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김애란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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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입  동  -  김  애  란

자정이 다 되는 시간 아내는 벽지를 붙이자고 한다.
화장실 욕조에서 풀을 바르고 둘이 애써 붙이다 아내의 어깨가 떨린다.
아들이 이름을 써놨다.
아니 쓰다 말았다.
김 ㅇ ...
아들이 살아있을 때 이름을 쓴 것을 본 적이 없다.
잘했다고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벽지를 든 채 굵은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내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힘겹게 대출을 끼고 집을 장만해 평범하게 살았다.
5살 아들 영우가 후진하던 어린이집 차량에 치여 죽었다.
어린이집은 보험처리를 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을 앗아간 댓가로 보험금이 지급됐으나 손댈 수가 없었다.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하던 사람들은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하듯이 우리를 피하고 수근거렸고,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이제 그만 울라'고 채찍질 한다

마트에 갔던 아내가 10분만에 급하게 돌아왔다.
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본다고 한다. 아들을 잃은 사람은 어떻게 살고있는지 궁금해한다고...
아내에게 과민반응이라 했으나 이내 곧 나도 알게된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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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순간 그들의 삶은 정지 되어버렸다.
아들만 없어졌을 뿐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것도 따뜻하게...
내가 있는 이 곳만 멈춘 것이다. 여전히 겨울인 것이다.

매일 매일 놀라우리만치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인 삶 속에서 사람들은 무뎌진거 같다.
누군가의 살의 일부가 떯어져 나갔는데 애도를 표하는 척 안주거리로 삼고 그로 인한 보상에 참견을 한다.
이 불행은 특별한 사례지만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게 아니고 누구나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 TV에서 희생자 어머니가 직장을 그만두자 보상금 많이 받았으니 쉰다는 이웃들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본인들은 억만금을 주면 자식과 바꿀 것인가 묻고 싶다.
그들이 따뜻한 바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켜봐주면, 그거면 된다.
다른 사람의 불행은 절대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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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저는 못읽어요 저런책.. 모퉁이만 봐도 눈물이..

표리뉴님 감성이 살아있군요^^👍

먹먹한 스토리네요..팍팍한 삶 속에서 무뎌지는게 참 슬픈건데 말이죠.

남의 아픔까지 안아줄 여유가 없어지고 있어요 ^^;;

아.... 제가 최근에 읽은 책들 중 너무 좋은 책에 속하는 책이군요. 먹먹하고 짠하고 가슴아프고... 저는 김애란 작가가 너무 좋습니다...

저도 저 책읽고 김애랴 작가가 좋아졌어요.
덤덤하게 가슴을 울리더라구요.

바깥은 여름 책제목과 책표지가 느낌있네요^^

아..ㅠㅠ 세월호 얘기에 갑자기 시무룩해지면서
개인적으로 얼마전 시무룩했던
노무현대통령 9주기가 생각나네요..ㅠㅠ

그러네요. 노대통령님도 생각이 나네요.
소중한 사람을 잀었지요 ㅠ

maikuraki님이 mimistar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maikuraki님의 짱짱맨 출석부 2018년 05월 26일 #jjangjjangman

... minaje [이유식일지] 이유식준비물 mimistar/td> 스팀잇 하고 싶습니다. amukae88 ...

다른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참 가슴을 울리는 내용이네요.

(롱다리님 아까 송금 보고 찾아갔는데 오늘 포스팅 없어서 다시 나왔어요. 감사해요^^)
그냥 지켜봐주기만 하면 될텐데 환부에 모래를 뿌리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ㅠ

그게 사람의 습성인 것 같아요. 그냥 지켜봐 주기만 하면 좋겠는데 정말...

아니 왜 ㅠㅠ

그러니깐요 왜 ㅠ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와 훌륭해요^^

simsimi님이 mimistar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sjchoi님의 [일일 미션] 2018년 5월 25일 초성퀴즈 + 보팅 추첨

...r/> 0 802 19 mimistar/td> 2018년05월24일 23시47분
0.028 927...

그렇죠.. 남의 불행을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상상하는걸로는 쉽게 말하며 안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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