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당신은 어떤 꽃으로 피어나셨습니까, 박완서님의 <호미>

in #dclic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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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친척의 결혼식이 잠실에서 있었다.
서울에 가면 영낙없는 시골 쥐라,
신부 아버지와 눈도장 찍기가 무섭게
모르는 사람 속에 줄 서 뷔페 음식 우겨넣고
고속터미널이 멀어지기라도 할까봐 허둥지둥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런데 알라딘 중고서점이 눈에 딱 띈 거다.
오라... 이거 좋은데?
거기서 두어 시간 보낸 것 같다.
책 서너 권과 이네사 갈란테 CD도 하나 건졌으니
단박에 서울행이 흐뭇해졌다.

그리하여 만난 박완서님의 수필집 <호미>.
작고하시기 3년 전 그러니까 2007에 나온 책이다.

.... 내년에도 살구 꽃을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울렁거렸다. 칠십 고개를 넘고 나서는 오늘 밤 잠들었다가 내일 아침 깨어나지 않아도 여한이 없도록 그저 오늘 하루를 미련 없이 살자고 다짐했는데 그게 아닌가. 내년 봄의 기쁨을 꿈꾸다니.... (p35)

작가의 작품을 여러 권 읽었다.
여주인공에 대한 연민의 반사로 남성중심 사회에
분노를 느낀 기억이 남아 있다.
수필은 처음인 거 같은데, 노작가의 일상이 꽃과 나무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호미 끝처럼 눈에 잡힌다.

맛난 과자를 조금씩 아껴 먹는 심정으로
하루에 한 두 편씩 읽었다.
가을철 쑥부쟁이처럼 수수하면서도 진솔한
영혼이 빚어낸 맑은 언어들.
불과 몇 년 전이라면 느낄 수 없었던 공감이
잔물결처럼 퍼져온다.
나도 늙어가는 모양이다.

..... 나는 우리 마당이 이랬으면 하는 꿈이 있다. 가꾼 티 없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한겨울 빼고는 사철 꽃이 피어 보기에도 좋고, 마음에도 위안이 되길 바란다.(p19)

화단을 가꾸는 일 외에도 어떻게 종교에 귀의하게
되었는지, 손자손녀 이야기, 소소한 여행기 등이 실려 있다.

저 위 사진에 연필로 쓴 공책이 보이는가.
책 날개 뒤편에서 툭 떨어졌다.
어린 친구의 과제였던듯 지도자의 교정 펜 흔적도
보인다. 이름은 없다.
묘한 연대감.......

나무와 꽃을 사랑했던 아름다운 작가님,
당신은 어떤 꽃으로 피어나셨을까요?

20181012_230119.jpg

박완서/열림원/2007/9,800(중고값3,500원)/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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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zam 님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챌린지 #12 미션완료입니다. 2/3만큼 보팅하고 갑니다 :) 나머지 1/3만큼의 리워드는 댓글에 보팅하겠습니다. ^^ 고생많으셨습니다.

잊지않고 와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ㅎㅎ

모르는 이의 흔적이 더 정겹게 느껴지네요

그렇지요? 중고등학생 독후감 같았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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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출석부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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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첫 응원왔습니다~^^ 즐거운 한주 되세요
/ 다니의 뉴비 지원 프로젝트(10월 3주)

오오.... 감사합니다. 리스팀 완료 ㅎㅎ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

저도 이번에 이사하면서 책장 가득한 중고책들을 정리 좀 하려고 하고 있네요~~ 그래도 서울에 올라오셔서 소중한 가치를 얻어가셔서 다행입니다 ^* 저런게 어쩌면 중고책의 매력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책욕심은 많아서 일단 사고 보는 편인데 중고도 좋아허쥬. 의외의 전 소유자를 만난 느낌.... ㅎ

전 주인의 흔적... 중고책의 매력이죠. ㅎㅎㅎ

ㅎㅎ 느껴 보셨쥬?

글쵸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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