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영성] 동영상7 스페인 아줌마들의 전통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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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낯선땅에서 바라보는 전통 춤은 잠깐 본다면 지루하지 않은 편이다. 모든 것이 이국적이기 때문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쪽에 살고 있다면 아마도 그저그렇게 볼 것이거나 촌티난다고 생각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현대화된 서울의 모습보다는 시골의 풍경에 흥미를 더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를 들어 가장 서민적인 재래시장이나 시골의 농촌 풍경 등 박제화 되지 않고 전통과 현재 그리고 그나라 사람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그런 모습들에서 더욱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 민속촌이나 경복궁 등 이런 곳은 그냥 여느 관광지에나 존재하는 그나라의 전형적인 모습을 단지 전람회같이 만들어버린 모조품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암묵적으로 그곳에는 가야만 한다는 관광자로서의 관행일 뿐이겠고 실재로 여기에는 그 지역의 살아있는 숨결이 뭔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유럽의 유명한 전통 관광 명소가 왠지 가면 안될 것 같아도 실제로 가보면 별거 없게 느껴져서 그다음부터는 아예 돈내고 가는데는 찾아갈 생각을 안하였다. 그냥 인증사진 찍으려고 여기에 온것은 아닐테니까, 게다가 무슨 심뽀들인지 돈내고 들어갔는데 촬영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전자파가 문화재를 훼손 시켜서인가? 시간이 가면서 일어나는 풍화작용은 일종의 시간전자파가 아닌가?

낯선땅에서 전통춤을 바라보는 현지인의 시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이미 그것이 너무 당연하거나 진부하게 느껴져서 아이러니 하게도 그것에서 숨결을 잃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전통 춤인 아리랑같은 경우도 현재 우리에게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전통도 진부해진 현대인에게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외국인이 보는 그 지역의 전통춤은 적어도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낯설음은 잠깐이라도 멈춰서서 볼만한 동기부여를 제공해줄 테니까,

일요일이었다. 세고비아의 십자가 성요한 기념성당에서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배가 무쟈게 고팠다. 간단한 요기라도 할만한 곳을 찾는데 없다. 세고비아까지 한참 걸어가야 한다. 낭패였다. 그런데 이웃 성당에서 스페인 아줌마들이 전통춤을 추고 계셨다. 무슨 기념일인거 같았다. 혹시나 하고 가보았는데 울 엄마 연세의 아줌마들이 춤을 추는데 몇몇 아줌마들이 덤으로 쿠키까지 주신다.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단순한 원칙으로 무한 반복되는 춤이 우리의 관광버스춤과도 비슷해보인다. 마침 배고팠던 터라 눈치 봐가면서 요아줌마, 저아줌마, 저저아줌마한테 쿠키를 종류별로 시간차를 두고 얻어먹었다. 아줌마들 인정이 이빠이데쓰다. 게다가 ​아줌마들이 음악만 나오면 발동이 걸리신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나 스페인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낯설은 곳에서 호기심과 허기를 채워주니 눈과 배가 참 맛있었다.

산악 열차타고 몬세라트 수도원 에 도착하자마자 광장에 들어서니 스페인의 전통춤이 시작되었다. 오늘 특별한 시연이 있나보다. 이곳의 소년 합창단 공연이 유명한데 덤으로 무언가 보는 느낌이다. 무슨 춤인지는 모르겠으나 연세드신 아주머니들과 비교적 젊은 아재들이 짝을 맞추어 거북이 군무를 시작하였다. 생뚱맞지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가 생각났다. 그녀들도 나이들면 이렇게 다리가 잘 올라가지 않겠지. 세월에는 장사없다.


도서출판 춘자 @choonza


개새끼 소년
어쩌다,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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