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by your name

in #film8 years ago (edited)

어제 신랑과 전부터 보고 싶던 영화 콜미바이유어네임을 봤다. 

영화 속의 이탈리아 풍경들이 2년전 여행했던 여름 이탈리아를 

떠올리게했다. 영상도 음악도 배우도 모두 아름다운 영화였다. 

다만 영화의 내용 중 일부분은 굉장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여름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던 소년 엘리오가 겪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랑할 때 겪는 감정들을 아주 세세하게 보여준다. 

나도 그런 사랑을 겪어봐서

엘리오의 작은 행동하나하나에 굉장히 공감을 하면서 봤다. 

고등학교 때 여름 밤 자율학습을 하다가 

학교 운동장에 나와서 친구와 걸으며 

이 여름밤도 곧 사라질 것 같다는 아득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금방 끝나 버릴 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가득 담긴 영화였다. 

물색이 참 예뻤다. 다만 영화속에서 

마르치아라는 여성 캐릭터와 

복숭아를 보여주는 방식이 참 불편했다. 

첫사랑을 세밀하게 보여준 좋은 영화지만 그 부분들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내내 찜찜했다. 


영화 말미에 엘리오의 아버지가 한 대사가 참 좋았는데 

현실에 이런 아버지가 존재할까. 하는 위화감을 느끼긴했다. 


julie alex 라는 분의 영화 일러스트라는데 

영화 속에 나왔던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난 영화를 단지 소비한 것 같은데 이렇게 

그림을 만들어내다니 너무 근사하다.

약간의 찜찜한 부분이 아니었다면 요즘 다소 지쳐있었던 

일상의 나를 여름의 이탈리아 

속으로 데려다줘서 쉴 수 있게 해준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걸 떠나서 엘리오가 살고 있던 

여름 별장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옷은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훌렁훌렁 벗고 다니고 내키면 

수영장에 들어가서 수영하고 과일 따 먹고 

자전거를 달려 시내로 나가고.

영화 속 공간들이 하나하나 아름다웠다. 

크게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는 않는 편인데. 

영화 속 엘리오의 일상이 어찌나 부럽던지.

나도 여름에 몇 주씩 머무를 별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햇빛이 넘쳐들고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 다정하고 포근한 공간.

밤에 베란다에서 생각에 잠겨 바깥을 내려다보는 장면도 좋았다. 

sufian stevens의 영화 ost 곡들도 영화와 참 잘어울렸다. 

계속 듣고 있다. 나에게는 노래를 들으며 여름 

이탈리아로 달려갈 수 있는 상상력이 있으니

지금은 그걸로 만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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