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집 커플 싸움 (feat.연휴ing)

지난 수년간의 빅데이터에 따르면,
옆집 커플은 한 달에 한번 꼴로 크게 싸움.

큰 싸움이란 아침부터 이어지는 싸움임.
베트남 집들은 층간소음은 덜한 편임.
하지만 세대간 방음이 잘 안 되는 편.

조금만 언성이 높아지면,
세세한 대화내용까지 다 들림.

지난 수년간 모인 데이터를 분석하면,
싸움의 패턴도 저절로 분석됨.

휴일 또는 연휴여야 함.

옆 집 남자 내 또래임.ㅇㅇ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함.
따라서 나와 같은 흔한 사무직일 것으로 추정,
근무일 패턴 역시 나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

그러므로 휴일 또는 연휴가 아니면,
아침에 싸움이 불가능.

습관적인 싸움임.

아파트 구조가,
우리 집 안방과 옆 집 안방은,
벽 하나 사이에 두고 나란히 배치.

쉬는 날 아침에 싸우는 소리에 깨서,
전황이 흘러가는 걸 들어보면,
항상 전개가 비슷함.

선전포고

이건 자느라 한 번도 듣지 못함.
별 일 아닌 걸로 선전포고했을 것으로 추정.

개전

여자가 남자를 코너에 몰기 시작.
높은 톤은 잘 들림.
항상 내용 비슷.

aka,
과거 잘못 하나로
평생 사골 우리기.

남자가 대꾸를 하며 회피 시전.
낮은 톤은 잘 안 들림.

정황상 해명이 아니라 찍어누름.

because,
남자가 대꾸할 때마다,
여자의 분노 게이지 상승이 두드러짐.

중반

여자가 울기 시작하면,
전장은 이미 극한으로 치닫는 중.ㅇㅇ

울면서 쏟아내는 말들을 듣고 있자면,
호흡 관리 기가 막힘.
호흡 조절의 쌉고수.

이건 많이 해보지 않은 이상,
도달할 수 없는 경지임.ㅇㅇ

정황상,
까마득한 과거의 잘못까지 비난하는 중.

그리고 이 타이밍에 반드시,
항상, 꼭, 남자가 사자후 한번 시전.

절정

여자는 사자후 따위 개의치 않음.
본인도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가,

꼭 뭔가를 던짐.ㅇㅇ
1개도 아니고 3개도 아니고 항상 2개임.

그리고 이때 가장 유의미하게,
남녀가 서로 고성으로 주고받는 티키타카 펼쳐짐.
하이라이트임.

던진 물건은 데이터가 더 필요함.
처음 들었을 땐 깜짝 놀랐을 정도로 소리가 컸음.

이젠 그러려니 하고,
던진 게 무엇일까가 궁금.

뭔가를 던졌을 때,
남자의 비명 소리가 없는 것을 보면,
망가지면 저들에게 크리티컬 한 물건은 아님.
여자는 본인에게 소중한 물건은 던지지 않기 때문.

휴전

내가 밥 먹을 준비하면,
저들도 잦아듬.

지친 거겠지.ㅇㅇ

그래도 여자의 산발적인 게릴라 전은 계속됨.
벽 너머의 나도 괴로운데,
옆 집 남자 너님,
수고가 많다.

그래도 너님들,
정말 너무 시끄랍다...


다시 한번 빅 데이터에 따르자면,
저녁 식사 시간 되면, 저들 쓰레기 비우러 함께 나올 거임.

루틴이란 그런 것이니까.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