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Я ищу Мелина.] 러시아에서 만난 그녀, 멜리나.💑

newiz (77)in SCT.암호화폐.Crypto • 4 years ago (edited)

📖[러시아에서 만난 그녀, 멜리나. ]📖

지금부터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100% 나의 이야기다.

비록 긴 글이 될 수도 있고,
길어서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더 잊기 전에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두고 싶은 이야기다.

만남

어느 가을 날, 친구와 둘이 러시아로 여행을 갔었고, 출국 전 마지막 날이었다. 우린 한국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우리는 간단한 요기거리를 포장해 공항 안에서 먹기로 했다. 다행히 공항 가는 길에 여러 빵들을 파는 아담한 노점이 보였다. 그 곳은 비록 작은 노점이었지만, 하얀색 나무지붕에 아기자기한 장식들과 은은한 전구들로 동화속에 나올 법한 귀여운 가게였다. 우린 잘 됐다 싶어 그 아기자기한 빵가게로 향했다.

약간의 대기줄이 있었던 그 가게는, 손님들이 가게 밖에서 큰 창을 통해 주문을 하고, 주인은 가게안에서 주문한 빵을 포장해 창으로 넘겨 주는 방식이었다.

친구는 짐을 부치러 먼저 공항으로 향했고, 나는 줄을 기다리다가 빵을 사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친구를 먼저 공항으로 보내고 잠시 기다리자 금방 내 차례가 왔다. 가게의 큰 창 앞에 서게된 나는 가판의 메뉴를 먼저 둘러보고, 주문을 하려고 가게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아...

뽀얀 피부에 밝은 갈색빛 긴생머리 , 가지런하지만 짙은 눈썹, 맑고 선해보이는 눈과 긴 속눈썹, 작고 오똑한 코, 살며시 미소짓는 입꼬리와 눈웃음.

순간,
심장이 턱 하고 내려앉았다...

인연 혹은 우연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생긋 웃고 있는 그녀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아무말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십여초가 흘렀을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주문은...?"

그녀의 그 한마디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다행히 내 뒤에는 더이상 웨이팅 줄은 없었다.

민망한 마음에 급하게 눈에 보이는대로 빵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또 다시 빵을 포장하는 그녀의 모습에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녀의 살짝 흘러내린 옆머리가 내 심장을 더욱 두근거리게 했다.

잠시 후 포장된 빵을 건네받고,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찾는데, 아뿔사...지갑이 없었다. 친구는 이미 내 짐까지 다 챙겨 들고 공항으로 떠났고, 내가 가진 건 주머니 속의 카드뿐이었다.

"혹시...카드도 되나요?"

내 질문에 그녀는 잠시 난색을 표했지만, 민망함에 붉어진 내 얼굴을 보더니 다시금 생긋 웃는 얼굴로 가능하다고 해주었다. 알고보니 그녀의 가게는 노점이라 카드기기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커피숍에서 카드결제를 도와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가게 밖으로 나오더니 주섬주섬 가게 문을 닫고 있었다. 나를 위해 가게문까지 닫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더욱 미안함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녀는 가게 뒤쪽 언덕을 오르며 커피숍으로 향했다.

난 죄인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곧 커피숍에 도착했다. 그녀는 커피숍 주인과 러시아어로 대화를 하며, 종종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다행히도 커피숍 주인은 내 카드를 긁고, 현찰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제 난 내 카드를 받아서 공항으로 가기만 하면 됐다.

그녀로부터 카드를 받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려는 순간,
그녀가 방금 전 받았던 지폐를 들어보이면서 내게 말했다.

"같이... 커피 한잔 하실래요?"

그녀의 질문은 갑작스러웠지만, 나의 대답은 기다렸다는듯이 머리를 거치지도 않고 이미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네…네?? 네! 좋아요, 마셔요!”

그녀는 내 대답을 듣고 생긋 웃는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설렘

그녀는 커피집 사장님에게 다시 그 지폐를 둘려주며, 커피 두 잔을 ‘테이크아웃’으로 주문을 했다. 커피를 기다리는동안 난 친구에게 재빨리 메시지를 보냈다.

‘태호야, 미안한데 나 30분정도 늦을 거 같다. 큰 일은 아니니까 좀만 기다려줘.’

메시지를 보내는 동안, 커피가 나왔다. 우리는 커피 한 잔씩 들고 문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자기가 좋은 장소를 알고있다고 했고, 우린 언덕 위를 향해 나란히 걸었다. 이번에는 뒤를 쫓아가지 않고, 나란히 걸었다.

언덕 꼭대기에 이르자 정원이 예쁘게 꾸며진 교회가 나타났다. 그 교회 앞, 언덕 아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벤치에서의 적막을 깨고 이번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이름이 뭐예요..??”

“멜리나”

‘멜리나’…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멜리나’라는 이름이 러시아 사람의 이름인지, 그럼 그녀는 진짜 러시아 사람인지 의아스럽긴 하지만, 그 당시엔 그런 의문이 중요하지 않았다. 난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우린 서로 영어가 짧다보니 대화가 길게 이어지진 못 했다. 하지만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설렜다.

언덕 아래의 아름다운 풍경, 벤치 뒤 나무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 바람, 그리고 그 바람에 실려 오는 ‘멜리나’의 향기….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녀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어서 그녀를 보는데, 그녀가 폰으로 나를 찍고 있었다.

“지금 나 찍는 거예요??”

“네, ㅎㅎ 죄송해요ㅎㅎ”

살짝 웃으며 사과하는 ‘멜리나’가 나는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는 그 귀여운 미소로 나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냥 같이 찍을래요? ㅎㅎ”

“좋아요! 그럽시다!”

그녀의 제안에 난 또 즉답을 해버렸다.

셀카를 찍기위해 ‘멜리나’는 좀 더 가깝게 나에게 밀착했다.

그녀의 어깨가 나의 어깨와 맞 닿고, 그녀의 얼굴이 점점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내 심장은 러시아에 온 이후 최고로 빨리 뛰고 있었고, 내 얼굴이 붉어지는게 스스로 느껴졌다. 서로 얼굴을 나란히 하고,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속의 내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

셀카를 몇번 찍더니, 멜리나는 그대로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난 얼음처럼 굳었다. 그녀도 내 어깨에 기댄채 방금 찍었던 사진들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향기는 바람을 탈 필요도 없이, 바로 옆에서 더욱 진하게 전해졌다.

그 향기에 너무 취했던 것이었을까..?

처음 내 시야에 보였던 것은 어깨에 기댄 멜리나의 오똑한 코와 긴 속눈썹 뿐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눈엔 눈을 감고 있는 멜리나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나의 입술은 멜리나의 입술과 맞닿아 있었다. 부드러웠다. 그리고 달콤했다. 정신은 몽롱했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였다. 우린 서로 부끄러움을 들키기 싫은 듯 두 눈을 감고 있었지만, 맞닿은 입술만큼은 부끄러운 내색이 없었다.

그림1.png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 것이다. 우린 맞닿은 입술을 때고, 나는 다시 언덕 아래로 시선을 돌리고, 그녀는 다시 내 어깨에 붙어 기대고 있었다. 나의 심장은 여전히 진정 되지 않았고, 어깨에 기대있는 멜리나에게 심장소리가 들릴까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곧이어 그녀가 나에게 물어왔다.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요?”

아…친구가 이미 공항으로 가져가서 큰 짐들이 없는 것을 보고, 잠깐 동네에 산책나온 줄 알았었나보다. 난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오늘 출국해요. 이제 몇 분 있다가 공항으로 가봐야 해요…”

그 한마디에 또 다시 적막이 흘렀다…

이별 그리고 후회

멜리나는 내 어깨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얼굴을, 그 때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다. 놀랐는지, 실망했는지, 화가 났는지, 체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도 무언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미안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밀려왔다.

잠시 후,
그녀는 내 어깨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잘 가요”

이 한 마디와 함께 내 두 볼을 잡더니, 마지막 입맞춤을 해주고 일어났다.

함께 올라왔던 언덕을 홀로 내려가는 멜리나의 뒷모습을, 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멜리나는 뒤를 돌아보진 않았다. 난 복잡한 생각에 휩싸였다. 뛰어 내려가서 잡을까 말까, 잡으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온갖 생각들을 하는 사이에 멜리나는 언덕 아래로 이미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멜리나가 시야에서 사라지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를 잡아야 했었다. 그녀를 잡지 않고는 한국에 돌아가도 후회만 하겠다 싶었다. 난 친구에게 한번 더 메시지를 남겼다.

‘ 야, 한국에 먼저 가라. 걱정하지 말고. 난 며칠만 더 있다가 갈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언덕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멜리나를 찾으러 그녀의 가게로 향했지만, 가게 문은 닫혀있는 상태였다. 카드결제를 도와줬던 커피숍에 들어가서 물어봤지만, 멜리나가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사는지 모른다고 했다. 밖으로 뛰쳐나와 난 그 주변을 계속 뛰어다니며 멜리나를 찾았다. 지리도 잘 모르는 도시를 용감히도 뛰어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졌었다.

멜리나에 대한 미안함때문이었는지, 그리움때문이었는지 갑자기 눈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난 잠에서 깼고,
내 베개는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