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12.도쿠시마 시내구경(徳島, 阿波おどり会館)
일본의 3대 마쯔리라고 가끔 들어봤던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마침 순례길을 걷는 이 동네서 열리고, 오늘이 마침 마쯔리 기간 중에서 가장 볼 것이 많은 날이라고 한다. 순례길 일행과 헤어지고 난 다음에, 괜히 맥이 빠져서 더 걷기 싫은데 마침 도쿠시마까지 와서 아와오도리를 안 보고 가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들으니 걷기가 더 싫어졌다.
축제기간은 아마 사나흘쯤 되는 모양이다. 동네의 자치회에서 상가회의 가게별로, 학교별로, 동네 주민별로 팀을 만들어 수개월을 연습한다. 전문공연팀도 있고 주민공연팀도 있는 것이다. 이들이 축제기간동안 매일 도시에서 가장 큰 길을 하나 막아놓고 몇 시간동안 공연 비슷한 행진을 하는게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내가 본 것은 2012년 8월 14일의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낮에는 도쿠시마 역에 락커룸에 큰 짐을 올려두고 작은 가방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녔고 해가 질 무렵엔 대로변 의자에 자리잡아 타코야키와 맥주를 먹으며 행진을 구경했다. 하루 자고 다음날 순례길을 계속 걸으려 했더니 시내쪽에는 빈 숙소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한달 전부터 이미 매진이었다고.
전날 묵었던 곳, 대일사가 있는 동네는 버스가 자주 있는 편은 아니다. 한 시간에 많아봐야 두 대. 버스 배차간격만 보면 여긴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동네로 치면 청송군이나 의성군, 안동시의 어느 구석마을 정도 느낌이다.
버스를 타면서 뽑은 정리권, 숫자 3이 쓰여있다. 버스 앞의 아날로그 전광판에서 3에 해당하는 운임을 하차할 때 내면 된다.
골목길을 모두 돌아돌아 느긋하게 가는 버스인데도 걷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빨랐다. 난 왜 걸었던 걸까. 이렇게 쉬운데.
또 소나기가 내린다. 이거 걸어서 왔으면 또 한나절에 옷은 쫄딱 다 젖었을텐데.
도쿠시마역의 락커룸, 큰 곳은 이미 빈칸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설마 훔쳐가겠나. 그냥 제일 위에 짐짝처럼 올려두기로 했다. 훔쳐가도 상관없다.
아와오도리 회관이라고, 일년내내 아와오도리 마쯔리의 춤을 실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밤에 공연을 보게 되겠지만 낮에 할 꺼 없으니 보러 가야지.
사람이 길게 줄 서 있길래 덩달아 줄 섰다. 면왕, 오사카에서 몇 번 사먹은 집인데 본점이 여기있네.
밥먹고 나오니 줄이 더 길어져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아와오도리 회관에 들렀다. 박물관처럼 되어있는 전시 공간도 있고 공연장도 따로 있다.
이런 차림으로 춤을 춘다는 거지. 드라마나 만화에서 많이 봤던 것 같다.
공연장. 만담꾼 같은 사회자가 뭐라고 설명을 한참 하고나서 진지하게 공연을 시작한다. 중간중간 개그비슷한 느낌의 장면들이 있다. 주로 남자가 춤추는 부분이 그렇다.
객석에 들어와서 보여주기도 한다. 언뜻 보면 우스꽝스러운 느낌도 있는데 보다보면 음악도 그렇고 손끝까지 섬세하게 움직이는 동작도 그렇고, 사람을 홀리는 무언가가 있다.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관객이 무대 위에 올라가서 따라하는 시간도 있다. 유럽에서 온 사람이 춤을 잘 추길래 사회자가 물어보니 일본어로 유창하게 대답한다. "킴취 좋아요, 불코기 마씨써요, 싸랑해요 연예가중계" 느낌이 좀 든다.
공연이 끝나고 출구에서 포토타임까지.
동네 곳곳에서 야간 길거리 공연을 준비하는 팀들이 보인다.
길거리 공연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는가보다. 아와오도리 회관에서 미리 안 봤으면 저게 뭔지 잘 몰랐을거다. 서너가지 정도 되는 역할이 잘 보였다.
회관 뒷편으로는 케이블카가 다닌다. 비잔 로프웨이眉山ロープウェイ.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도쿠시마 벌판을 내려다보는데, 제법 평야가 넓다.
start success go! go! go!
3대 마쓰리! 중학교때 일본어시간에 배웠었어요! 괜히 반갑네요!
첫 표지에 나오고 본문에도 또 나오죠ㅋㅋ혹시나해서 검색해보니 여긴 3대 마쯔리에 포함되지 않네요. 제가 뭔갈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앗 그렇군요! 그래도 사진으로 일본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시 보니 3대 봉오도리(盆踊り) 중 하나라고 합니다. 오래되어서 가물가물. 즐거운 주말 되세요.
ㅇ ㅏ! 그렇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