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in #busy6 years ago (edited)

이야기 1 (서기 70년 추정)

저자: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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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예수께 나아와 말했다.

“주여, 벙어리 귀신이 들린 제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이 귀신이 아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스스로 자해를 하고 입에 거품을 물며 이를 갈고, 시름시름 앓게끔 합니다. 제자들에게 귀신을 쫓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실패하였습니다.”

아이를 데려오자, 귀신이 아이를 잡아 뜯다시피 하였고, 아이는 입에 거품을 물고 땅에 쓰러졌다. 아이의 아버지에게 이러한 상태가 얼마나 되었나 묻자, 귀신이 아이를 매우 어린 시절부터 죽이려고, 불과 물에 몸을 던지게 하였다고 답하였다.

“하실 수 있거든 자비를 베풀어 도와주십시오.”

예수가 이에 답하시기를,

“‘할 수 있거든’이라니,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

그러자 아이의 아버지가 눈물로 외쳤다.

“주여, 제가 믿습니다. 제 믿음 없음을 도와주십시오.”

예수께서는 더러운 귀신을 꾸짖으셨다.

“말을 못 하게 하고 안 들리게 하는 귀신아. 너에게 명하노니 아이에게서 나와서, 다시는 들어가지 말라.”

그러자 귀신이 소리 지르면서 아이의 몸을 뒤흔들며 나왔다.
귀가하면서 예수의 제자들이 물었다.

“왜 우리는 귀신을 쫓지 못하였습니까?”

예수께서 답하셨다.

“이러한 류의 귀신은 기도와 금식으로만 쫓아낼 수 있다.”

이야기 2 (서기 150년)

저자: 루키아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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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아데스는 나이든 친구 유크라테스의 병문안을 간다. 그리고는 유크라테스 본인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크라테스에게는 이집트 주술사 친구가 있었다. 이시스 여신의 제사장이기도 했던 그 친구의 이름은 판크라테스였다.

판크라테스는 종종, 빗자루나 절구에다가 옷을 입혀놓고는 세 글자의 명령어를 내렸다. 그러면 그 빗자루나 절구통 등이 마치 사람처럼 움직여서, 물도 길어오고 심부름을 하는 것이었다.

유크라테스는 몰래 귀를 기울여서, 판크라테스가 외우는 세 글자의 마법의 단어를 외웠다. 그리고는 어느 날 판크라테스가 외출했을 때, 절구통에게 물을 길어 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물을 이제 그만 길어오라고 할 방법이 없었다. 유크라테스는 당황해서 도끼를 들어 절구를 둘로 갈라 버렸다.

그러나 둘로 나뉜 절구통은 두 개가 되어 계속해서 물을 길어오는 것이었다.

결국 판크라테스가 돌아왔고, 그는 화를 내며 절구를 멈추게 한 뒤, 사라져버렸다.“

유크라테스의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질문을 한다.

“그럼 빗자루나 절구에게 일을 시키는 방법을 안다는 건가요?”

유크라테스는 답한다.

“물론, 일을 시키는 것 까지는 할 수 있어. 하지만 멈추게 하는 방법을 모르지.”

이 이야기를 듣던 투키아데스는 이렇게 외친다.

“이 영감탱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이야기 3 (1797년)

저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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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조수에게 집안일을 시켜놓고는 외출한다.

양동이에 물을 길어오는 데 지친 마법사의 조수는 아직 어설프게 알고 있는 주문을 외워, 빗자루에게 일을 시킨다. 빗자루는 사람처럼 움직여서 물을 길어온다.

집안은 순식간에 물로 가득 차고, 바닥에 흘러넘치기까지 한다. 마법사의 조수는 허겁지겁 빗자루를 멈추게 하려고 하지만, 주문을 제대로 모르는 탓에 계속 실패한다.

급기야는 도끼로 빗자루를 쪼개 버린다. 그러나 두 개로 변한 빗자루는 배로 빠르게 물로 집안을 가득 채운다.

그때 마법사가 돌아온다. 마법사의 조수는 다급하게 외친다.

“선생님, 도와주십시오! 제가 불러낸 이 영령들로부터 구해주세요!”

마법사는 빗자루를 멈추게 하고, 조수를 타이른다.

“이렇게 강한 영령은 숙련된 마법사인 나만이 소환할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신약성경의 여러 복음서에 그려진 귀신들린 아이의 일화가 마법사의 조수와 함께 거론되는 경우는 개인적으로 접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지에 오른 절대자와 그에 못 미치는 제자들의 대비에서 마법사의 조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절대자이자 유일한 신을 믿는 신앙의 시초가 된 예수에 관한 일화에서는 영령들을 악한 존재, 악령들로 표현한다. 그들은 인간에게 해만 끼치기 때문에 쫓아내야 하는 존재이다.

동일하게 신약 성경에 포함된 다른 책들에 의하면 마법사란 그러한 악령들을 소환하고 부리는 존재이다. 서기 140년 루키아노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집트의 주술사의 묘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성경의 틀로부터 자유로운 루키아노스의 이야기 역시 영령들의 이야기이지만, 악령이라기보다는 유용하게 부릴 수 있는 존재들을 그리고 있다. 시리아의 루키아노스는 이 이야기를 거짓말쟁이라는 하나의 작품 속에 엮었다.

화자는 이성의 소유자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조금도 믿지 않는다. 루키아노스의 작품 속에서 각자 자신이 겪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야기하는 인물들은 순전히 허풍쟁이다. 주인공 투키아데스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듣는 자로 하여금 쓸데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괴테의 발라드 마법사의 조수는 루키아노스의 이야기를 이어 받는다. 괴테의 시는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시작한 어느 미숙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마법사 등 초자연적인 요소는 고딕 문학의 특징 중 하나로 유용할 뿐이다. 저자는 더 이상 이성의 대변자가 될 필요가 없다.

훗날 독어에서 “내가 불러낸 이 영령들”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또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인 협상이나 연합을 한 사람이 스스로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를 빗대는 표현이 되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기록된 인간의 이야기 속에는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과 믿음이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떤 패턴을 따라 바뀐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그 모든 형태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다. 우리와 동시대 속에서 항상 혼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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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원시인의 사물을 보는 인식체계가
중세의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며
큰 전환점을 만들어 가는듯 합니다.
인식체계의 변화는 문명사회를 불러왔지만
익숙한 방식과의 충돌은 혼란도 겪게 하네요.

사실 인간 자체에는 변화랄 것이 없었을지 모른다고 생각이 됩니다.

프랑스 혁명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데, 언젠가 포스팅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인간 유전자의 경향성은 서서히 변하고 있지요.
문명의 발전과 함께 그 속도는 가속되고 있고요.
물론 빅히스토리 속에서의 일이긴 하지만.

네, 환경에 좌우지되고 또 적응하는 생물이니까요. 유물론적으로 본다면 더더욱 변화가 유의미하겠구요. 저는 소위 말하는 본성이 있다고 믿는 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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