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고민] 엽기 만행 위디스크 양진호 사건에서 '폭행 동영상'이 없었다면

in #dclick6 years ago

위디스크의 실소유주, 한국미래기술의 회장인 양진호의 엽기 만행들을 고발한 셜록의 박상규 기자가 쓴 취재 후기를 읽었다. 특종보단 사건의 해결을 위해 방송사 등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 아예 자료를 다 넘길 생각이었다는데, 어이없게도 삼성도 아닌 '소소한 중소기업의 일탈'이라 다들 난색을 표했다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관점으로 양진호 사건 보도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양진호의 폭행 동영상'이 없었어도, 지금처럼 화제가 되었을까. 폭행과 폭언이 일상적이었지만, 동영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기이한 가학행위들이 있었지만, 살아있는 동물을 엽기적인 방식으로 살상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얼마만큼 화제가 되었을까. 두 가지(동영상과 동물살상)는 양진호라는 인물이 가행한 폭력행위의 단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대중의 이목을 모으기에 적절한 재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화제성 재료가 약간 부족한 구조적인 문제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화제성이 약간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도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런 문제를 왕왕 겪었다. 남양유업 가맹점들이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약간 늦게 듣고서, 해당 가맹점주를 찾아가 '밀어내기'를 했던 수백여건의 자료들을 몽땅 usb에 담아온 적이 있었다. 그러고서 정성들여 '밀어내기' 등 가맹점을 향한 본사의 갑질에 대한 기사를 발제했더니, 데스크는 "그거 얼마 전 기자회견할 때 여러 언론에서 나온 보도에서 크게 나아간 내용이 없지 않느냐"라는 지적을 해왔다. 맞는 말이다. 크게 나아간 내용은 없으나, 더 구체적인 내용이 있을 뿐이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해 당시 기사화를 하지 못했고, 수개월 뒤 남양유업 사건은 가맹점주와 본사 직원간의 통화 파일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면서 엄청난 이슈가 됐다. 2013년 한 해를 '갑을관계'라는 키워드가 지배할 정도였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둘인가. 구조적인 문제에 천착하면, 그게 소소하거나 한방이 부족하거나, 달라진 게 없거나, 이미 여러차례 보도됐기 때문에 조명하기가 쉽지 않다. 간혹 표피인 사건 보다 구조를 볼 때, 더 큰 한방을 발견한 적도 있었다.(깡통주택 사기 사건처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했고, 인터뷰나 기획기사 등으로 겨우 기사화를 하곤 했다.

그래서 양진호 사건도 딴지를 거는건 아닌데, 이 사건이 '폭행 동영상', '동물살상'이란 화제성이 없었어도 이슈화가 가능했을까. 어떻게 하면 언론으로서 진짜 문제를 이슈화할 수 있을까란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내가 이전에 미디어오늘 칼럼에도 썼듯이,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 사건이 화제가 된 건, 신입사원들을 희망퇴직 시켰기 때문이었다. 그 해에 두산인프라에선 그 전에 세 차례 희망퇴직이 있었는데도 별로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 난 신입사원 퇴직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두산이 어떤 식으로 경영을 했는지 기업공시를 통해 살펴봤고, 노동자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노동사를 통해서 조명했다. 결국 기승전 내글 마케팅 같지만, 내가 썼던 칼럼은 여기에 있다.

링크 - 미디어오늘 칼럼 '사람이 미래다? 두산이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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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탐사보도는 가려서 잘 보이지 않고 싸다구만 남아있는 느낌이네요.

네 근데 싸다구가 넘 강하긴 하더라구요

디클릭 + 보팅으로 응원 드리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화제성의 역치가 점점 높이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이러다 사람들이 더 둔감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런 점도 고민이에요. 엽기적이어야 뉴스가 되는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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