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t/너를 알려줘]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in #aboutmyself6 years ago (edited)

@yourhoney님 이벤트 [너를 알려줘]에 참여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이벤트를 열어 나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신 @yourhoney님 감사해요^^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착한 남편과 결혼한 것(최근까지만 그리 생각함ㅋ)도, 너무 이쁜 아이들 낳은것도 다 잘한 일이지만, 그런 글은 다른 분들이 다~ 써주셔서 스티밋을 한동안 오글거리게 만들겠지요? ㅋㅋ 그래서 저는 정말 '나'라는 주제에 집중하며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아마 한국에서 살았다면 저역시 둘째 생각은 못했을 거에요. 직장생활을 끊임없이 했고, 딸을 낳았는데 봐줄 사람도 없고, 겨우 입주 도우미를 구해서, 그 좁은 집에서, 퇴근하면서 집으로 출근하는 그 기분... 정말 힘들었거든요. 제가 집에 딱 들어서는 순간, 도우미 아줌마는 손에서 일을 놓고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그 때부터 저는 애 들쳐업고 설겆이 하고 빨래하고... 내 인생 가장 암울했던 시기였어요. 내가 왜이러고 사나, 잠든 애 보면서 울기만 하고.. 이러고는 못살겠다 싶어, 도우미 아줌마를 내보내고 집 주인 아줌마에게 사정사정해서 주위에 애 봐주실 분 있으시면 소개해달라고... 겨우 한 분이 근처 아파트에서 소일거리 하신다 생각하고 애를 봐주시기로 하셔서 그분께 또 맡기다가, 도저히 그것도 힘들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봐주는 어린이집으로 8개월부터 보내기 시작했어요. 아 정말ㅠㅠ 한국에서 애 키우며 일하는 엄마들에게 나라에서 상 줘야 됩니다. 항상 말하지만... 우리 스티밋의 스타 @happyworkingmom, @leeja19 님이 나라에서 훈장 받는 날 까지 스티밋 가즈아~!!

일하고 애 키우고 일하고 애 키우고 무한 반복하다가, 제가 얻은 것은 만성 위염과 신경성 편두통, 먹기만 하면 체하는 기막힌 소화계통.... 등등의 질병이었습니다. 그 때 이야기만 글로 써도 아마 책 한 두권은 족히 나올거 같아요. 흑흑.

남편이 이곳으로 먼저 출장을 오고, 혼자 한 6개월 직장다니고 애 키우다가, 안그래도 죽겠는데 시댁식구들ㅠㅠㅠㅠ 못된며느리 못된며느리2 참조하세요ㅎㅎ

이러다가 내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달 만에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고, 집 내놓고, 모~든 것들을 다 정리하고, 차 팔러 다니다가 정말 울기도 많이 울었던 기억이ㅠㅠ , 남편이 있는 이곳으로 아이를 데리고 왔어요. 그리고 필리핀 라이프가 시작이 되었지요.

몸도 편해지고 주위 애기들 보면 너무 이뻐서 둘째도 낳고 했는데 공식적으로 산후조리를 못했어요. 조리 해주러 온 언니는 유도분만해서 애 낳기 하루전에 휴가가 다 되서 가버리고, 일하는 애가 둘이나 있었는데 청소하고 빨래하는거 말고는 도움이 안되고, 남한테 폐기치는게 싫어서 거의 모든걸 혼자 하다보니 아이가 백일 되던 날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 두 뭉텅이가 빠지기 시작하고, 이제는 뼈도 맛이 갔는지 아침에 일어나면 걷는것도 힘들만큼 몸이 안좋아 지더라구요.

남편이 일주일동안 집에서 도와주다가 일하러 나가면서, 죽을거 같이 누워 있는 저를 보고, 일어나서 운동 좀 해... 이러는데 정말 눈물만 나고... 아파 죽겠는데 운동을 하라니.. 저게 사람이야? 싶은 마음만 들고, 애 젖먹이고 잠시 소파에 누워 있어도 몸을 움직이라며 잔소리 하는 남편이 정말 그 당시에는 죽이고 싶었어요. 한약도 먹고 침도 맞고 다 해도 몸은 으스러질거 같고, 애기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안아주지도 못할 정도로 팔에 힘이 없어 지던 날 저녁에, 늘 하던 대로 농구가방을 둘러매며 나가며 신랑이 하는말, "운동을 안하니까 몸이 안났는거야!" 제가 뭐랬냐면,

"뭐? 개xx야? xxxx가 진짜. 씨xxxx xxxxx!!!!!!!" 정말 만나서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한테 그런 쌍욕을 했어요ㅠㅠㅠㅠㅠ 욕한 나 자신은 물론이고 농구하러 나가다 멈춰선 남편도 놀라고, 옆에 있던 우리 딸은 울음을 터뜨리고, 젖먹고 휴식을 취하던 아기는 눈만 멀뚱멀뚱....

그날 남편은 아마 새벽 3시가 넘어 인사불성이 되서 들어왔고,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나 생각하느라 저는 잠도 못잤던 기억이 납니다ㅠㅠ

그리고 다음날, 저는 콘도 내 gym으로 운동화를 신고 갔어요. 남편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런닝머신 위에서 10분 걷는 것도 못할 만큼 몸이 힘들었어요. 트레이너와 한 일주일 두세번 웨이트도 하고 런닝머신 위에서 뛰기도 하고, 그렇게 한 달 딱 운동하고 났더니 밥이 맛있기 시작하고, 온 몸에 땀이 나고 부터는 아침마다 걷기도 힘들만큼 아프던 발바닥이 안아프기 시작하더군요. 그러기를 딱 3개월 정도 했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소화가 되기 시작하고, 편두통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때 말한 베프와 만나 같이 요가도 나갔어요. 골프도 배워보고 배드민턴도 해봤는데, 사람마다 맞는 운동이 있는거 같아요. 저는 요가가 딱 맞아서 한달 무한 패키지를 끊으면, 진심 한달 무한으로 나갔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제친구가 한 말이, "Shannon is a really practical unlimited yogi" 라며 감탄하더군요. 하하. 아침 5시 기상, 하루종일 아이들 따라다니다가 저녁 챙기고 7:45분, 저는 초보때부터 마지막 수업, 그러니까 최고 고수들이 듣는 수업에를 들어갔어요. 그시간 말고는 시간이 안되서요. 정말 거짓말 안하고, 나중에 수업이 끝날 때 쯤엔 발바닥을 땅에 딛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효리의 요가 자세를 생각해 보시면 이해하실 듯^^ 저는 팔이 약해서 고난위도 기술을 다 소화해 내지 못하는 그저 그런 학생이긴 하지만, 이건 할 수 있어요.

headstand.jpg

요가를 하며 가장 좋은 점은, 평생 쓰지 않고 죽을지도 모르는 곳의 근육을 쓰며 땀을 흘린다는 거에요. 9:30분에 요가를 마치고 땀을 스타벅스 tall 사이즈 만큼 흘리고 집으로 오는 길은 정말 너무 행복해서 길 가는 사람을 다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그만큼 몸도 마음도 단련되는 운동이 요가에요.

그리고 저는 마라톤도 도전해 봤어요. 16K 마라톤 이었는데, 뛰다가 정말 숨이 꼴딱꼴딱 넘어갔지만 와~~ 정말 이게 사는 거구나... 싶었지요. 너무 자랑스러운 마음에 인증샷 남깁니다.
marathon1.jpg

지금 생각해도 마지막 결승점을 지날 때의 감동이 생생 할만큼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또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ㅠ 항상 이래.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너무 감사하고, 혹시라도 만성 위염에 시달리거나 편두통에 시달리시는 분이라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분이시라면, 그리고 병원에서 별 이상 없다고 진단 받으신 분이라면, 운동 부족이 아닐까 의심해 보시고 운동을 시작하기를 권해드려요. 운동을 시작하고 삶의 질이 좀 올라온 듯 싶어요. 습관적으로 약을 먹던 것도 고쳤고, 아프다 싶으면 운동의 강도를 높이고 약을 거의 안먹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에 일하던 아이가 갑자기 나가면서, 요가를 계속 못가고 콘도내 gym에서 혼자 연습하고 있는데 곧 다시 가야겠습니다. 최근에는 개인적인 일로 우울하다고 지껄이며 게으르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게 다 운동 부족이지 싶습니다. 다시 열심히 운동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날 그 순간 저에게 쌍욕을 듣고 마음을 다쳤던 남편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그 날 이후 단 한 번도 그날 밤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두사람, 남편과 딸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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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알려줘/4월 2주차 보팅지원]

와우 진짜!!! 제일 잘하신일이라고 엄지척!!!하고 싶어요..
저는 언제쯤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될ㄲㅏ요....ㅠㅠㅠㅠ

보팅 감사합니다. 아직 건강하셔서 그래요~ 아프면 하게 될거에요ㅜ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좋은 이벤트 감사해요~ 추억소환하고 기분좋게 글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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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저도 소실적에는 하프코스 마라톤도 뛰어 본적이 있는데 지금은 운동은 커녕, 나라에서 훈장은 커녕 새벽 1시가 넘어 퇴근했네요ㅜㅠ 늘어나는 살들로 인해 다이어트와 운동의 압박은 계속되지만 꾸준히 운동하기란 쉽지가 않아요. 북키퍼님 넘 멋져요~^^

운동을 하고나서 10번 아플거 한번 아픈거 같아요. 지금은 좀 게을러졌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운동을 해야겠어요. 해피워킹맘님도 화이팅!

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 빠져들어서 읽었어요 ㅠㅠㅠ 애키우고 일하고 시터아줌마 눈치보는 생활.... 저 너무 너무 공감돼서요ㅠㅠ
그리고 운동! 진짜 운동이 중요한거 같아요! 다시한번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북키퍼님:)

일하며 아이키우는 엄마들 모두 다 그러할거 같아요ㅜ 감사해여 goodfeelings님...

운동이 정말 많은 것을 바꾸어주었네요.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한바가지 땀을 흘린 뒤의 그 개운함과 상쾌함... 정말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지요.
힘겹게 달리다 만난 결승지점은.. 정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것 같구요!! 화이팅입니다!! 앞으로도 40년, 50년 운동이 함께하는 건강한 삶을 응원하겠습니다 ㅎ

네~ 땀흘리고 난 다음의 그 기분이란! 진심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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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운동의 맛을 아셨군요. 지금은 구력이 몇년차인가죠? 6년? 저도 운동을 알고 인생 달라졌어요. 매일매일 리셋되는 기분이죠. ㅎㅎㅎ 최고랍니다!

둘째 돌 될 즈음 해서 지금까지니까 6년 다 되어가네요^^ 우리 같이 운동하는 건강한 아줌마로 살아요~

여러가지 운동을 해보셨네요! ㅎㅎ 사람마다 진짜 맞는 운동이 있더라구요! 물론 전 아직 못찾아서 운동을 안합니다만...ㅋㅋ
16km라 대단하시네요! 20대때 15km 뛰어본 경험은 있지만... 이젠 불가능...ㅋㅋ 앞으로도 꾸준히 건강한 삶 되시길~

좋아하는 운동을 찾으셔서 운동하세요 독거노인님~^^ 마라톤은 꼭 한번 더 해보고싶은데 이제는 진심 뛰다 실려갈까봐 ㅋ

오우~~ 요가하시는 몸매가 아주 좋으신데요, ㅎ

하하하 고맙습니다^^

우와~~ 건강해지셨다니 다행이네요~~ 지금 너무 좋아보이세요~^^
전 고난이도 요가하면 쓰러질 것 같던데요 ㅠㅠ 저런 동작은 꿈도 못꾼다는 ㅠㅠ

감사해여^^ 지금은 잦은 음주로 인한 소화불량 말고는 ㅋ 문제없이 살고 있답니다

와.. 진짜 ㅠㅠ 저도 지금 출산한지 7개월째인데 .. 머리뭉태기로 빠지고(대머리 될까봐 걱정입니다 요즘...) 아이는 무거워지니 안다가 떨길까 겁나고... 남편은 몸에 근육이 없다며 운동하라며... ㅠㅠ... 산후조리 못하셨다고 하셔서 둘째때 못하셨다면 셋째 낳고 하면 몸이 돌아온다고합니다!라고 할라고 했는데....(몹쓸 드립..) 나도 진짜 운동을 해야하나.. 이런생각만하다 반성하고 갑니다 ㅠㅠ 운동... 정말 어려운 이 단어 운동 ㅠㅠ

남편이 밉지 않나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매주 농구하러 가면서, 지 운동하는것도 꼴뵈기싫은데 나보고 운동하라니ㅜㅜ 근데 그말을 결혼 초부터 했는데 미리 들을걸 후회했어요. 운동하세요 진심 추천해요. 세째드립 하셨으면 쌍욕들을 뻔 ㅋㅋㅋ

저 이 글 보고 근처에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ㅋㅋㅋ 불을지펴주셔 감사합니다.

운동만큼 힐링 되는 것도 없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땀 흘리고 나서 힘들지만 기분이 좋아지지.. 기분이 나빠지는 적은 없는것 같아요 ^^

에드워드님도 운동을 꾸준히 하시는 걸로 기억합니다. 운동은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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