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인연, 여행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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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스 슬라이스 블랙 올리브. 절임 식품이자 멸균제품이고 정제수, 정제 소금, 젖산철로 가공하여 캔에 담긴다.
스페인의 어느 밭에서 한 농부와 농부 아낙의 보살핌을 받으며 영글던 올리브였다. 올리브 나무가 펼쳐진 둔덕의 끝은 지브롤터 해협을 내려보고 있다. 은가루처럼 반짝이는 수면으로부터 젖줄 같은 해풍이 불어온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안으로 사람과 자연이 끌려 들어가 풍요로운 대지를 만들었다. 이 안달루시아 둔덕에서 풍성한 매무새에 앞치마를 두른 아낙과 챙이 짧은 모자를 쓰고 강인하게 허리를 조인 농부는 구슬땀을 흘리며 올리브 수확에 한창이다.
반달족 점령 시기에나 있었을지 모를 풍경이지만, 어쨌든 스페인의 이름 모를 농부가 나에게 보낸 열매이자 땀의 결실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올리브 열매를 매개로 그와 나는 공통의 주제와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인연이 깊다.

조리용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도 스페인산이다. 그 올리브 농부가 부업으로 재배한 포도로 만든 것일지 모른다는 아담한 상상은 현실성은 없어도 인연의 농도를 지중해의 하늘만큼 짙고 푸르게 만든다.

필리핀에서는 정제수와 백설탕과 구연산으로 파인애플을 가공 처리하여 보내왔다. 나는 윗옷을 벗은 채 커다란 칼을 휘두르며 열대우림으로 들어가는 구릿빛 청년과 인연을 맺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 면과 토마토 홀을 보내왔고 미국에서는 토마토 페이스트를 멕시코에서는 할라피뇨를 중국에서는 양송이 슬라이스를 보내왔다.

그 외 온갖 잡다한 식자재들이 세계 각국에서 들어와 조그만 자재 창고에 쌓여있다. 그것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거창한 소식을 물고 내 앞에 도착한 전서구의 행렬이 아닌가 싶다. 이기심으로 버무려진 자본의 그 오토매틱 한 흐름일 뿐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삭막할뿐더러 본질을 놓치게도 만든다. 대량 생산을 공장 생산으로 착각하게 하여 씨 뿌리고 수확하는 사람의 마음을 자칫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한낱 자본의 욕망이라 해도 나와 맺어진 질긴 연으로 인해 나는 식자재에게 그들 존재 이유를 듣는다. 무슨 블랙코메디 대본 같다.

며칠 전부터 내가 가졌던 또는 가지고 있는 인연을 한번 건조하게 들여다보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연관의 사슬에 묶여 있다는 존재론적 공통점에는 관심이 없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피곤하다. 배고픈 퇴근길에 갑자기 생각 나버린 7년 전 청국장집. 갑작스러운 것이라고 해서 밑줄 쳐 가며 해명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지독하거나 혹은 구수하거나. 청국장처럼 말이다.

스페인의 농부나 필리핀의 구릿빛 청년보다 훨씬 가까운 스팀잇 인연들, 우리 밋업은 꿈꾸는 늑장 소녀 제시카 님 꿈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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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집을 지나는데 족발 향이 진하게 풍기는 이유는 몸무게 업그레이드의 신호. 조심해라. 살찌는 건 양자역학적으로, 살 빼는 건 아주 지난한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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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음식 포스팅이 많아진 듯하다. 포스팅마다 떠나라고 속삭인다. 어디로든 가라고 한다. 목젖 아래 마그마가 끓기 시작한다. 지구를 멸망시킬 만큼의 화산재를 품고 곧 터져 나올 기세다. 지구행성 생물의 존폐가 걸린 일이니 나는 떠나야 한다.
아내에게 가까운 곳으로 가족 여행 가자고 했더니 폭풍 검색을 시작한다. 1박 2일 일정으로 멍 때리기 좋은 곳이면 좋겠다. 그래서 무슨 글램핑장을 예약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다. 택시 타고 가도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이게 무슨 여행이야??
아무렴 어때. 최근 개장한 율곡 수목원도 볼 수 있겠다. 하루 푹 쉬고 임진강이 코앞에 펼쳐진 전망 좋은 카페에 가서 차 한잔해야겠다. 그 카페, 탁 봐도 불륜의 쉼터이던데. 우리 가족이 침입하여 난장판을 만들어야겠다. 막내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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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쉼터를 탁 봐서 어떻게 아시나요??????????????

저희 가게에도 은근 불륜들이 찾아 오거든요.. 딱 보면 압니다..ㅎㅎ

ㅋㅋㅋ 딱보면 ㅋㅋㅋ

ㅋㅋ 맞아요 딱 보면 아는 수가 많아요 ㅎㅎ

<행복한 스팀잇 만들기 프로젝트> 이웃의 글을 추천하고 보팅도 받고에서 @feelsogood님이 추천 해주셔서 응원보팅 하고갑니다~ :D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D

감사합니다.. @momoggo님, @feelsogood님..

sadmt님..잘 읽었습니다. ^_^

고맙습니다.ㅎㅎ
좋은 주말 즐기세요..ㅎㅎ

살 빼는 건 아주 지난한 달리기.... 진짜 공감이에요 ㅠㅠㅠ 가족여행 글램핑 예정되셨다니 부럽네요~~

말은 그렇게 하고 잘 달리지는 않고 있으니,,, 이 뱃살을 어찌할지...

마지막이 압권이군요. 막내 하나면 충분하다 ㅋㅋ

초딩2학년인데 12월생이라 1학년처럼 행동합니다. 게다가 막내라 아주 와일드하죠...ㅋㅋ

밋업에서 흥했는데, 불륜의 쉼터에서 깼습니다 ㅋㅋㅋㅋ 깡통에 너무 품격을 불어넣으셔서 깡통에서 툭 농부들이 튀어나올것 같잖아여. 또 꿈꾼다~~~~~ ㅋㅋㅋ

꿈속에 근사한 200평 짜리 2층 집 마련해 두셔야 합니다. 500명 쯤 몰려갈테니...ㅋ
옥수수 깡통에 있는 타잔 차림의 미국인도 데려갈게요...ㅎㅎ 옥수수는 미국 위스콘신 출신...ㅎㅎ

1박2일 찍으러 가시는군요. 잘 쉬다가 오세요. 힐링도 하시고...
1 을 보니 갑자기 스파게티와 파스타가 먹고 싶어집니다.

넵, 아직 시간이 있지만 벌써 간 기분이네요..ㅎㅎ
파스타는 집에서 해 드실 때는 조금 센 불에 하시면 맛이 약간 좋아집니다..ㅎㅎ

좀 전에 글쓰기 모임 주제가 인연이었는데...
참 묘한 인연입니다 ㅎ

뉴맨님과 저의 인연처럼 묘할까요..ㅎㅎ

ㅋㅋㅋㅋㅋ
딱 보면 아는디...
정작 본인들은 날 모르겠자 합니다

꿩이 도망가다가 급하면 가랑잎 속에
머리민 처박고 숨죠..ㅋㅋ

그렇고 그런 사이면 누에 띄게 마련인데요..
아닌 척 해봐야 손바닥이라는...ㅋㅋ

저도 캔 보면 그냥 공장 제품이거니 했는데 @sadmt님 말씀 듣고 보니 처음엔 누군가가 열심히 만든 제품이었겠네요. 이런 생각을 하시다니.
가족들과 즐거운 글램핑 되세요!! 하아 좋은 공기 아래에서 먹는 목살, 삼겹살. 생각만 해도 부러워요.

ㅋㅋ 고기 구울건데 순희님 볼 수 있도록 사진도 예쁘게 찍어야겠네요...
오랬동안 집과 일터만 오갔더니 몸이 근절거려서 못 참겠습니다.ㅎㅎ

앗 저는 고기를 못 먹는데요 ㅜㅜ

아 맞다... 돼지고기에 알러지도 있다고 그러셨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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