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8 비오는 목요일

in #dclick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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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fi님 감사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옵니다. 어제 오후부터 간헐적으로 내리더니 오늘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나 보네요. 완전히 그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세찬 것도 아니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듣기 좋은 불규칙 화음을 연주할 만큼만 내립니다. 새소리가 묻히지 않을 만큼만, 우산 하나만 있으면 물의 세계에 섬처럼 아늑한 도피처를 만들 수 있을 만큼만 내립니다. 일 년 강수량을 비 온 날로 나누면 그 값이 오늘 비 오는 모습일 겁니다. 평균의 함정에 빠진 가상의 중간치를 온종일 보여줄 모양이네요. 적외선보다 훨씬 느린 파장으로 천천히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산다는 건 굳이 의미를 담지 않아도 괜찮은 거라고 도가 튼 놈처럼 말합니다. 수명을 다하여 녹슨 나뭇잎들을 모체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어루만져주는 얄팍한 놈이 말입니다. 낙엽이 되어야 하는 냉정한 자연의 순리에 직접적인 원인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겠죠. 아주 기쁠 필요도 없고 아주 슬플 필요도 없고, 환희에 젖거나 절망할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멀거나 가까울 필요도 없고 맨정신이거나 꽐라 될 필요도 없다고... 딸꾹... (아직 안마심. 그냥 딸꾹질임)

임진강에 나가보고 싶습니다. 수직 낙하하며 조밀하게 강물을 뚫는 빗방울과 이를 넉넉하게 품고 돌아 산 뒤편으로 사라지는 강줄기를 하루 치 기억에 담으면 좋겠습니다. 강변 습지 공원 낙화한 코스모스 밭의 풍경이 훗날 늦가을의 기억임을 반추하게 하는 단초가 되겠지만, 어느 해였는지는 오히려 가물가물한 게 좋겠습니다. 늦가을이면 충분합니다. 심란한 일들이 연달아 생겼던 2018년 가을이 아니라 오늘의 비처럼 기쁠 것도 없고 슬플 것도 없는 기억으로 남아주길 바랍니다. 수많은 왜곡을 저장하고 있을 머릿속 한구석에 이 계절도 윤색된 채 박제되기를 바랍니다.

시신경과
청각의 신호와
곧잘 기억을 잃어버리는 후각과
서늘하게 문지르며 지나가는 촉각은
비 오는 날
모닥불에 둘러앉은 벙어리들
밤이 깊어
하릴없던 미각 님은
어디서 싸구려 화이트 와인을 찾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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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가을 풍경이..
적절하게 그려집니다
이제
이 가을도 얼마 안 남은것 같습니다^^*

곧 겨울이죠.. 추운건 싫은데 말입니다..

결국 와인 한 잔 하셨네요. ^^

비가 오고 난 뒤라서 그런지, 많이 추워졌네요.
거기도 그렇죠?

가는 시간이 늘 아쉽습니다.
즐거운 불금 되세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사실 그날은 와인이 아니라 소맥을..ㅎㅎ

강물을 뚫는 빗방울과 이를 넉넉하게 품고 돌아 산 뒤편으로 사라지는 강줄기를 하루 치 기억에 담으면

기억에 담았습니다.^^

잊으시면 아니되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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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ㅎㅎ

미세먼지가 주말에 심하다던데 걱정이네요... 보클하고 갑니다 ^^;

그래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 dclick!!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지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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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그렇게 무미건조했나요..ㅎㅎ

와인을 즐길줄 아시는걸 보니 고급인거 같은데요^^

싸구려입니다. 그것도 한모금만하고 바로 소맥으로..ㅎㅎ

크으...불금 보내십쇼!!!

터널나이트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ㅎㅎ

화이트와인 드신거에요? ㅎ
비가 와서 미세먼지 걱정 덜 했는데 주말에 다시 ㅠ

요즘 미세먼지가 심한가봐요. 계절을 안 가리네요..ㅎㅎ

비오는 날은 술이 친구하자 하나 봅니다.ㅎㅎㅎ

  • 수직 낙하하며 조밀하게 강물을 뚫는 빗방울과 이를 넉넉하게 품고 돌아 산 뒤편으로 사라지는 강줄기를 하루 치 기억에 담으면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비오는 날에는 왜 술이 땡기는건지 의아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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