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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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전에 밭에 가고 오늘에서야 감자들이 잘 크고 있는지 중간 점검하러 왔다. 예상은 했지만 이거 원 감자밭인지 잡초밭인지 분간이 않간다. 이웃 밭들에 비해 엄청 풍성한데 질서가 전혀 안잡혀 있는 막가밭이다. 올해는 봄장마가 좀 심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잡초새끼들도 세력자랑이 심하고 감자잎도 너무 풍성해서 걱정이다. 중간중간 와서 솎아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래야 감자들이 토실토실하게 몸집을 키울텐데 낑깡수준의 감자가 될 것같다. 어차피 생각만 할뿐 절대 솎아주지 않을 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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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18일전의 감자밭이다. 그날 1시간정도 잡초들을 제거해 주어서 감자밭다워 보였는데 잡초새끼들 자란거 보고 얘네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사 그냥 내비두기로 했다. 사실 구차나서다. 이거 제거하느라고 쌩노가다 하느니 차라리 낑깡감자나 먹을 생각이다. 잡초제거를 포기하니 할일이 없어서 옆에 밭 아스파라거스 형님의 상추좀 뽀리깠다. 그리고 듬성 듬성 막 자라고 있는 깻닢도 좀 뜯어왔다. 오늘 아버지와 점심으로 제육볶음 시켰는데 식당 아줌마가 나이든 수컷 두마리가 밥 시키는 게 안스러워 보이셨는지 넘나 많이 주셨다. 버리기 아까와서 1인분 더시켜서 남는거 포장해왔다. 내일 아침은 상추와 깻닢으로 제육볶음 쌈싸먹을 예정이다. 매 끼니 뭐 먹을지 매일매일 고민하는게 일상이다. 내일 아침메뉴 고민은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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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다 씻었는데 불쌍한 달팽이가 터전을 잃어버리고 여기에 딸려 왔다. 넘나 미안하다. 지난번에도 한마리가 딸려 왔는데 그때는 형님이 주신 상추에 딸려왔고 오늘은 도둑놈인 내가 뽀리까다가 딸려왔으니 그 달팽이나 이 달팽이나 팔자가 참 재수 없는 날이다. 미안하다. 그래서 고대로 상추와 깻닢을 싸서 아파트 바깥 축축한 수풀에 놓아주었다. 굶어죽던가 천적에 먹이감이 되던가 아니면 여기서 새로운 달팽이의 고단한 삶을 살지 모를 일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에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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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아마도 민들레 홀씨가 보이는 건너편 감자 막가밭 풍경을 그리워하다가 달팽이의 삶을 끝낼지도 모를일이다. 달팽이의 눈으로 펼쳐졌던 저 막가 밭의 뽀리꾼 인간때문에 재난을 당한 것이다. 이번에는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