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과 부, 그리고 붕괴] 결언) 그리고, 밤이 오면(When The Night Comes)
우리가 생각했던 부와, 풍요와, 문명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날까지도 우리는 넓은 집과, 풍요로운 여가와, 빨간 스포츠카를 사며 지내왔죠. 1929년 10월 29일, 소위 말하는 검은 화요일이 모든 겨울의 시작이자 모든 꿈의 끝이었습니다.
20년치 연방 정부의 예산이 시장에서 증발했습니다. "주식이 저렇다면 내 예금은 안전할까?"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예금을 찾으러 몰려듭니다. 10%의 지급 가능한 돈을 가지고 있는 은행들은 뱅크런을 일으키고 파산합니다. 그 와중에, 은행에 빚이 있던 채무자들은 목을 옭죄입니다. 그 사람들은 가진 자산을 강제로 팔 것을 요구당합니다. 압류는 자산 폭락을 가속화합니다.
연쇄 반응의 시작입니다. 경기는 수직낙하하고, 유동성은 줄어듭니다. 실직자가 증가하고, 생산이 줄어듭니다. 미국 인구 1.2억 중 1/4가 실업자가 됩니다.
미국만의 일일까요? 아뇨. 비슷한 일을 우리는 겪은 적이 있습니다.
때로는 도표 하나가 끔찍한 사진보다 더 무서운 법입니다.
바로 1997년 외환위기죠. 재미있는, 아니 섬칫한 이야기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최악의 악덕 대기업이라 불리죠.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 사람을 죽음과 맞대면하는 위험한 게임판에 밀어넣고 이를 통과하면 살아남게 해 주겠다고 유혹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어쩌다보니 늘 살아남습니다만... 늘 다시 함정에 말려드는 것도 능력(?)이더군요
그 만화에 등장하는 연 이자율이 12%입니다. 그런데 이건 아시나요? 국제통화기금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시중 은행의 금리를 29.5%까지, 콜금리는 40% 이상까지 올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제2금융권, 제3금융권은 더 심했습니다. 60%까지 치솟는 이자율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 때 생긴 수많은 대부은행들의 뒤에 일본 야쿠자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여성을 위한 대출이니, 무과장이니 하는 것들이 뜯어간 수많은 이자들이 죄다 어디로 빨려들어갔는지 감이 오시겠죠. 지금에서야 제3금융권 기준 30% 이하까지 어찌어찌 끌어내렸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1USD는 이후 최대 2200KRW까지 치솟죠.
IMF 경제위기의 원인을 온전히 버블 붕괴로만 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당시 많은 기업들이 차입 경영을 통해 견실하지 못한 거품 속에서 경영을 하고 있었고, 그 구조가 깨지면서 버블이 터진 효과가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때 백화점계에서 꽤나 이름 날린 뉴코아 백화점은 부채 비율이 1,800%에 가까웠으며, 해태는 1,507%, 아남은 1,275%에 달했죠.
버블이 나타나서 대출이 편해질 때 나타나는 흔한 과잉투자입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다시 돌아올 징조는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습니다. 금리가 역으로 움직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흘려낸 달러들은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실질 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채, 자산 버블이 늘어갑니다.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과, 1997년 외환 위기가 발생하기 전과 너무나 닮은 꼴입니다.
밀려난 사람들의 판자촌, 대공황기 미국의 '후버빌'의 모습입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금융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속에서 많은 실패를 거듭해 왔습니다. 어떤 정부는 칭송받았으며, 어떤 정부는 비난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순수히 정부 탓만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거부할 수 없는 호황 뒤의 불황이 터진 것이 우연히 그 시점인 것 뿐입니다.
세계 경제는 3가지의 미래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의 돈이라는 질서가 파괴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의 미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겨울을 기다릴 디플레이션의 미래.
그리고 다음부터 다룰 강력한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한 아슬아슬한 현상 유지의 미래.
인플레이션 시리즈에서는, 인플레이션 시대가 보내는 시장의 신호와 대응책을, 이 글에서는 버블이 터지고 이어질 디플레이션 시대에 대한 대응책을 알아보았습니다. 두 시대 모두 우리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그저 추운 겨울 속에서 하루 하루를 서로의 체온으로 버텨 나가듯,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운 밤 하루 하루를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대공황을 겪기 전, 한 정당의 의석 수는 12석에 불과했습니다. 대공황을 겪으면서 단 2년만에 12석의 의원수는 104석이, 다시 2년만에 196석(37%)이라는 압도적인 원내 제 1당에 등극하게 됩니다. 몇몇 사건을 더 겪은 뒤, 우리는 전대미문의 파시스트 독재자를 보았습니다. 아니, 독일은 독일 그들의 손으로 악마를 만들어냅니다.
바로 나치입니다. 일자리, 자유 그리고 빵Arbeit, Freiheit unt Brot이라는 단순하지만 무서운 구호속에 악마는 나타났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 댓가로 피를 흘리게 되었습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2차대전 중 가장 참혹했던 싸움이죠.
집단에 퍼진 공포는 극단적인, 광기어린 선택을 낳습니다. 인플레이션 겨울과는 다른 공포와 혼돈의 겨울 속에서 우리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잘 살려 온 온기를 불꽃으로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이고, 인류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어 온 방법입니다. 언젠가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은 찾아오니까요.
이제 마지막 시나리오가 남았습니다. 세 가지의 시나리오는 단지 저라는 한 사람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미래학자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고 있지요. 금융거래의 최첨단이자 최선봉에 선 우리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반드시 이 시나리오를 알고 숨구멍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파문이 일으킬 공포에 숨죽이지 마시고, 큰 흐름 속에서 시장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파국에는 이유가 있고, 모든 불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가을의 온기가 남아있을 때입니다. 마음을 다잡으시고, 언젠가 다가올 겨울을 위해 공포와 걱정을 내려두시기 바랍니다.
바다제비는 첫째 집은 침으로, 둘째 집은 눈물로, 셋째 집은 피눈물로 만든다죠
정신없이 두 번째 연재도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연재와는 달리, 이번 연재글은 한편 한편을 쓸 때마다 온 몸에 있는 피를 죄다 토해내는 심정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사이에도 작은 공포에, 검증되지 않은 루머에 고통받는 분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고, 암호화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소중한 돈을 날리는 것을 보며 내 일은 아니지만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두에게 저는 아직은 기회의 땅이 열려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지만, 진흙탕같아 보이는 이 곳에도 분명 연마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는 숨어있을 것입니다. 아니. 숨어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보석을 찾아내는 사람이 될 수 있길,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얻어 겨울을 잘 넘기실 수 있기를 마음 속 깊이 소망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필요할 때를 위한 그 작은 행운 한 조각이 당신의 마음을 인도하여, 사람들에게 따스한 불씨를 나눌 수 있는 온기가 되기를 기도하고 또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버블과 부, 그리고 붕괴] 지난 글들 바로가기
서문) 좋은 버블, 나쁜 버블, 이상한 버블
1) 빚이 모이면, 거품이 되지요(Bubble, Sum of all Debts)
2) 버블.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3) Pull up! Pull up! Pull up!
4) 버블, 터질 것 같은 오르가즘 (Bubble, Like Blowing Orgasm.)
5) 버블, 그라운드 제로로의 회귀 (Bubble, Returning to Ground-Zero)
6) 버블 붕괴, 그 시기를 알려줄 단서들
7) 버블 붕괴의 날, 경제적 예속 붕괴의 날
글 잘 읽었습니다. 몇가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있는데 설명주시면 감사하겠네요.
님이 말하시는 버블은 어느 시장에 버블인가요?
왜 버블이 나타나면 대출이 쉬워지나요?
또, 왜 지금 버블이 터지면 디플레이션이 오나요?
제 생각으론, 지금 현재 상황으론 딱히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래이션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데요. 뭐, 일단 님의 생각을 먼저 듣고 싶네요.
조금 더 예의를 갖추시면 좋겠습니다만....
일단 님은 좋은 단어가 아닙니다...
그럼 여기서 님이란 말만 빼면 예의를 완벽하게 갖추는건가요? 들어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아닌거 같은데... 그럼 도대체 여기서 예의 를 갖추라는말은 무슨뜻인가요?
좋은 말만 하고 듣기 싫은 말은 하지마라...뭐 이런 뜻인가요? ㅋㅋ 이건 예의가 아니라 비겁한겁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슬픈 나날인데요, 백화 선생님 글 읽으면서 힘내고 있습니다. 겨울이 조금만 천천히 왔으면 좋겠네요.
경제적인 공황은 사람들 안의 악마를 불러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란체스코 교황님은 자본주의가 악마라고 말씀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연재글 마지막까지 잘 봤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금융 자본주의가 갖는 가장 악마적인 면이죠. 인간을 계량화하고, 인간이 인간을 계량화해서 보게 되는 것이 말입니다. 전 그래서 이백충이니 하는 말이 참 슬프고 무겁습니다. 경제적 헤게모니를 상실한 세대일수록 이런 고통을 더 크게 받으리라 봅니다.
항상 위로가 되는글이여서 감사합니다. 곧 신규자금이 유입되는 날이 다가오고있는데 호재일까요??ㅎㅎ 좀 두렵네요
자산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는 한, 코인 시장도 커질겁니다. 중국과 유럽, 일본이 터지는 날이 진짜 겨울의 시작이죠.
마음의 울림이 강하게 오는 글입니다..
백화님의 글은 항상 나를 돌아보게 한 단계를 넘어서
주변을 때로는 사회 전체와 그 미래로 시선을 옮겨주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2018년 제가 붙잡은 단어가 있습니다.
'운김'
-여럿이 한창 함께 일할 때에 우러나오는 힘.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
백화님의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저 단어의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을 붙잡아봅니다. 부디 2018년에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따뜻함이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운김.. 멋진 말입니다 =) 자기 그룹만 챙기는 따스함이 아니라 공동체를, 나아가 인류 전체를 덮는 따스한 마음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project7님의 테더 붕괴로 인한 대하락장을 예견한 글을 리스팀하셨던데, 이에 대한 견해가 어떠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저도 빗피넥스가 테더의 발행량만큼 실제 달러를 예치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데, 그렇다 해도 그런 붕괴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까요?
저는 한국 정부의 '환율 방어' 및 '목표 성장률 유지'라는 대목표하에 지금의 규제가 있다는 의견에는 그분의 의견과 100% 같습니다.
중국이 언더그라운드에서 금을 매집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는데, 비슷하게 USD를 USDT의 형식으로 긁어모으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는 봅니다만, 오히려 USDT 자체보단 BTC 현물 확보가 더 중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부분에선 차이가 좀 있을 수 있겠네요.
지금의 한국 프리미엄은 오히려 한국이 갖고 있는 BTC 현물이 강한 상태라고 보는데, BTC의 기술향상이 향후 폭발적 수요를 불러온다면 저는 USDT가 아닌 KRWT 이런게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ㅎㅎㅎㅎㅎ
글이 너무 어려워서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ㅠㅠ 사이클이 있고 인플레는 계속해서 높아졌으니 다시 내려오기는 하겠습니다만 사실 언제쯤 내려올런지는 지나가봐야 알수 있을것 같은데요. 이것을 뚫고 올라갈만한게 4차산업혁명일테고 이때 다시 한번 성장이 폭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쓸 기회가 생기긴 할겁니다. 다만 이게 행복한 미래만은 아닐거에요.
좋은 연재 글 잘 읽었습니다~
경제가 붕괴될때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가 또다시 출연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경제 블로그를 자주 읽는데 금을 들고있어야 하는지 달러를 들고있어야 하는지 혼란스럽네요.. 눈과 귀를 활짝 열고 겨울을 준비해야겠습니다. 포스팅 감사합니다.
경제를 읽자며 한경을 구독해 읽고는 있지만 그간 제가 모래위에 성을 쌓아 올리고 있던게 아닌가, 경제신문 하나 읽는걸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백화선생님 글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못하고 무조건적인 수용밖에 할 수 없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요 ㅎㅎ 또한번 많이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