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속에 빛나는 서정(이태백)

in #busy8 years ago

서경(敍景)과 서정(敍情)-이태백에게 들어보다.

“아빠! 유키 구라모도는 서정의 끝판왕이야.”

아침식사자리에서 딸의 말을 들은 난 문득 생각에 잠겼습니다.

‘서정이 뭐더라? 그리고 서경이라는 말도 있지.’

좋아요. 우리 벗님들과 같이 이런 사유를 나눠볼까요?

펼 서(敍) 풍경 경(景)

풍경을 펼쳐 보임이 서경이고요.

펼 서(敍) 뜻 정(情)
작품에 자기 뜻을 펴는 것이 서정입니다.
여기서 뜻은 의지가 아닌 감정을 주로 말하지요.

주로 시에서 많이 쓰는 표현들입니다.

시의 신선 이태백님! 보여주세요.

<여산 폭포를 바라보며> - 이백(李白)

日照香爐生紫烟(일조향로생자연)
향로봉에 햇살 들어 붉은 안개 피어나는데

遙看瀑布掛前川(요간폭포괘전천)
멀리 바라보니 폭포가 앞 내에 걸려 있네.

飛流直下三千尺(비류직하삼천척)
날아 흘러 곧바로 삼천 척을 떨어지니

疑是銀河落九天(의시은하락구천)
구만리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졌나?

이런 시가 서경시입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경치를 보여주었죠?

그러나-
이태백이 시의 신선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가 단지 풍경을 멋들어지게 읊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풍경 속에 그의 혼이 흐르고 있다는 말이지요. 서경 속에 서정을 품고 이중주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성정(性情)은 참으로 견고하여 남의 말에 쉽게 무너지지도 않고 자기 본질을 바꾸려들지 않습니다. 아무리 고매한 사상이라 할지라도요.
그런데 전혀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스르르 봄 햇살이 얼음장을 녹이듯이...
풍경을 노래하다가 어느덧 그 사람의 심장 속에 들어가서 울리고 있는 놀라운 싯귀가 있으니 바로 이태백의 언어들입니다.

그의 또 다른 시를 감상해볼까요?
아! 한시를 읽을 때는 느림의 미학을 존중해주세요.
속독을 자랑하지 말아주세요. 속독 속에는 서경도 서정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해석은 제가 트랜디하게 해보았습니다.

花下一壺酒 화하일호주 -꽃 아래 술 한통 놓아두고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친구도 없이 혼술을 한다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잔을 들어 달님과 건배하니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내 그림자까지 셋을 이루었네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달은 원래 술을 못 마시지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그림자도 내 하는 짓을 따를 뿐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잠시 달과 그림자 더불어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봄날을 즐기는 거지 뭐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내가 노래하면 달은 배회하고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내가 춤추니 그림자도 흐드러지누나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깨어있을 땐 서로 깔깔거리다가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취하니 모두 제 갈 길로 흩어져
永結無情遊 영결무정유 -그래! 무정한 사귐이라도 길이 맺었으니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아득한 은하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네

꾸미기_--2-이백2.jpg

느껴지세요?
봄날의 풍경 속의 이 거나한 취기! 그리고 잔잔히 깔린 고독의 빛깔---
혼자여도 추레하지 않고 더불어도 끈적이지 않는 저 여유-

이게 월하(月下)독작(獨酌)이라는 시의 1/3입니다.
전부 기록하면 벗님들이 제 갈 길로 흩어져 버리겠죠?ㅎ
다음 포스팅에서 만날 날을 기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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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거리고 즐기다가 각자의 일상과 위치로 돌아가야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저도 타타님의 포스팅에서 이제 그만 나가렵니다.
2/3가 올라오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깔깔깔!

다시 만나서 또 깔깔거리며 지난 일을 이야기할 수 있겠죠. 그리고 맞이한 행복과 넘치는 흥을 나누며.^^

마음을 넘 잘아시네요.

또 한 알다가도 모를게 마음이기도 하죠.^^

서경에 서정을 넣을 수 있는 경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겠지요.
이 마저도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이 서정을 닮지 못한다면....

드러난 것에서 드러나지않은 것을 건드리는 기술!
유상과 무상을 하나로 뒤섞어버리는 반죽의 능력은 가히 신적이죠.
고마워요 테일콕님!

낭만을 즐기는 이에게 '혼술'은 그것을 극대화하기에 최적의 요소인 것 같습니다.ㅎ

그죠? 우리 낭만을 위하여 만나서 같이 혼술 한번 하실래요? ㅎ

👍👍👍👍👍👍👍

달 빛 아래 술 한잔과 흥에 취해 어깨를 덩실덩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흥에 취해 달빛 아래서 한잔이 생각 나는 그림 같네여

네 원사마님 어제 제 기분이 딱 저러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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