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바의 일상+서평] 오랜만에 가진 독서모임. 피로한 나를 더 피로하게 만들었던 "피로 사회" - 과다긍정피로의 사회에서 온오프가 필요하다.

in #busy7 years ago

2015년 7월 경, 폭풍 같은 대학원 1학기를 마치고 삶의 흥미를 잃어버린 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숨쉴 구멍을 만들고자 했다. 평소 내가 뭘 하면 스트레스를 좀 풀 수 있을까 고민해봤더니, 그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을 때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때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독서 모임". 벌써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렇다할 이름도 없는 이 모임은 4명의 대학생, 대학원생들로 시작됐다. 그렇게 매달 한 번 모여 십여권의 책을 함께 읽었지만, 나름 모임의 장인 내가 작년 6월부터 병원입시를 준비한 이후로 책 모임이 일시중단되고, 책모임 구성원 대부분이 모두 모여있었던 수원에서 떠나 서울 경기 여기저기로 뿔뿔히 흩어지다보니, 다시 독서모임이 일어서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임을 유지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많아 서울에서 모이는 것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고, 결국 책 모임은 다시 시작되었다. 서울의 사당, 강남처럼 서울 사람들과 경기도 사람들 모두 접근성이 좋은 곳을 장소로 정하기로 헀고, 이전에 매달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날짜를 투표를 통해 정했던 것에서 매달 둘째주 금요일 저녁 7시경에 모이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다.

그렇게 2018년 3월 9일이 올해 첫 모임 날로 정해졌다. 책은 @jwonder가 추천한 피로사회였다.

예전에 한 번 친구에게 책의 내용을 들어 흥미로웠으나 매우 어려운 책이었기에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참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임 장소는 사당역 "셀스 스터디". 입구에서 암호를 치고 들어가야하고 각 방의 전자 패널에 모임과 예약자 이름이 뜨는 등 상당히 모던한 곳이었다. 사실 내부는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이렇게 입구에서 인터폰을 하면 얼굴도 확인할 수 있다. 암호를 숙지하지 않고 화장실에 갔다 들어오지 못한 @lekang의 최후를 찍어보았다.

이번 모임은 총 11명이 참여했다. 사실상 역대 모임 중 최고 참석율이다. 군대를 간 친구를 제외하고 총 16명이 있는데, 서울로 장소를 옮겼음에도 그 중 11명이 왔다는 것은 꽤 의미있는 결과처럼 느껴졌다. 다들 책을 사랑하는구만...

다들 오랜만에 모인 김에 단체사진도 찍었다. 놀라운 사실은, 11명 중 9명이 스팀잇에 가입되어있다. 물론 스팀잇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영업한 사람들이다 ^^;

나와 @lekang에겐 초상권 따윈 없으니 모자이크를 하지 않았다. 항상 이렇게 모자이크해서 올리면 범죄자 집단처럼 되어버린다... 현재 그나마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언급해보면, @dmy @kimsursa, @lekang, @jwonder, @yidar 등이 있겠다. @sinnanda2627님도 이 모임의 멤버나 아쉽게도 오지 못했다.

오랜만의 모임임에도 2시간 동안 열심히 떠들고 싸웠다. 책이란 것은 확실히 혼자 읽을 때보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들어야 편협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듯 하다. 오랜만에 일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떠드니 리프레쉬가 되는 듯 했다. 이 책에서 나온 말로, "무의미의 피로"이다.

요즘 시국에 맞게 다음 책은 페미니즘 책을 정하기로 헀는데, 어떤 책이 될지 궁금하다. 페미니즘에 관심은 많지만 예전에 책모임에서 한 번 읽었던 "나쁜 페미니스트"는 별로 정보가가 없었다. 피로사회는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다음 책은 열심히 읽고 이야기를 나눠봐야지.

너무 책모임 얘기만 하면 좀 그러니 책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봐야겠다.

"피로사회"는 한국 사람이 독일에서 독일어로 써서 이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다시 한국어로 역번역된 특이한 이력의 책이다. 뭐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름처럼 피로사회는 현대인들의 피로가 어디로부터 오는지에 대한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절반밖에 읽지 못해 대안제시부분은 읽지 못했지만, 현대 사회의 피로감과 우울에 대한 분석은 나름 일리가 있어보였다.

사회의 담론은 시대에 따라 변해간다. 무언가를 함에 있어서 태초에는 "~해서는 안된다"라는 관점이 있었다. 이후에는 "~해야 한다"라는 당위의 관점이 있었고, 현대에는 인간의 자율성과 가능성을 인정해 "~할 수 있다"라는 관점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저자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사고관이 우리를 피로하게 만든다고 한다. 사실 세상에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예를 들어 내가 100미터를 9초에 뛴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지만 수사적으론 불가능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자신이 육상 선수가 아님에도 100m를 9초에 뛰려고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기 때문에, 해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일을 하고, 일이 끝나고 나서도 자기계발에 박차를 가한다. 잠을 줄여가며 외국어를 공부하고, 업무역량을 키운다. 이런 "긍정 과다 사회"에서 주는 "긍정의 피로감"은 우리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서서히 스며든다. 적이 외부에 있고, 썩은 부위가 있다면 도려내면 그만이지만, 이렇게 우리 내부에 우리와 한몸이 되어 살아가는 관념들은 스스로도 알아차리기 힘들다.

주말을 반납해가며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평일에는 야근을 불사하며 일을 더 잘 되게 만드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사회적 관점이 우리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긍정의 피로"이며, 이러한 피로를 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책에서 언급된 표현을 빌려오면,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

이렇게 긍정의 피로는 인간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만들기 때문에, 피로를 해소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은 계속해서 일과 자기계발로 점철되고, 에너지가 바닥이 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가 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쉬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무위의 피로"이다(이 부분 부터는 읽지 않은 부분이라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전까지 써온 내용도 마찬가지다). 무위의 피로란, 말 그대로 아무 생각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피로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독교의 "안식일"을 예시로 든다. 6일 일하고 하루 쉰다. 6일 열심히 일하고, 하루 정도는 아무 것도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실 이건 당연히 할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물론 지금은 5일 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틀을 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결국엔 "긍정 과다"의 관점을 바꿔, 하고 싶을 땐 하고, 쉴 땐 쉬어야 한다는 프레임을 잘 탑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이를 위한 "온오프"라는 개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할 땐 전원 스위치를 켜놓고, 일이 끝나면 전원 스위치를 내려 나를 쉬게 해주는 것, 즉, 생각의 스위치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내가 대표적으로 온오프가 안되는 사람이다. 일이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막상 시간이 있을 땐 죄책감을 느끼고 불안에 떨며 하루 종일 만화책 보고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일할 때 일을 제대로 못하고, 쉴때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온오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도 모르겠다. 알게 되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ㅋ 그래도 요즘 스팀잇과의 온오프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여러분들도 긍정 과다의 사회 속에서, 내가 어떤 것을 반드시 최대치로 잘할 필요는 없으며, 나의 삶과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조금은 삶의 여유가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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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하지 않으려고 다 안 읽고 보팅만 찍고 갑니다. 근데 멤버를 보아하니 밋업인데요.

ㅎㅎ 감사합니다 :) 지인들을 스팀잇에 많이 데려오다보니 어딜가나 밋업이네요 ㅎㅎ

밤비님 왠지 오래간만 입니다
서로 너무 바쁜척을~?ㅎㅎ
덕분에 요즘 태그에 비지달고 글을 씁니다

ㅎㅎ 요즘 글을 거의 일주일에 힌두개밖에못쓰네요 ㅠ 아마 반년정도는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스팀 모임도 하시는군요 ㅎㅎ
책을 좋아하시는 빔바님 ㅎㅎ 본받아야겠네요!ㅋ

ㅎㅎ 취미가 별로 없어서 그나마 하는게 책읽기네요. 그것도 못하고있네요 요즘은 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생각이 나를 피곤하게 한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게다가 요즘엔 아이한테도 “괜찮아~ 좀더 노력하면 할 수 있을거야”라고 자주 말했는데+.+ 조금 조심해야겠다싶네요!
독서모임 좋은 것 같아요~ 혼자보다 여럿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잖아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밋업 하셨군요.

"저자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사고관이 우리를 피로하게 만든다고 한다."

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생각입니다.~~ 그 와 함께 적절한 비유였습니다.

역시 책을 읽으면 생각의 범위도 커지는거 같습니다.

이 글은 오늘 태그 정리목록 추천 포스팅으로 넣겠습니다 ㅎㅎ!!

그래서 저는 피로를 줄이기위해 연봉대신 워라밸을 택했습니다
잘 한거겠죠 ..

ㅎㅎ 잘하셨습니다 ^^ 워라밸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전 과정특성상 연봉도 작고 워라밸도 없는 곳에서 일한답니다 ㅠㅠ

책 모임이라니~ 부지런하시네요. ㅎㅎ

저도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뒤쳐진다는 생각에 자기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것 같네요.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ㅎㅎ 맞습니다. 더 무서운건 스스로도 채찍질하고 있다는걸 못알아차리는 것 같아요.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잘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

@vimva님, 독서모임은 참 재미있을 것 같네요^^
피로사회는 얇은 책이지만 쉽사리 펼쳐보지 못 하고 있는 책인데- 감사해요! 도전해봐야겠어요.

ㅎㅎ 정말 재밌었습니다 ^^ 아직 사회초년생이라 정신은 없지만 한달에 한 번 활력소가 되네요 :) 저도 아직 반절정도 남았는데 틈틈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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