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20-21] 바깥은 여름(김애란)

in #goodbabit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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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만나면, 작가란 어떤 사람인가, 한참을 생각해 보게 된다.
혹시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사람들은 아닐까.
드론처럼 높게 혹은 낮게 비행하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샅샅이 관찰하는 사람들일지도 몰라.
아니, 헤리포터처럼 투명 망토를 두르고 그 집안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냄비며 서랍장을 들여다 보고 주인 여자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다 듣고 있는 것 같아.

최고의 인지도를 달리고 있는 멋진 작가 김애란의 소설집을 읽었다. 한참 전에 나온 책인데 많이 지각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찬사를 보내는 작가다.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다 우리 사회의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입동'에서는 유치원 차에 아이를 잃은 부부가 집을 꾸미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이 만큼 울어 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채찍질 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인심을 묘사했을 때는 너무나 섬뜩했다.
무고하게 희생을 당한 사람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보상금을 얼마나 받았나에만 관심을 두고 '이제 그만 하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목도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찬성과 에반'은 조모와 생활하는 어린 찬성이와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려진 개 에반을 통해 관심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단편은 '침묵의 미래'다. 정신을 집중해서 읽어야 할만큼 스토리 전개가 없으면서도 무척 긴장하게 한다. 입으로 나가는 언어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고 침묵은 곧 존재의 사멸을 뜻 하는 것 같다. 한번 더 정독하려고 마음 먹어 본다.

이외에도 취업이 극도로 어려운 젊은 세대에게 왜 사랑이 불가능 한지 보여주는 '건너편', 중심에서 밀려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풍경의 쓸모' 등 한편 한편이 다 수작이다. 아울러 무심한듯 마음을 콕 찌르는 절묘한 묘사는 이 작가에 대한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허둥지둥 달리는 일상속에서 이런 단편집을 읽는 행위는 진한 찔레꽃 향기를 마음에 품는 일이다.

김애란 / 문학동네 / 2017 / 13,000원 /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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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형의 책리뷰는 부러울정도로 잘씀!
난 그냥 사진찍어서 작가가 이리 썼음 이러고 끝인데 ㅎㅎ

횽..... 고마워.... 읽어줘서... ㅎㅎㅎ

횽 포스팅 놓치지 않고있지!!
댓글을 못달아서 그렇지 ㅋㅋㅋ

시를 읽고 소설을 평하시는 분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어줍잖은 글을 또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더 궁금해지네요.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어요.

오... 그런 팟캐스트가 있군요?

정말로 좋은 책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권합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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