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타임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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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 8시 쯤이면 기온이 30도를 넘는다. 며칠 전에는 아침 8시 10분의 기온이 32도였다. 옛날, 더위에 허덕일 때 "땡칠이 됐다"는 표현을 썼는데 지금 땡칠이가 된 채로 며칠째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출근해서 주방에 첫발을 디디면 얼굴에 확 와 닿는 건 후끈한 공기다. 어제의 잔열이 식지 않은 것인지 홀보다 몇 도는 높은 듯하다. 전열 기구를 켜고 물 끓이기 위해 가스 불까지 붙이면 오늘의 전투 시작이다. 손님 받기 전 준비 과정에서 이미 홈빡 젖어 흐물흐물해진다. 이 더위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을 리 없지만, 사람이 뜸해도 장사할 준비는 안 할 수 없으니 매일 빼먹을 수 없는 과정이다.
지난주부터 주말에 썸머타임을 적용하기로 했다. 주방 1명 홀 1명이 두 시간 늦게 출근해서 두 시간 늦게 퇴근하기로 했다. 주방 1명은 내가 당첨되었다. 하하하... 당첨이라기보다 사장님의 은근한 압박에 굴복했다. 하하하... 이제 주말 장사 준비를 금요일에 모두 해둬야 한다. 토, 일요일은 출근하자마자 바로 장사 시작이니까 내가 맡은 부분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거다. 저번 주 금요일 아침 8시 10분 기온이 32도였다. 그날 주말 준비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 약간의 두통을 동반한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손님 없을 때 틈틈이 홀 에어컨 앞에서 머리를 식혔다. 항상 더위에는 강하다고 자신했었는데 올해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금요일 밤, 내 사전에는 없었던 불금을 즐겼다. 늦게 출근해도 된다는 게 좋은 점도 있다. 고질적인 월말, 월초 용돈 고갈 현상 때문에 술 다운 술은 못했지만... 용돈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이번 주, 금요일에는 불금을 제대로 즐겨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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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떨어지면 곧 깜깜해진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있다. 달빛이 훤한 날에는 사물을 충분히 분간할 수 있을 듯하지만 주변에 아무 불빛이 없다면 대낮처럼 밝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사람들 대부분은 인공조명에 의지해 살아간다. 조명이 없다면 매일 칠흑 같은 밤에 시달릴 것이다. 한밤중 가로등 없는 시골길을 달릴 때 어둠의 어두움을 실감한다. 가로등이 없는 산중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그렇다. 헤드라이트를 끄면 심연의 아가리로 빨려들 것 같다.
산 중의 밤을 보고 새삼 놀랐었다. 검은색으로만 색칠한, 눈앞의 커다란 산이 아무 말조차 없어서 무엇이든 실토해야만 하는 분위기였다. 거짓말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나 어둠 부적응자였는지 몰랐다. 매일 밤 불을 끄고 잠이 들면서도 방 안의 어둠을 절대적 어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커다랗고 시커먼 산 앞에서 나는 절대적 어둠을 보고 있다고 느꼈고 무서웠다. 두려움이란 건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것 앞에서 느끼나 보다.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게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앞에 서면 두려운가 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결국 통신이 끊긴 답답함에서 온다.
친하게 지냈던 이웃들 몇 분이 보이지 않는다. sns 특성상 나만 친하다고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를 대략 아는 분도 있고 전혀 모르는 분도 있다. 어서들 돌아오시면 좋겠다. 혹시, 기우겠지만, 스팀잇에 들어오기도 힘들 정도로 정신적 육체적 소모를 겪고 계신 건 아닌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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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차량에 표시되는 외부 온도가 출퇴근 불문하고 3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28도! 아, 쾌적해!
가게 도착할 때쯤 30도로 원상복귀했지만, 온도계가 고장난 게 아니란 걸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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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찔끔 내린 비 때문인지 찔끔 내려간 온도 때문인지 모기가 다시 출몰하고 있습니다...ㅠㅠ

비 내렸다는 소식이 여기저기 있네요. 울동네 찜끔 정도가 아니라 세방울 정도 떨어지다가 그쳤습니다. ㅠㅠ
모기가 더위에 지쳤다가 잠깐 션해지니까 나오나보네요.. 하기 배도 고플테니...ㅎㅎ

요즘은 더운 것이 한계를 넘어서, 해수욕장 장사가 오히려 잘 안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네요. 집이나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는.
불 앞에서 일하시게 됐군요. 부디 살아남으시길 바랍니다.ㅎ

올 여름은 꼼짝없이 불 앞에서 녹아나게 생겼습니다. 여름 지날려면 멀었는데 말입니다..ㅠㅠ

헐..
주방온도가 장난이 아닐건디...
대단합니다
더위를 강하다면 강철 체력이지요 ㅎㅎㅎㅎ

힘든내색 잘 안하는데 주방에 잠시 있으면 저절로 힘들어란 말이 튀언나옵니다..ㅎㅎ 체력보다 체질이었는데 그런것도 별 소용없네요.

선녀를 만나는 주네요.
적당히 주님 즐기시고
더위 무사히 넘깁시다.ㅎ

선녀라기보다 선녀가 주시는 긍휼한 양식을 받아 먹는 겁니다..ㅎㅎ
비 몇방울 오더니 오늘 밤은 약간 선선하네요..

그러게요.
어서들 돌아오시면 좋겠습니다.
활동이 멈춘분 2분이 보이더군요.
오늘 시원하게 소나기 내려서 좋았어요.
오늘도 힘내셔요.~!

별님이님도 힘내십시오. 모두들 돌아오실거라고 믿습니다.ㅎㅎ

아무리 더위에 강한 사람도
이번 폭염은 견디기 힘들겠어요ㅠ
저희 남편도 늘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인데
올해는 힘들어 보이네요

사실 기운이 쫙쫙 빠집니다. 몸보신에 신경써야 할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ㅠㅠ

'심연의 아가리'라는 표현이 멋집니다.ㅎㅎ
낮에 도서관에 있다가 자취방에 돌아가면 정말 숨이 막혀서 힘듭니다.ㅠㅠ

에어컨 없이 버티기 힘들더군요. 수분보충 충분히 하시고 건강 잘 챙기셔요..

최저기온이 30도 무너지면 29.9도만 되어도
시원하다는 착각에 빠진다는...ㅋㅋ

살은 익어요...ㅠㅠ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28도 보고 정말 쾌적한 느낌이었습나당..

오잉!? 온도가 많이 내려갔네요~~ ㅎㅎ
부산은 지금 현재 35도라고 휴대폰에 떡하니 나와있네요. ㅎㅎ
단비 소식이 있더니..강릉에는 폭우가 왔다는 기사를 보았네요.
이번 한 주도 화이팅하셔요!

오늘밤은 약간 선선합니다. 워낙 더운 날이 오래되어서 이제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시원하다고 느끼게 되는 듯 합니다. 비 몇방울 왔는데 좀 많이 내리면 좋겠어요..ㅠㅠ

밤 중에 운전하다 보면 정말 무서울 때가 있어요~
라이트를 켜고 해도 말이죠~

견디다 보면 이 여름도 한풀 꺾이겠지요.
보양식도 많이 드시고 기운내셔요~^^

미스티님도 무더위 슬기롭게 이겨나가셔요..
사람이 원래는 야행성이었다는데 어두운게 무서운거 보면 그게 아닌가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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