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keleton Cupboard] 같은 행동을 바라보는 두 관점
훌륭한 치료자가 되기 위해서는 내담자를 복합적인 전체-약점뿐 아니라 강점을 지니고 있고 병리적 증상뿐 아니라 건강한 측면을 지니고 있으며, 잘못된 현실인식뿐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울 만한 현실 판단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서 가슴을 통해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 정신분석적 사례이해, 8쪽.
엊그제 상담 수퍼비전을 받았는데 내 접근 방식이 마치 의사처럼 문진하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상담이 3회기밖에 진행되지 않은 내담자라 사례개념화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서 기초 정보에 대한 탐색을 많이 했는데, 이런 부분이 수퍼바이저의 눈에 밟혔나 보다. 청소년 내담자인데 사용하는 어휘가 너무 전문적이라는 등, 여러모로 수긍할 만한 구체적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그 중 가장 뇌리에 남는 것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내담자 강점에 관한 수퍼바이저의 표현이었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말을 했다가 이미 그 말을 한 시점이 한참 지난 후에 번복하거나 정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건 병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고의 틀이 잘 안 바뀌는 경직성을 뜻한다.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라 사고의 틀도 변화돼야 하는데 바뀐 환경에서도 이전 환경에 고정돼 버리니 적응력에서의 손상을 야기하기 쉽다. 이런 증상의 다른 예로, 사회불안이 높은 사람이 자기가 했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렸을지, 이상하게 들리진 않았을지 염려하다가 다른 사람 말을 놓치는 것이 생각난다.
내담자가 '약간 정정해도 돼요?'라고 자주 말할 때, 나는 '네. 정정해도 돼요'라고 답하면서 이것을 증상의 관점으로 보았다. 이런 증상에 관해 수퍼바이저는 '너가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라고 말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고 피드백 해주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한 현상을 관찰자 시점에서 병리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과 내담자의 주관적인 마음 세계로 들어가 그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의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 같아서 울림이 컸다.
임상심리전문가가 상담 장면에 뛰어들 때 병원 독을 빼야 한다는 얘기를 선배나 다른 임상심리전문가로부터 빈번하게 들었다. 병원 독이란 게 다른 게 아니라 내담자나 환자를 병리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이다. 어떤 증상을 지녔는지 파악하고 그 증상을 제거하는 데 포커싱돼 있다 보니 정작 내담자나 환자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걸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실제로 수퍼바이저의 말을 들으니 새삼 내가 사람을 '판단'하는 데 길들여져 있구나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낸시 맥윌리엄스가 표현하듯이 내담자가 약점뿐 아니라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병리뿐만 아니라 건강한 면을 지니고 있음을, 내담자 마음 안에 역경에 맞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탄력성이 있음을 가슴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상담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험해야 하는 중요한 발달 과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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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클하고 갑니다~
올리시는글들을 보다보면 심리상담이라는게 정말 고고도작업의 하나인거 같아요. 영화인셉션의 꿈속에 꿈 이런식으로 중첩되는 느낌이 있지만 심리상담은 반대로 생각위에 생각처럼 확장의 느낌입니다. 글을 쓰고보니 인셉션과 동일한 느낌은 중첩된다는거네요. 여러가지로 생각을 던져주는 좋은글들 잘 읽고 있습니다~ 보클하고 갑니다~
정확히 지적해주셨네요. 생각 위의 생각이란 게 심리학적 용어로 meta-cognition이고 상담에서 정말정말 중요한 인지적 요소입니다.
@slowdive14 님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챌린지 #14 잊지 마시라고 2/3만큼 미리 보팅하고 갑니다 :)
옙 안 그래도 마감압박 느끼며 책 거의 다 읽어가고 있습니다
뭔가 신의 마음으로 애정을 담아 보는걸까요? ㅎㅎ
너무 예쁜 말이에요 ㅠㅠ
유능한 상담자는 아마도 이런 마음 알아주는 말을 잘하는 상담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