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思者] 중국에 없고 한국에 있는 것

in #china7 years ago (edited)


Beijing, China Ⓒiamruda

작년 문재인 대통령 방중 때 한 중국 친구가 문자를 보냈다. 한중관계 개선, 사드, 일본침략과 위안부 문제에서 한중간 일치, 한중간 전략적 믿음 등 네 가지 문제를 물었다.



먼저 대답을 하기 전에 내가 되물었다.

"넌 사드를 뭐라고 생각해?"


2017년 중국 방송과 신문은 사드 문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한국인의 시위, 촛불시위와 박근혜 탄핵 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가운데 중국에 대든 괘씸죄(?)로 탄핵을 바라보는 숨겨진 그들만의 독해관(讀解觀)을 발견할 수 있다.

사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나는 사드의 기술적 문제와 좁게는 남북한과 중미, 넓게는 일본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국제관계 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즉 내가 사드에 대해서 이해하고 판단하는 그 근거는 어디서 왔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조건 "대~한민국!"은 아니지 않은가.

암호화폐로 비유한다면 누군가는 "가즈아"를 외치며 암호화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닌다. 그렇다면 그 근거는 어디서 왔는가. 이 모든 믿음과 판단은 돈오(頓悟)와 같은 순간적인 깨달음은 아니라고 본다. 대체로 우리는 전통적인 매체부터 SNS까지 여러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한다.


"넌 사드를 뭐라고 생각해?"

이 질문은 사실 네가 이해하고 판단하는 근거, 즉 사드에 관한 정보의 출처는 무엇이니, 라는 의미이다. 연일 중국 미디어에서 사드 보도와 해설이 있었지만 「긴급토론 사드란 무엇인가」와 같은 방송의 찬반 토론이나 상반된 주장을 전하는 언론 보도 등을 접하지 못했다.

시민(時敏)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다시 한번 암호화폐의 거품을 경고하고 그 무가치성을 주장한다. 정부, 언론, 전문가와 대중도 암호화폐를 놓고 찬반을 다툰다.

사드와 암호화폐 문제를 단순히 같이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는 국내 문제로 자국과 타국이라는 애국주의가 개입하는 사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처럼 남북문제의 경우에도 당시 한국에서는 서로 다른 주장이 격렬히 대립했다.


담론장: 時敏보다 市民

전문가는 필요하다. 개인이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위해서. 그러나 누구나 틀릴 수 있고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토론과 검증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토론과 검증이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되는 담론장(談論場)이 한 사회에 존재해야한다.

전문가는 담론장에서 무엇을 주장하거나 정보를 제공하고 퍼뜨리는 등 영향력이 있다. 반대로 개인으로서 시민(市民)은 전문가보다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없지만 담론장의 다수를 구성한다. 결국 市民社會에 담론장이 없다면 市民은 우매한 대중이 되기 쉽다. 국가나 전문가의 일방적인 주장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론장은 민주주의와 市民의 힘이 올바로 발휘되기 위해서 중요하다

중국에 時敏은 많다. 적지 않은 지식인과 전문가 時敏을 만나봤다. 그러나 아직 時敏에 비해서 깨어있는 市民은 부족하다. 공개적으로 정부 정책에 관해서 찬반을 다투는 공론장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 민주주의와 함께 담론장이 형성되었다. 다만 현재 중국에는 없지만 한국에는 있는 담론장의 한 단계 발전을 위해서 국가나 전문가(언론)는 각각 선전(propaganda)이나 반드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등의 방식이나 태도를 버려야 한다. 또한 市民은 항상 깨어 있어서 비판적으로 주장과 정보를 받아야들여야한다. 미디어 과잉시대, 생각하지 않으면 결국 사는대로 생각한다.


@iamruda[北京에서 思는 者]

  1. 靜觀其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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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마지막 문장 매우 공감합니다. 사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등의 방식이 매우 만연한 상태인데(특히 정관계 쪽에..) 이런 비하인드를 모르고 드러난 뉴스만으로 판단하기엔 사실 무리가 있는 일들이 많아서 되도록 매사를 신중하게 천천히 판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자칫 마녀사냥으로 흐르기 십상이지요.

개인적으로 요새 케이블tv에 삼국지 등이 많이 방영되는데, 어릴적에 삼국지/수호지/초한지 등 많은 중화권 이야기를 게임으로 소설로 드라마로 친숙하게 익혔지만,
그 안에 다룬 상대를 이기는 법 / 손자병법 류의 내용들이 지금와서 보니
한국 사람들을 많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끼친 면도 다소 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사견이구요. 파이를 키우는 내용이 아닌, 파이를 갈라 먹는 내용만 다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배울점이 너무 많은 책들임에는 분명하지만요.

많은 통찰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또한 중국의 음악(얼후 같은), 보이차를 마시는 낭만 이런것들은 또 매우 좋아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많은 부분 우리의 거울이죠. 말씀하신대로 중국 문화의 영향이 있기 때문에 韓民族을 잘 알려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합니다. 또 현대국가 대한민국을 이해하려면 미국과 일본을 이해해야 하고요. 단 모두 주입식 학습이 아닌 비판적 학습이 필요합니다.
@lostmine27님은 바로 비판적으로 중국을 보는 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후와 보이차를 즐기며... 사마의를 쫓아낸 제갈량이 오버랩되네요~ :) 자주 뵙겠습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 일본을 더 많이 다녀오고 근현대사도 좀 공부를 많이 했으면 싶네요. 저도 뭐 책 몇 권 간신히 본 수준입니다만..
지리적으로 좀 아쉽네요. 중/러/북에 둘러쌓여..이 정도 버텨내고 살아온게 기적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하버마스의 이 책이 떠오르는군요.

역시 @qrwerq님 예리하신데요!
하버마스의 '공론장', 포퍼의 '열린사회', 푸코의 '통치술', 그람시의 '헤게모니'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아아 훌륭한 학자들의 중요한 개념들이군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덧. 저는 스팀잇을 보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임제가 말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개념에 너무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겠죠.
'아비투스', 동의합니다. @qrwerq님의 날카로운 지적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유시민이 방송에서 토론 하는 모습이 다시금 떠올라서 답답해 지려고 합니다~^^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JTBC 토론에서는 예전 유시민의 모습이 많이 보이더군요. 전연옥과 설전을 벌였던 '사나운'(?) 유시민의 모습이. 누구나 자기 주장을 할 수 있으나 '에토스'가 중요하죠. @smartcome님의 신선한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스티밋은 담론장이 될 수 있을까요? 성격상 치열한 토론이 붙기는 좀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SNS에서 처럼 공격적인 언사들은 최대한 삼가하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정제된 논리로 무장한 토론은 더 가능할 듯도 하네요. 감정보다 논리에 기반한 토론이라면 오히려 스티밋의 담론의 장이 더 건강할수도.. 좋은 글 보고 갑니다.

"공격적인 언사들은 최대한 삼가하는 곳이니까요"는 보팅이 이유 중 하나겠죠. 아직 사람도 많지 않고 뭔가 만들어가는 환경이라서 서로 잘 하자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러나 이유가 뭐든 문화는 과거의 답습 뿐 아니라 새로 만들 수도 있죠. 스티밋 담론 문화를 기대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감정에 앞서 논리에 기반을 둔 토론이 그 문화의 핵심 중 하나죠.
@mmerlin님의 <최순실과 동업할 뻔했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우민 중 한명입니다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홍보해

@floridasnail님, 오늘도 눈을 뜨니 북경의 찬바람이 매섭네요. :) 홍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iamruda님 안녕하세요. 써니 입니다. @floridasnai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써니님!

리스팀과
보팅을 위한
홍보
고맙습니다~ :)

누구신가 했더니..ㅋㅋ 반갑습니다~~ 가즈앗!!! ^^

즐겁게 정독했습니다.
時敏이 비판 받는것과 市民이 비난받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신것 같은데
제가 제대로 이해한걸까요?
스팀잇에 또한분의 현인등장이군요
따르며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앞으로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formysons님이 한 문장으로 요약해주셨는데요. :)
스트라스부르그는 처음 들었습니다.
프랑스는 파리만 가봤습니다. 중국에서 만난 친한 프랑스 파리 친구가 있죠.
현인은 부끄럽고요, 스팀잇에 스토리텔러, @formysons님이 등장했다고 말하고 싶네요.
건축에도 관심이 많지만 @formysons님의 「건축학개론」과 「냉정과 열정사이」를 섞은 듯 건축학과 재입학과 친구를 만나러 프랑스로 간 이야기, 그리고 X-Japan이 이어준 인연 등의 후속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아이들이 너무 예쁩니다. 저 어릴 때 같아요. :)
자주 찾아뵙게요~

다른분들 보기 부끄럽네요 약속된듯한 서로를 위한 가치 펌핑 ㅋㅋ
현인님을 맛난와인과 고기로 대접할 기회 기다립니다.
...
고짧은 틈에 신상을 쭈악 털어주셔서 감사 ㅋ

좋네요. 팔로우했습니다.

@soyo님, 고맙습니다.
@soyo님의 장단기 새해 계획을 보면,
창작이라는 측면에서 단기 계획은 곧 장기 계획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 같네요.
단기가 중기와 장기로 연결되고, 내일은 오늘의 결과겠죠.
준비하신 큐레이션 계획도 흥미롭습니다.
응원합니다! 자주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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