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생각들

1 어제는 오전엔 레슨을 했고, 레슨 후엔 20세기 소년에서 지인을 오래 만났다. 오후엔 하이볼을 한 잔 마셨는데, 급하게 마셔서인지 갑자기 취기가 돌아 지인에게 빨리 가자고 채근을 해야 했다.

2 혼자 돌아오는 길은 멀고 지쳤다. 속도 안 좋고 체력도 고갈돼 비틀대던 차에, 다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자고 말만 하고 몇 달째 엇갈리는 중인데, 어제는 언제 만나냐는 말 대신 평소와 다르게 속내를 나누게 되었다.

3 처음엔 너무 피곤해 통화가 힘들었지만 너랑 있는 내 모습이 좋아 보이더라라는 지인의 말에 지친 몸과 마음이 위로받았다. 이 지인은 보컬인데, 몇 달 전 나와 찍은 연주 영상을 가끔 보는 것 같았다. 음악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나도 이 지인과 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 몇 안 되게 시너지가 나는 동료가 아닐까.

4 서로가 원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하고 서로를 지지했다. 통화를 끊을 때쯤엔 음악이 아닌 일상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오히려 음악 이야기가 아니면 우리는 투박해지지만, 음악을 매개로라도 그런 이야기를 짧게짧게 나눌 수 있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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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일을 하고 잘까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집중이 안 됐다. 일찍 일어나서 할 생각으로 바로 누웠는데, 왠지 허전하게 느껴져 음악을 틀었다. 이 음악 저 음악 몇 개를 방황하다 다시 또 선셋 롤러코스터의 My Jinjj를 들었다. 노래를 듣다가 따라부르고 싶어져 가사를 열었다. 계속 방향을 잃었다.

6 너무------- 피곤했지만 이 노래를 카피하고 싶어져 키보드 앞에 앉았다. 20세기 소년에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두고와 맥 미니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주 허접한 피아노 소리로 곡을 카피했다.

7 My Jinji를 카피하며 이 곡이 3마디 구성으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카피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일이다. 이 곡에서 느꼈던 기묘함은 대만 밴드여서가 아니고 4마디 구성 형식을 따르지 않아서, 가끔은 두 박을 늘리고, 가끔은 4마디를 다 채워서 연주하는 마디의 다양한 변주에서 오는 것인가 싶었다. 머리를 띵하고 맞은 느낌이 들었다.

8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여러 블로그 플랫폼을 고민했다. 올해 초엔 Medium에 가입해 글까지 남겼지만, 역시 잘 안 하게 된다. 음악을 꾸준히 안 하는 것도 있고, 음악 하는 사람들과 몹시 대화하고 싶은 한편, 그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도 역시 계속... 자신감이 없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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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요즘은 20세기 소년에서 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 노드를 자주 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가끔 업라이트 피아노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노드를 소화하기도 힘들뿐더러, 아직 내 정서는 어쿠스틱 악기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처음엔 그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면 업라이트 피아노 위에 신스를 얹은 곡들도 많아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10 우선은 해야 할 일 먼저 끝내고, 오랜만에 빈둥거리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업라이트 피아노도 열심히 칠 생각이다. 글쎄, 어떤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은 계속되지만 요즘은 정말로, 건반 앞에 있는 시간이 즐겁다. 조금 더 주변이 정리되면 20세기 소년에 동료들을 초대해 같이 연주하고, 음악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나눌 생각이다. 그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