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 산사람 2 -1
1부 이야기는 단이의 죽음이 시작이었습니다. 단이가 죽은 후, 시점이 3년 전으로 옮겨가서 지한이 소래옥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서술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소래옥에서 지낸 3년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이 불안한 느낌은 단이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한은 안절부절못한 채 마당의 이쪽과 저쪽 끝을 빠른 걸음으로 왕복하고 있었다. 단이를 죽인 괴물은 지한 자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인간의 피가 목구멍을 흐를 때, 감전과도 같은 그 황홀한 쾌락의 감각은 분명 지한 이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물리적으로 그에게 속한 세포가 발산하는 무조건반사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세포의 공명이 잦아들어 쾌락의 감각이 허물어지면 지한은 그 자리에 혼란의 탑을 쌓았다. 아직 남아있는 인간 지한의 측면은 내면의 괴물과 투쟁 중이었다.
그는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친구, 살인, 본능, 생존, 쾌락이 뒤죽박죽 섞여 빚어낸 죄책감이 혼돈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 더한 무력감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지한은 계곡으로 내려가 차갑게 흐르는 물에 몸을 담갔다. 여름 계곡은 태양이 지나가는 길을 피해 어두운 음지로 파고들었다. 물의 부력이 그를 지탱하는 동안 잔물결이 귓잔등에서 출렁거렸다. 그는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진 하늘을 물끄러미 보았다.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의 좁은 틈을 강렬한 태양이 헤집고 있었다. 단이의 잔상이 아른거려 눈을 감았다. 그러자 붉은 하늘이 펼쳐졌다. 그의 몸에 새겨진 피의 흔적들이 하늘을 적신 걸까. 그는 무거운 것에 짓눌려 깊은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깨는 꿈처럼 벌떡 일어섰다. 소래옥으로 돌아온 지한은 몸을 말리고 책상에 앉아서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가 펜을 들었다. 빈 노트의 첫 장을 손으로 꾹 눌러가며 펼쳤다. 그리고 자신에게 내린 저주를 노트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것은 지난 3년의 기록이다. 저주 앞에 무릎 꿇게 된 한 인간의 패배에 관한 보고서다. 아직 완전한 패배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완전한 패배를 지연시킨 요인은 내 의지가 아니라 "그"의 시간표임을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완전한 패배자와 다름없다. 나는 "그"가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인간으로서의 의식을 누릴 수 있다. 그 범위는 때로는 좁고 때로는 넓지만 대체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좁아지고 있다. "그"는 내 내면의 괴물이며 숙주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개체다. 내 몸은 지금 "그"의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마치 단성생식 하는 하급 동물처럼 똑같은 유전 정보를 다음번 숙주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이것은 인간에게는 저주이지만, 불멸의 삶을 산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에게는 축복이다. 나는 인간이 아닌 존재로서의 희열과 쾌락이 내 것이 아니고 저주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것이라고 변명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단이의 죽음에 내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책임이라는 말은 회피의 가능성을 암시하므로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목숨으로라도 그를 돌려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단이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내가 이대로 완전한 괴물로 변해버리고 다른 숙주를 찾는다면 억울한 그의 죽음은 헛된 것이다. 단이의 죽음이 엎질러진 물이지만 내 숙주의 삶을 내가 끊을 수 있다면 적어도 그것은 단이의 희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디 내 기록이 마지막이기를, 단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내 생을 연장해주신 아버지의 희생이 어깨를 무겁게 누른다. 그래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지한은 고개를 들어 열려있는 미닫이창 너머로 시선을 보냈다. 3년이 하룻밤 꿈 같았다. 소래옥에서 가졌던 편안함과 안도감의 정체, 아버지의 유산, 그로 인한 착란에 가까운 상실감, 그리고 내면의 괴물을 받아들이기까지 3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어제의 일인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지한은 다시 펜을 들고 빠르게 써 내려갔다. 내면의 괴물에게 침범당하기 전에 끝내야 했다.
소래옥에 머물면서 큰 변화가 찾아왔다. 심적인 안정도 작지 않다. 그러나 더 큰 변화는 갈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3년 전 단이와 헤어지고 산으로 들어온 날,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했었다. 이틀이 지나자 갈증 때문에 문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지루함에 못 이겨 산책이라도 하면 갈증은 어김없이 목구멍과 입천장을 괴롭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소래옥의 울타리 안에서는 약간의 갈증조차 없었다. 소래옥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어떤 고통도 찾아오지 않았다. 소래옥은 자진해서 갇혀야 하는 감옥이 되었고 내 삶을 영위하는 유일한 우주가 되었다.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툇마루에 앉아있거나 소파에 기대있기만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은 내 편을 드는 것처럼 보였고 내면의 괴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괴물에게 잠식당하던 인간으로서의 감정까지 돌아오기 시작했다. 내면에 들어앉은 괴물을 조금씩 배출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 한 모금 없이 며칠을 보내고 있었으면서도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노주와 단이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새기도 했었다. 노주와는 아름다운 추억이 많았으나 이별하던 날의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그녀와 그렇게 무덤덤하게 헤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아니면 소래옥으로 부를까도 했었다.
소래옥 이라는 공간에 대해 흥미가 생기는군요 ㅎ
산사람 읽다보면, 내가 뱀파이어가 된다면.. 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요 ㅎ
뱀파이어가 된다면 소래옥으로 급히 피신을...
중간에 한두번 놓쳤더니 ... 응원합니다 ~
사실 최근 몸상태가 안좋아서...더위를 먹은 건지 추위를 먹은건지...건강 조심하세요 ^^
더위 조심하셔야 합니다. 더불어 냉방병두요. 무더위가 좀 가셔야 기운이 나겠네요.
헐..
단이가지리산까지 따라오고...
외국 갔다 온다 했는디..
죽어 버렸네요?..ㅠㅠ
너무 일찍 죽었지만 얘기의 전개를 위해서...
소래옥에 서는 목도 마르지 않고 안정을 돼찾아가네요 소래옥에 비밀이 멀까..갈수록 궁굼해지네요
소래옥의 비밀은 곧 밝혀집니다.
이런 소설은 어떤 영감을 받아야 적을 수 있을까요?
능력자이십니다~!
첨 써보는 거라서 서툰게 많습니다. 소설 쓰시는 분들 존경스럽긴 하네요..
흠...괴물을 조금씩 배출하는 느낌...에 집중이;;; 단이가 당연 죽(었)을거라 생각한 인간 독자들이 그 괴물이겠죠.
이래서 우리 모두 괴물이 되는건가요..ㅎㅎ
리스팀으로 응원합니당~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리스팀 감사합니다.
이어지는 소설 기대됩니당~ ^^
'스파'시바(스빠씨-바)~!
소설 쓰기
부럽습니다.
이렇게 구상하고 풀어내자면
시간이 늘 모자랄 듯^^
부족한 건 글솜씨와 구성이죠. 처음이라 넘 허술해서 ...
노주는 부르면 안돼~!!ㅠ.ㅠ
헉,, 설마 노주까지..
아버지가 어떤 실험?을 하셨나보네요.
예 아버지가 뭔가를 했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