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늬를 어쩌랴steemCreated with Sketch.

in #club100last year (edited)

폭설주의보
틀리지 않게 하려고
수억년만에 눈이 내렸습니다
또, 수억년이 자나도록
하루 봄 같은 날씨에 얼었다가
툭툭, 관절 부러지는 소리로
눈은 녹아서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눈부심이 넘쳐서
천지 사방이 환한 대낮인데
나는 캄캄한 얼음나라 크래바스에 갇힌
펭귄처럼 옴짝달싹 못한 채
탈출을 포기한 채 죽음의 공포에 떨었습니다
오, 신이여
나를 버리신 신이여
눈보라와 함께 눈사태가 몰아쳐
내가 있는 흔적을 지우고
냉동된 고독이 눈물로 흐를 때
방울방울마다 눈부심이 넘쳐서
어둡게 빛나던 삶을 저버리지 마소서
나 이제
숨쉬기조차 어려우니
이 절대적인 절망마저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내 삶이라는 걸
피눈물 나는 기도로 씻어내고 있음을
나 살아서 이 빙하기를 지나가게 하소서
얼룩진 이 무늬로 나의 흔적을 보전하게 하소서
2023-1-18
@jamislee 이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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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은 것 같아요.
여기는 눈 구경이 힘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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