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무거운 사과

in #bnw1007 years ago (edited)

이 글은 BNW 백일장 2회 | 사과 참여글입니다.



어렸을 땐 이 세상에 과일은 사과 배 감이 전부인 줄 알았다. 물론 다양한 과일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먹을 수 있는 과일.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과일은 사과 배 감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 중에서도 사과가 가장 싸다고 생각했다. 과일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은 제삿날이나 명절이 전부였고,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남는 과일은 사과였다. 그래서 난 사과가 가장 싸서, 가장 맛이 없어서 제사를 지내고도 마지막까지 남는 과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이 사과였다. 제사나 명절이 아니더라도 평상시 접할 수 있는 과일은 사과가 전부였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사과가 가장 쌌는지, 가족 중에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지. 그래서 어렸을 때 가장 많이 먹은 과일은 사과였다.

난 사과가 싫다. 사과 말고 다른 과일도 먹고 싶었지만 집엔 사과 뿐이었다. 그래서 사과만 먹다가 사과에 질렸고 사과가 싫어졌다.

살다보면 사과를 먹을일만 있는 게 아니라 사과를 할 일도 생긴다. 그런데 난 사과를 싫어해선지 잘 사과하지 못한다. 상급자나 어른에게는 사과를 잘 하는 편인데도, 동급자나 아랫사람에게는 사과에 인색하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뭐가 어렵다고. 그런데 난 비슷한 지위나 아랫사람에겐 미안하다는 말을 잘 못한다. 자존심이 너무 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과를 너무 많이 먹어서 사과가 싫어져서 그런 것도 같다.

그런데 난 아내에게는 0.1초도 망설임 없이 사과를 한다. 아내의 기분이 약간이라도 나빠지면 바로 사과를 한다. 이유는 별거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자존심도 필요 없고, 이기고 싶지도 않아서다.

그러고 보면 난 아내 외에는 사람을 잘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이성으로가 아니라도 그렇다. 동료로서, 부하로서 사랑한다면 사과하기 쉬울 텐데. 난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사과. 아무리 먹기 싫은 과일이라도 사과는 잘 하고 살아야 할 텐데. 난 아직 사람 되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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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사과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렇다면... 이런
사람되려면 멀었군요.ㅠ

아내에게 사과할 일을 안 한 게 아닐까요? ^^

자존심이 너무 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과를 너무 많이 먹어서 사과가 싫어져서 그런 것도 같다.

ㅋㅋㅋㅋ 자존심 때문이겠죠!! 설마 사과를 많이 먹어서 그럴까요^^

정답입니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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