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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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 검색


저자 : 몽돌(본명 : 송다운)

겉은 작고 동글동글하지만 속은 단단한 몽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몽돌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한다.

몽돌이란 단어는 처음 접한다.

몽돌 : 돌이 울퉁불퉁 해서 잘 스지도 않는 돌을 가리키는 경상도 시골 사투리

경상도 사람인 나도 몰랐던 경상도 시골 사투리라니.




글을 참 잘 쓰는 사람 같다.

직장 생활에 대한 묘사라든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표현하는데 아주 신선?하게 다가온다.

애플 같다. 자신이 뭘 원하는 지 모르는 고객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주는.

내가 그동안 십 수년을 겪은 직장 생활에 대해 막연히 느낌만 갖고 있던 부분들이, 직장 생활 몇 년되지 않은 사람의 문장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서른살 쯤 된 미혼 여성의 1년 휴직에 대한 내용이라, 나의 경우와 많이 다르긴 하다.

저자는 1년의 휴직 후 다시 회사로 복직한다.

복직하면서 부서를 변경하여 새로운 업무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받아들여져 새로운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복직하고 하루가 지나고 나니 근무 의욕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한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요가와 명상.

요가와 명상.. 나도 꼭 생활화 하도록 하겠다.

가만히 몇 분만 앉아서, 숨에 집중하는 정도로만 시도해봤지만, 이마저도 꾸준히 하기 쉽지 않다.




책 말미에 휴직 기간 동안 돈을 벌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해할 필요 없다 한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물려받을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차피 평생 돈을 벌어야 하는 인생들입니다." 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니 저자에게 앞서 읽은 "파이어족이 온다"라는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카페가서 차 마시고, 해외여행 갈 돈 아껴서 젊을 때 자신의 소득 70%~80% 바짝 적금한다면, 20년 안에 노동 소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래부터는 책을 읽으며 기록해 둔 본문의 문장들.



직장에 휴직계를 냈을 때 사람들은 제게 휴직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정작 저에게 왜 휴직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자신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왜 휴직을 하게 되었을까?




스님은 내게 말했다.

그렇게 남 눈치를 보고 사셔서 얼마나 잘 사셨습니까?

인생 길 것 같지요? 사실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남의 시선 따라, 남의 생각 따라 사는게 아깝지 않나요?




나는 줄곧 회사를 왜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1층으로 내려가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사람들이 회사를 왜 다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그토록 싫어한 권태는 곧 달콤한 안정감이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은 내가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입고 먹고 여행 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매일 부딪히는 밉고 따가운 사람들도 어쩌면 가시나무로 된 담장처럼 나를 더 추운 세계로부터 보호해주었는지도 모른다.




어린 내 눈에 교사는 남의 자식 챙기느라 자기 자식을 챙길 여력이 없는 직업으로 보였다.

본인 학급의 학예회를 준비하느라 정작 자신의 딸이 학예회에서 사회자를 맡아도 보러오지 못했다.




내가 뭘 해도 회사는 변하지 않는다는 무기력함과 어디 가서 일해도 비슷할 거라는 체념이 어깨 위에 차곡차곡 쌓이자 사람들은 그것을 경력이라고 불렀다.




어제까지 했던 일을 오늘 또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어제 하지 않은 일을 오늘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어제까지 해오던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내 휴직에 대해 걸고 있는 기대감이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큰 발전 없이 돌아올 가능성이 확률상 더 높다고 생각하니 휴직도 전에 복직이 두려워지려 했다.




백수도 한두 달이 제일 힘들지 2년 정도 지나면 리듬이 생긴다.




나는 항상 남들 앞에 비밀의 영역이 없는 '투명한' 사람이었다.

늘 타인의 인정에 허덕였기 때문에 누가 내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황송하고 송구스러워 묻지 않은 것까지 주절주절 말해버리곤 했다.




행복을 사전적 정의대로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런 상태라고 한다면,

행복은 무언가를 성취하고 소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깝다.

그렇다면 긍정적 감정 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수록 행복을 느끼기 쉬울 것이다.




시간의 유무와 무관하게 내 안의 우선 순위는 변하지 않는다.

바쁘다는 이유로 지금 하지 않는 것은 시간이 많더라도 아마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뭔가를 정말 하고 싶은데 그걸 지금 하고 있지 않다면, 정말 하고 싶은 게 맞는지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진짜 내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목록에서 맘 편히 지워버려야 한다.




생각해보면 회사원으로서 전체 시스템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맡아 일한 이후로, 늘 '내가 시스템을 벗어나서 혼자 뭔가 의미 있는 걸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 동안 내 목표는 뭘 하는 것과 무언가가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살자'가 목표가 된 것은 처음이다.

뭘 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것.

이게 휴직 기간 동안 내가 얻은 가장 큰 변화이다.




멀쩡한 직장,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박찰 수 있게 등 떠밀어준 것은 휴직의 득과 실에 대한 엄정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바로 죽음에 대한 생각이었다.

죽음을 생각하니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릴 수 있었다.

돈과 경력과 평판은 죽음 앞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패하더라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는 것,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마치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기에 불필요하고 비본질적인 것들을 잔뜩 껴안고 끙끙댄다.

하지만 이 삶에 끝이 있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보인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인지도 모른다.




많은 실험자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초코바를 이미 다 얻은 뒤에도 계속해서 본인의 휴식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초코바를 더 별려고 했다.

<중략>

이 실험은 인간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가 합리성이 아니라 그저 관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주체적으로 본인의 일과 노동에 대해 상한선을 긋지 않는다면 나도 모르는 새에 맹목적인 일벌레, 돈벌레가 되기 쉽다.




내가 생각한 자아실현은 세상에 '잘 쓰이는' 것이었다.

그 욕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목표는, 나의 기준은 남에게 나쁜 피드백을 듣지 않는 것과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것이었다.




흔히 봄을 새로운 시작의 계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변화의 씨앗은 겨울에 잉태된다.

겨울은 그저 춥기만 한 계절이 아니다.

눈 쌓인 가지 끝에서 봄에 필 꽃눈이 맺히고 꽁꽁 언 수면 밑에서 강물은 조용히 흐르며 봄을 기다린다.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하지만 적당한 계절을 만나면 보이는 것으로 물질화, 현실화된다.

다른 생각은 언젠가 다른 삶을 만든다.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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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나면 정말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에요~!!
휴직기간동안 좋은 시간 많이 가지세요^^

감사합니다.

성투하시기 바랍니다~^^

가족이 방학이면 삼시세끼입니까?ㅎㅎ

현대인은 하루 두끼 아닌지요?^^

백수인 제가 읽어야 할 책이군요^^

백수, 휴직자, 직장인 모두,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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