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땐 그랬었다 (7)steemCreated with Sketch.

in #avle23 hours ago

그 땐 그랬었다 (7)

주말장(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은 어디서나 흥미롭다. 몽골도 그랬고, 캄보디아나 베트남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오래전 동기들과 주말 나들이 겸 시장에 가면 우리는 엄청난 공부도 하고 낯선 것들에 흥미를 더해 사고, 먹고, 갖는 것을 즐겼다. 지역 특산물이 있어 한 번씩 훑어보며 나누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남쪽 지역의 내 일터, 중간 산간 지역의 태환, 미희, 인영은 그나마 필요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선영은 신속에 위치한 장애우들의 공예학교가 있는 터라 모든 것이 더욱 열악해 동기들의 염려를 자아내곤 했다.

함반토타 타운, 버스터미널 앞에 펼쳐진 주말장의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옛 추억을 하나씩 꺼내본다.

우리도 어느새 현지어에 능숙해질 무렵엔 짐짓 실랑이를 하는 듯 농을 섞어 가격을 깎기도 하고, 덤을 얻기도 하며, 조리 방법도 배우곤 했다. 한 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작은 즐거움은 새로운 한 주의 에너지가 되기도 했다.

함반토타는 오염이 없는 소금 생산지로 유명하다. 소금 생산 농장은 이 지역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친구 Latha의 둘째 사위와 언니의 아들이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퇴직했지만 남편 또한 그곳 출신이다.

소금 생산 농장은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담아냈다. 예전 들에서 기억했던 대로, 일상이 너무 무료하거나 도통 소통이 어려울 때, 가족들이 그리울 때면 휘익 스쿠터를 타고 소금밭을 돌곤 했다. 코끼리 출몰을 경고했던 분달라 지역의 긴 낭만의 거리(사무실 직원들은 그 길을 다녀왔다고 하면 질색하며 놀라고, 다시는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그때는 무슨 배짱이었는지, 고요하고 한가로운 길이 이곳 자연의 느낌을 가장 잘 나타낸 곳이어서였던 것 같다)를 찾곤 했었다.

그러나 그리 사연 많은 추억의 그곳에서, 도착한 지 사흘 만에 듣게 된 소금농장의 사망 사고로 잠시 혼란스러운 시간을 맞기도 했었다. 소금밭 근로자가 사용하던 기계가 분리되면서 운전 중이던 근로자가 기계와 함께 넘어져 박히며 사망에 이르렀고, 고인은 마침 사위의 동료일 뿐 아니라 가족들과도 관계가 있어 Latha 가족도 장례식에 참석했었다. 어린 두 자녀와 가정주부인 아내를 남겨 슬픔이 더했고, 특히 이런 중대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회사, 공공의 보험 혜택조차 없다는 소식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부디 사고의 후유증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부터 호텔에서 타운으로, 콜롬보행 버스를 타기까지 모든 것을 살피고 느린 걸음으로 마을로 돌아갈 준비를 했을 것이다.

다섯 자녀와 손주, 손녀까지 둔 대가족의 가장으로서 셋째 아들의 아이스크림 가게 일을 돕기로 했다는데, 오래전 소금밭에서 일하다 오른쪽 팔과 머리를 다친 이후로 매우 느린 걸음과 행동으로 모든 일을 해내는 만능맨이다. 혹시 사고 외에 다른 병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되어 물었는데, 다행히 다른 문제는 없고 여전히 불낫을 챙겨 씻곤 하는데 이는 이미 많이 상해 있었다.

이제 함반토타를 떠나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어제 저녁, 열세 살 때 만난 Gayan과 친구인 Latha, 그리고 또 다른 친구 Podi Daya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돌아가는 길에 그간의 세월 동안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하나씩 떠올라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랄 때 누구보다 아끼고 응원했던 Gayan은 지금 영어 교사로서 수업보다는 교육부 공무원으로 교사 훈련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열심히 할 Gayan을 늘 응원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열 세살에 만났던 Gayan이 어느새 성인이 되어 결혼식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당시 나는 모 대학 교양학부 외래 강사로 출강 중이었고, 결혼식 날짜를 언제쯤이 좋겠냐고 물어와 2학기 종강 이후, 많은 학생들의 성적 처리를 마친 12월 중순이 좋겠다 하여 12월 23~24일경으로 날짜를 fix 했었다. 뿐만 아니라 진로에 대한 대화를 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신중했으며, 아버지를 도와 대가족의 맏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98세 된 외할머니, 점점 연로해지는 부모님, 아래 남동생과 여동생들, 조카들까지. 다행히 Gayan은 착한 아내와 건강한 딸이 있어 단란한 가장으로 손색이 없다.

특별한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지만, 사업에는 아직 낯설어 조언을 겸한 살핌이 필요하다. 한국의 이모가 새롭게 아이스크림 가게를 오픈하면서 자영업자로 사업을 시작한 셋째네, 두바이에서 열심히 사업자금을 모으는 둘째네에게, 서울에 돌아가면 사업에 필요한 정보들을 모아 이끄는 멘토가 되기로 약속했다. 무거운 짐에 너무 힘겨워하지 말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밤길 집으로 향하게 했다. Gayan도 이런저런 사정과 오랜만에 만난 이모로 인해 잠시 눈시울을 적셨고, 항상 그랬듯 이동수단인 오토바이에 대한 염려를 담아 “항상 조심하라”는 당부를 뒤로하고 이별했다.

자꾸 숙제가 쌓인다. 콜롬보에 도착하면 예정된 숙제가 하나 더해질 테지만, 즐겁게 하자! 어쨌든 어디서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만들어 오지 않았던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다를 리 없는 내게는 오늘도 또 감사하다.

IMG_3641.jpeg

IMG_3635.jpeg

IMG_3634.jpeg

IMG_3620.jpeg

IMG_3624.jpeg

IMG_3623.jpeg

IMG_3615.jpeg

IMG_3613.jpeg

IMG_3612.jpeg

#KOICA #srilanka #스리랑카 #kov #WFK #entrepreneurship #kova #entrepreneurship #hwdf

Coin Marketplace

STEEM 0.13
TRX 0.34
JST 0.035
BTC 111291.86
ETH 4342.90
SBD 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