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수 없는 것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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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의 비상.
그토록 오랫동안 우움츠렸던 날개~~~
신해철의 길 위에서, 황머시기의 나는 할 수 있어, 다시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강산에의 거꾸로~~연어처럼. 등등...
이런 자기암시적이고 열심히 부르기만 해도 자아가 실현될 것 같은 노래를 많이 불렀었다. 20대 때 얘기다. 일부러 찾아서 들은 건 아니고 멜로디에 혹했었는데 흥얼흥얼 따라 부르다 보니 그런 심각한 가사라는 걸 알았다. 완전 국내산 멜로디충이었던 나는 내 취향에 맞는 멜로디라면 노래를 가리지 않았다. 멜로디에 충실했던 가요에 주로 애착이 갔었다. 가사는 사람이라는 악기를 울리기 위한 매개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20대가 훌쩍 지난 다음 그때를 돌아보면 두 가지 키워드가 생각난다. 자유와 이상. 나이가 상관있겠냐만, 황혼에도 그것을 찾거나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이 없겠냐만, 자유와 이상을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로 본다면 그곳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곳은 20대의 어느 플랫폼이 적당하지 않겠나.
20대를 관통했던 내 키워드는 명확하나 그 실현에 있어서는 게으르기도 했다. 게으르다고 해서 20대의 팽팽한 태엽이 늦춰지지는 않았으므로, 당연하게도 시간은 갔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하루를 보냈고 시간은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졸업 후에는,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또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싸우는 것이 일이었으니 다른 의미에서 보면 게으른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결핍해 보이기만 했던 그때는 내 여정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다. 단지 막연하게 자유나 내 이상이 뜬구름이 아니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 '그토록 오랫동안 우움츠렸던 날개~~~'류의 노래들이 입에 착착 감겼는지도 모른다. 뭔가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지는 않더라도 그 길로 가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던 것일까.
자유와 이상의 실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그런 것을 소원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20대였다. 그 10년 동안 가끔은 치열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아닐 때가 훨씬 길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저 얼레벌레 그 시절을 보냈어도 나에게 그 시간은 결국 각인의 시간이었다. 20대의 내 키워드가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는 것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해도 그때나 지금이나 내 근간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저 노래들을 부를 수는 없겠다.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리고만 있던 날개가 관절염에 걸려 버렸기 때문이고 지친 어깨 떨구고 한숨 짓는 그대 같은 가사는 늙은 꼰대의 쫀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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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런 류의 노래들을 좋아했는데
마찬가지로 멜로디가 좋아서 듣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가사가 심오한...

글이 참... 좋네요
담담하게 잘 읽었습니다 :)

유독 이런 노래들이 멜로디가 좋은 노래가 많죠.
사실 요즘 노래는 가사 알아듣기도 힙듭니다.ㅎㅎ

오..
귀에 들어오는 노래들이네요
대단한 인기 곡들이었죠

우리 고등학교 대학때는 송골매,김학래,이선희
이사람들 노래 중얼 거렸어요 ㅎㅎ
종로에 나가 음악 다방에서 죽 때리고
신촌 독수리 다방에서 친구들 만나고...ㅠㅠ
명절 저녁이면 다 그렇게 모였죠
신중현과 뮤직파워있는 나이트 쏠에서 놀고 ㅋㅋㅋㅋㅋ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송골매와 김학래...ㅋㅋ 넘 친근한 이름입니다..
독수리 다방도 언제적 독수리 다방인지....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고등학교를 그 근처에서 다녀서 신촌은 네 나와바리였죠.

눈 몇번 끔벅거리니 시간이 휘리릭 지나가버리네요ㅎ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정말로 눈 한 번 깜짝하니 수십년이 훌쩍 갔습니다..
세월 무상이 이런건가 봐요..ㅎㅎ

저는 아직도 부르는데요...요새는 이승열의 날개, 들국화의 걷고, 걷고...
날지도 못 할 키위가 하늘만 바라보는 꼴이 아니여야 할텐데...ㅎㅎㅎ

들국화 노래에 걷거 걷고라는게 있네요.. 돌고 돌고 돌고는 알아도...ㅎㅎ
연식에 비해 엄청 최신곡들을 듣고 계십니다요...ㅋㅋ

저도 즐겨불렀던 노래들도 있네요.
그 와중에 황머시기 ㅋㅋ

자유와 이상 늘 꿈꾸는 것들이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

행복한 한가위는 다 지났지만 음,,, 행복한,,, 개천절 되십시오..ㅎㅎ
하드포크에 보팅파워 거덜에 일도 바빴고 다사다난했던 추석이었습니다.

저런 노래라도 있어야 한 번씩 시원하게 내지르며 응어리라도 풀 수 있을듯요ㅎㅎ 관절염 걸린 움츠린 날개ㅋ 날개 전문 물리치료원을 찾아야겠어요

그 물리치료원은 저에게 꼭 필요합니다. 추석 연휴때 파스타 엘보우에 걸렸거든요..ㅎㅎ
운전중에 갑갑하면 한번씩 소리지르며 노래부를 때가 있는데 그러고 나면 속이 좀 시원해집니다.

임재범의 '비상'을 나가수에서 임재범이 뜨고 나서야 들었는데 가사가 참 와닿더군요.

관절염에 걸려 버린 날개가 발리 치유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ㅎㅎ
현실에 발 붙이고 살되 꿈을 꾸는 삶도 괜찮을 듯 합니다~
유니콘님의 꿈에 무조건 응원을 보냅니다~^^

오 무조건 응원해 주시는 겁니다..ㅎㅎ
꿈이라도 없으면 안되는 것도 나이 탓이 아닐까 합니다. 비상을 듣고 와닿으시면 아직 청춘입니당...ㅎㅎ
임재범의 사랑이란 노래가 있는데 이것도 미스티님 스타일일거 같은데요..

자유와 이상
평생 간직하는 키워드

뉴맨님은 항상 유념해 두실 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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