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밤] 거울 여행 : 김참 그리고...

in #bus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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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위님 분위기 있는 멋진 대문 감사해요^_^



안녕하세요!
잠도 안 오고, 잠이 안 오니, 시 한 편이 생각나는 비 오는 밤입니다.

오늘은 두 편의 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원래 제목에 쓴 김참 시인의 '거울 여행'이라는 시를 생각했는데...
다시 시를 읽다 보니 떠오른 시가 한편 더 있어서요.

먼저 김참 시인의 '거울 여행' 보여드리겠습니다^_^



거울 여행


거울 안에 작은 문이 있어 살며시 열어보니 소리없이 열린다 문을 통해 거울 속으로 들어가니 거울 안에는 내방을 닮은방이 있다 내가 들어온 문이 소리 없이 지워진다 문이 있던 부분을 밀어보니 꼼짝도 않는다 큰일이다 거울 안에 갇힌 것이다 방문을 열어보니 검은 아스팔트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대답한다 길 저쪽에서 다가오는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에 내려 부산행 표를 달라고 했지만 그런 도시는 이 나라에는 없다고 한다 이 도시의 이름을 물으니 삼천포라고 한다 이런, 고향에 와버렸군! 나는 버스를 타고 죽림동 옛집을 찾아간다 버스는 양계장 지나 학교 앞에 멈춘다 학교를 둘러싼 탱자 울타리는 그대로였지만 학교가 있던 자리엔 울창한 복숭아밭이 있다 햇살이 따가운 복숭아밭에선 아름다운 여자들이 탐스러운 복숭아를 따고 있다 여자 한 명이 걸어와 어떻게 오셨냐고 묻기에 나는 죽림동 707번지가 어디쯤이냐고 물어본다 여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 마을은 없어진 지 백년도 지났다고 말하며 손짓으로 옛 마을 쪽을 가리킨다 눈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니 마을은 없고 무덤들만 가득하다


이어서 다음 시를 보여드릴게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나태주 시인의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입니다.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가보지 못한 골목들을
그리워하면서 산다

알지 못한 꽃밭,
꽃밭의 예쁜 꽃들을
꿈꾸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꽃밭이
숨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 일이겠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산다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두근거려지는 일이겠니!



김참 시인의 '거울 여행'과 나태주 시인의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두 시는 분위기가 다르죠
하지만 가만히 보면 닮은 부분이 있어요.

익숙하지만 어딘지 익숙하지 않은 공간,
그리고 영영 가보지 못했던 낯선 길...

언어에 온도가 있듯 시선에도 온도가 있다면 아마 그 안에 숨은 혹은 확연히 드러난 차이.
시인이 대상을 바라보는 특유의 방법에서 느껴지는 그 간극을 독자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본인의 것으로 창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떤 글이나 그림, 사진 등등 보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죠.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서도요
오늘처럼 비 오는 밤 읽기 좋은 두 편의 시입니다.

모두 행복한 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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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보니 왠지 모르게 피천득님의 '인연'이 생각나네요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인연이라는게 짖궂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희망적이고 가슴 두근거림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주실거죠?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두근거려지는 일이겠니!

이 구절이 맘에 와닿네요.
그 두근거림 잊어버린지 참 오래된 것 같아서요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이제는 호기심보다
경계를 먼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시 읽으니 저도 정훈님이 짚어주신 구절이 따스하게 와닿습니다^-^

거울 여행은 마치 소설같이 읽었어요.
문학이라는 것은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많은 해석이 가능해서 재밌는거 같아요.
좋은밤 되세요~~

맞아요 엠에스님
훌륭한 독자의 시선을 가지셨습니다!!

거울여행ㅎㅎ 거울속에 들어가는 상상은 해봤지만 없어진 내 고향이라니 뭔가 슬플거 같아요 막상 그러면 ㅠㅠ

그쵸
없어졌다고 하면 공포가 아니라 서글픔이 먼저 다가오죠
그게 고향이라면 더더욱이요

우리나라 무덤은 좀 공포스런이미지만
서양의 무덤가에서 읽기좋은 시 같습니다~
아주이쁜공원이요~^^

안 되는데요?!
우리나라 산 속 공동묘지에서 읽으세요!!

저 무서운거시러하는 맘약한 여자입니다. ㅜㅡㅜ
외국가면 공동묘지가는거 좋아하는1인입니다 ㅎㅎ
거기선 책읽어요 ㅎㅎㅎ

보는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말이 참 와닿네요.
저는 첫번째시 읽고 공포영화가 생각 나던데...... 그 왜 거울로 잡혀들어가는 그 영화.....
제 마음 상태는 어떤 걸까요.............

거울여행.. 여운이 남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특히 마지막~
열심히 살아야지- 길지도 않은 인생 🙄

멋지십니다ㅎㅎ시는 참 감성적이죠ㅎㅎ

마음이 좋아지는 글인 것 같습니다~ㅎㅎ

나태주 시인의 글이 그렇지요^-^

아침 버스안에서 읽고있는데 낯선곳으로 가고싶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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