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Q&A 2. 유시민을 변호해보자면...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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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그제는 유시민을 겁나 줘패더니 갑자기 얘가 왜 이러나 하실분들이 있으실걸로 압니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어요.

유시민이 원하는 것과 유시민이 살아온 길을, 유시민이 바라는 경제를 이해하면 그 나름으로는 어떻게 해서든 최선을 다 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보기엔 (바른말고운말) 얄밉지만요.

시장 상황은 @haejin님과 @starjuno님 말씀처럼 두 번째 저점을 찍고 있습니다만, 지지선이 생각보다 강해서 첫 하락장 같은 드라마틱한 드랍은 없는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반등이 일찍 찾아올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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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박정희의 축인 그가 아이러니컬하게 박정희의 그림에 찬성하는 모습입니다.

한국 정치에 있어서, 아니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크게 우리는 세 사람만 기억하면 됩니다. 이승만, 박정희(와 하나회), 그리고 김대중(3김)이죠. 좋든 싫든, 그들의 많은 시행착오 섞인 정책과, 그들이 키워낸 사람들이 한국을 이끌어 왔습니다.

유시민은 김대중의 직계 후계라고 불릴 정도라던 노무현의 정신적 계승자입니다. 혹자는 현 대통령인 문재인이 계승자가 아니냐 하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계승자이자 노무현을 완성하기 위한 사람이라 보는 쪽이 더 올바를 것입니다.

각설하고, 유시민이 정계와 본격적으로 연결된 시점인 서울대 입학과 6월 항쟁을 떠올려 보도록 하죠. 원래 유시민은 공직의 꿈이 없던 사람입니다.

선배들이 박정희 정권에 끌려가 무자비하게 당하는걸 보고 사법의 길을 때려치고 부모님에게 할 변명거리도 되니 경제학을 선택했습니다만, 12.12.와 신군부는 정의감에 불타는 젊은 청춘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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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과 유시민의 운명은 여기서 갈립니다.

서울역 회군 이후, 체포당해 강제 징집당한 유시민은 보안사에서 모진 고초를 겪고 최전방으로 끌려가죠. 그 이후 수배령을 받아가며 이런저런 떠돌이 생활을 전전하다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에서 정치를 시작하며 소위 운동권 정치인이 됩니다.

이후 그가 독일 유학을 하며 집필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은 그의 경제적 사상의 시발점이 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경제 이데올로기 - 스미스와 막스로 대립되는 - 의 정리서에 가깝지만, 그 속에는 ”강력한 국가 이전의 자유무역은 경제적 예속으로 가는 길이며, 그 안에는 개인의 행복도 없다.”라는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녹아 있습니다.

이는 그가 나중에 저술한 <국가란 무엇인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는 대학시절, 야학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호흡했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겪었습니다. 그 경험은 저서 속의 “시장은 정의를 실현하지 않는다.”라는 너무나 도발적인 문구로 녹아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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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여공들의 삶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미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죠.

그가 보복부 장관을 재임할 때 행적에서 그의 정책적 마인드는 여실히 드러납니다. ‘최대한의 국가 이익, 부담되지 않는 미래를 보는 복지’입니다. 복지 예산을 최대한 증액하지 않고, 미래 세대 부담도 최대한 덜 주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다는 거였죠.

일은 참 잘 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의 보이콧과 언론 플레이로 이미지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빽바지라던가.. 그 누구라도 유시민 이전, 이후를 모두 통틀어 이 정도로 잘 구성된 복지 정책을 만들기는 힘들었을거에요.

그의 정책은 엄밀히 말해 NLPDR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비록 그가 만든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이 각각 경기동부연합, 인천연합에 잠식당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강한 공화주의적 복지론자에요. 가장 비슷한 사람은 니콜로 마키아벨리입니다. 그가 바라는 이상적 국가의 롤 모델은 북유럽과 비슷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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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PTSD, IMF사태입니다.

생각해보자면, IMF를 초래한 박정희 이후의 무분별한 정경유착이나 OECD가입을 하려고 무분별하게 시장을 열어제낀 김영삼이 메어야 할 굴레같은데 어찌된 것인지 이 IMF라는 멍에는 민주당계 정당이 지고 있습니다.

당시 질 수 없을 정도라고 불린 이회창 총재를 끌어내린 것이 IMF 극복,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스스로를 홍보한 김대중이었거든요. 어느 정도 극복을 했지만, 신용카드 남발(정권이 한 것은 검은 돈을 끌어내기 위한 거였지만... 부작용이 장난아니었죠)이라는 낙인을 지워내는데는 부족했습니다.

노무현 역시 경제의 펀더멘탈을 손대고자 많은 부분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에서 별다른 점수를 내지 못한 채, 개발 이득을 본 세력에게 집중공격을 당하고 정권을 내놓게 되죠.

그리고 이어진 이명박 시대를 보면서, 유시민은 그의 거목이던 노무현과 김대중의 떠나감을 봅니다. 그에게 IMF로 대표되는, 세계화와 경제 개방은 하나의 PTSD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실패한 것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에겐 상처만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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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있어, 월 스트리트는 무엇일까요?

정부가 관리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이 현상을 그는 피하고 싶어합니다. 노무현의 실패를 문재인이 다시 겪게 하고 싶어하지 않고자 하는 것이죠.

우리가 생각하는 탈중앙화는 그에겐 안개 속에 가려진 미로와 같은 것입니다.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에 막아야 하는 것이고, 가두어 놓아야 하는 것이죠. 학교에서 선생이 학칙으로 담배를 못 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의 정치생명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경찰국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많이 아이러니컬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통제란 국민이 만든 법이 보장하는 통제라는 점에서의 차이가 있을 뿐, 국가란 기본적으로 통제라는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그 생각 자체는 군사정권이나 이승만 정권의 생각과 동일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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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통제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할 때입니다.

극도의 자유, 극도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철저한 비신뢰 속의 신뢰를 추구하는 비트코인은, 그의 중앙화된 통제와는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 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기에, 그리고 그 이기심을 위해서는 공공선을 실행하고 스스로의 이익을 줄일 줄도 아는 이율배반적인 동물이기에, 저는 이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자본주의 2.0이라는, 민주주의 2.0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이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는 아직 그 잠재력을 모두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 바닷물이 뒤로 쭈욱 빨려나가는 것과 같이 세계 경제와 정치와 국가를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암호화폐는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기득권이 만든 경제체제라는 족쇄를 깨트릴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혁은 DAPP이라는 형태로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사회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과실을 향유하는 그 자리에 여러분과 웃으며 함께 할 수 있을 그 날이 오기를 저는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조그만 파도가 여러분의 마음을 어지럽히더라도, 마음 가는 길을 따라 죽 곧게 나아가시길 바라며, 도쿄에서 드리는 포스팅을 맺을까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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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세계는 자유라는 미명 하에 여러가지 부작용들이 일어났었죠. 그는 아마도 이를 '국가의 통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의 컨트롤을 통한 해결은 일시적 방안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덜 이익이 되는 선택에 동의해야하는데 이것이 쉬울까요?
매우 역설적이게도, 저는 크립토커런시에서는 이런 것들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이기적으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면, 크립토커런시는 돌아갑니다. 채굴자는 채굴의 대가로 수수료와 블럭 보상을 받고, 거래자들은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하여 자신의 거래를 안전하게 기입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들은 기록됩니다. 어쩌면 모든 것이 투명해지는 것, 그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짧게 생각해봅니다.

전 유시민의 60대글에대한 스스로의발언에 책임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중 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오 평소에 녹티스님 글을 눈팅만 하다가 저 유시민 짤 보니까 갑자기 혈압이 오르네요..........

아마 저때가 문재인 케어에 관해서 토론했을 때인데.

수가가 안좋은데 왜 의사 하려고 난리냐!
왜 의대는 못가서 안달이냐!
아직 먹고 살만하니 그런거 아니냐! 라는 밑도끝도 없는 논리를 꺼냈더랬죠.

그렇게 따지면 소방관도 경쟁률이 높으니 처우개선은 말도 안되는거겠죠....
먹고 살만 하니까 경쟁률이 높으니까요.
얘기가 길어졌습니다ㅠ

도쿄에서 핸드폰으로 글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도 잘읽었습니다 :D

혈압 오르시라고 일부러 띠꺼운 표정 짤로 엄선해서 올렸습니닼ㅋㅋㅋ

유시민의 철학적 사상적 틀이,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군요. 왜 가상화폐에 대해서 규제를 요구했던 것인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군요.

유시민은 의료급여제도 혁신 국민보고서라는 거대한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지요. 당시에는 환자를 비난하더니, 이제는 의사를 비난하는군요. 언제 그의 화살이 실패한 자신에게 돌아갈까요.

글 잘 읽었습니다.
유시민 논객에 그러한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는줄 몰랐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민주당계의 장렬한 실패인 카드대란과 닷컴버블 그리고 부동산의 참담한 결과를 목도한 그 분에게 통제될 수 없는 암호화폐는 공포 그 자체였을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저 상황이 통제불가능했었다면 유시민 장관의 입장으로는 어땠을지 상상이 안갑니다.
탈중앙화와 탈권력화가 기본인 암호화폐는 완전한 시장논리를 기반으로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통제와는 상극이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유시민 논객이 느낀 공포는 국가주의에 물든 그에게 본능적인 두려움을 야기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결국엔 그도 하나의 프레임을 정해놓은거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보수적인 사람이 된거죠. 정치적 보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젊은사람들이 하나의 울타리를 보고 이거뭐야하면서 뚜들어깨거나 넘어다니거나 할때 어른들이나 기득권 들은 쟤들 뭐야하면서 울타리를 더 크게 만드는것과 같다고 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울타리안으로 가두려하고 아이들은 그 울타리를 넓혀 더큰 세상을 보려하는거죠. 결국은 어쩔수없는 대립인것같습니다. 조금 아쉬운건 서로 날선 비판과 강한 대립구도를 가질수밖에없고, 그들이 힘을 가져서 더 열불나는건 맞지만,.. 이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적 보수의 프레임이 되간다는게 저는 어이가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원하지않는 그림이라고 보고, 그게 더 심화될경우 한국에서 가상화폐의 이미지는 더 왜곡되지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이래저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까봐 걱정되긴합니다. 보수냐 진보냐의 싸움이아니고, 신 구세력의 대립인데.. 구세력의 말초라고 해야될까나 구구구 세력들이 갑자기 이걸이용하니.. 난감할뿐입니다.

유시민에 대한 글을 또 쓰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ㅠㅠ

유시민이 가상화폐를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여론이 나쁘게 기우는건 이상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또한 시대의 지식인이고 자기생각을 표현하니까요ㅎㅎ
또한 새롭게 다가오는 세대에 누가 적응할지는 모르는거 아닐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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