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

초등학생 시절에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학교나 학원에서 볼펜을 못 쓰게 했었다.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는
어른들처럼 볼펜을 써보는 것이 로망이었고,
그 당시에는 볼펜이 더 좋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니 이젠 연필이 더 좋아진 것 같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거의 볼펜을 쓰긴 하지만,
집에 와서 무언가를 끄적일때는 연필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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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볼펜에 대한 로망이 있긴 했지만
연필만의 좋은 점도 있었다.

연필을 거친 종이에 쓸 때의
그 슥슥 거리는 소리와

연필을 커터칼로 깍을 때의
서걱서걱 거리는 소리,

그리고 새연필을 사서 깍아내려가면
빼꼼 보이는 까만 흑심의 첫 인사는
지금도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어렸을 때이니 연필을 깍는 건
모두 할아버지나 어머니의 몫이었다.

이상하게 할머니나 아버지에겐 부탁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할머니는 연필을 깍기엔
연약하시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아버지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으니 그랬나보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할아버지의 연필깍는 소리가 가장 좋았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할아버지의 연필깍는 소리가 듣고 싶은 밤이다.
당연히 앞으로 평생 듣지는 못 하겠지만.

스탠드 하나 켜놓은
따듯한 방에 혼자 앉아

'20세기여름' 에서 선물 받은
춘자 연필을 깍다보니,

갑자기 옛 생각들이 나고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끄적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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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