 못보게 된 것이 아쉽다. 그러나 내장사 초입에서 단풍이 물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진 하나를 건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늙어가면서도 추하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단풍나무의 자비심이랄까? 곳곳을 물들이는 전염이지만 어떤 것은 생명을 앗아가거나 고통스럽게 만들고 다른 어떤 것은 세상을 찬탄하고 너그럽게 만든다.

우리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과정을 살피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확 바뀌어버린 상황을 느끼고 당황하거나 놀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연 그럴까? 옛날과 다르게 봄과 가을이 없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변화의 흐름을 세심하게 신경쓰기에는 마음이 너무 많이 부산해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매사에 애정이 깃들면 주의를 기울이게 마련이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때는 정인의 일거수 일투족이라도 허투루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보는 마음(觀心)이 온통 그사람에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그사람의 마음을 얻고 나면 그렇게 보는 마음이 다른 곳을 찾아 떠나가는 게 사람 마음이다. 관심이 가는 곳에 마음이 머무르니 마음 밖의 것들의 변화를 놓쳐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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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한발짝 물러서서 전체를 조망하면서 시시각각변해가는 모습을 살펴보려는 것이 자비심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들어가는 단풍을 담고 있는 조그마한 연못 가운데 자리잡고 앉아있는 애기동자가 우리 마음의 근본자리(本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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