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리뷰]수정헌법 제1조와 실존 인물 래리 플린트 <래리 플린트>

in #aaa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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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미국 켄터키주의 어느 작은 산촌. 래리 플린트와 지미 플린트, 두 형제는 밀주를 팔기 위해 산중턱에 있는 주정뱅이 영감의 집으로 간다. 어린 나이임에도 술을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밀주 창고로 간 래리는 아버지가 독에 든 술을 다 마셔버린 광경을 보고 화가 나 항아리를 아버지를 향해 던졌다. 놀라며 잠에서 깬 아버지는 두 형제를 향해 총을 쏜다. 가까스로 몸을 숨긴 래리는 정직하게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다. 그의 다짐대로 성인이 된 래리(우디 해럴슨)는 지미(브렛 해럴슨)와 함께 스트립 바를 운영하게 된다.
어느 날, 스트립 바에 갓 들어온 댄서 알시아(코트니 러브)와 사랑에 빠진다. 평생의 연인이자 사업의 파트너가 될 알시아와의 첫 만남이다. 갈수록 스트립 댄스에 지겨움을 느끼는 손님들을 위해 래리는 댄서의 누드 사진을 실은 <허슬러> 회지를 제작한다. 손님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자 월간지 <허슬러>를 창간한다. 포르노 잡지 사업에 성공하면서 래리는 알시아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래리와 <허슬러>의 주가가 올라갈수록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은 심해져갔다. 보수주의자들은 결국 <허슬러>를 음란물 간행죄로 고소한다. 그리고 미국 국민으로부터 많은 선망을 받는 목사 제리 포웰이 어린 시절 엄마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내용의 광고가 <허슬러>에 실리자 제리 포웰은 명예훼손죄로 해리를 고소한다.

수정헌법 제1조와 실존 인물 래리 플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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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라는 원래 제목대로 <래리 플린트>는 미국 국민의 이름으로 래리 플린트의 죄목을 조목조목 따지고 심판하는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영화 속 래리 플린트의 기나긴 법정 투쟁사는 보수주의자들이 고소한 ‘음란물 간행 및 배포죄’로 시작된다. 1977년 신시네티 경찰에 체포된 래리는 법정에서 평생의 파트너가 될, 27세의 젊은 변호사 앨런 아이삭맨(에드워드 노튼)을 만난다. 래리를 처음 만났을 때 앨런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허슬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허슬러>가 자신의 취향은 아니지만 그것을 즐기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취향은 ‘누구든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보장되어야 하는 게 자유민주주의 미국의 사회이고, 헌법은 그것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는 게 앨런의 생각이었다. 앨런의 소신과 달리 사건을 맡은 오하이오 주법원은 래리에게 25년형을 내리며 성인잡지에 대한 편견과 보수성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래리는 언론 자유 운동의 투사의 이미지를 얻게 된다. 어떤 집회의 연단에 선 그는 “살인은 불법인데 그것을 보도하면 특종이 된다. 섹스는 합법인데 그것을 보여주면 불법이 된다. 이건 무척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연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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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래리의 재판이 언론 자유 운동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흘러가게 된다. 어느 날, 제리 포웰이라는 미국 국민들로부터 많은 신임을 받는 목사가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와 근친상간했다는 내용의 만화 광고가 <허슬러>에 실린다. 제리 포웰은 래리를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래리 역시 제리 포웰을 맞고소한다. 법원에서 앨런은 미국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허슬러>가 보도의 자유가 있음을 강조하고, 국민의 여론을 래리에 유리하게 끌고 간다. 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는 공무원이나 공적 인물이 자신을 풍자하는 만화 광고를 이유로 불법 행위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래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기서 수정헌법 1조는 종교활동을 방해하거나,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막거나, 집회의 자유를 방해하거나 정부에 대한 탄원의 권리를 막는 어떠한 법 제정도 금지하는 미국 헌법 수정안이다. 재판이 끝난 뒤 법원에서 나온 래리와 앨런은 누군가가 쏜 총알을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하반신이 마비된 래리는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고, 총격 사건의 배후에 정부 기관이나 정치적인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
총격 사건으로 할리우드로 이사한 래리는 하반신 마비로 생긴 상처와 고통을 마약과 섹스로 대신하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 그는 다시 <허슬러>의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하지만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된다. FBI가 함정 수사로 불법 마약 거래 현장을 덮치는 장면이 방송사를 통해 미 전역에 공개됐는데 이 테이프를 제공한 사람이 래리였다. 함정 수사로 인해 불거진 도덕성 시비도 문제였지만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이 담긴 테이프가 유출된 것이 FBI에 큰 오점을 남긴 것이다. FBI는 래리를 고소한다. 법정에 선 래리는 성조기 무늬의 팬티를 내어보이고, ‘Fuck This Court’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는 등 여러 기행을 선보이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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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래리의 법정 투쟁기를 따라가다보면 그의 논리를 뒷받침해준 수정헌법 1조의 중요성이 끊임없이 강조된다. 영화의 배경인 1970년대 중반 미국은 1960년대 불어닥친 반전운동, 학생운동, 인권운동, 여성운동 등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진보의 바람이 확산되고 있었다. 래리 플린트라는 한 개인이 주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미국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물론 이 자유의 바람도 1981년 시작된 레이건 시대의 공포적 보수 분위기에 의해 수그러들었지만 말이다). 결국 미 법원은 수정 헌법 1조에 의해 래리의 손을 들어줬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된 법정 공방은 그에게 만신창이가 된 얼굴과 육체를 남겼다. 미디어 재벌이자 총에 맞아 불구가 되고 연방정부의 집중 표적이 된 래리 플린트는 자본주의 미국의 상징이자 또 다른 어두운 이면인 셈이다. 그점에서 그의 얼굴은 당시 미국의 자화상이라 할만하다.
김성훈

감독 소개, 밀로스 포먼


래리 플린트가 그랬듯이 밀로스 포먼 감독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는 체코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감독이었다. 나치 수용소에서 가족을 잃은 뒤 친척의 집에서 자란 그는 프라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 <블랙 피터> <금발머리 소녀의 사랑> 같은 당시 체코의 정치적인 상황과 사회 풍경을 그린 작품을 만들었다.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비전문배우의 기용, 즉흥 연기 등 연출 스타일로 유럽 영화계에 그의 존재를 알렸다. 특히, 소련의 체코 점령 직후 만들었던 <소방수의 무도회>(1967)은 ‘프라하의 봄’을 상징하는 그의 대표작 중 한 편. 정치적인 태도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로 그는 1960년대 체코 뉴웨이브의 대표 감독이 되었다. 이 작품을 계기로 그는 1967년 칸 국제영화제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할리우드로 정치적인 망명을 떠난다.
정치적인 자유를 찾아 당도한 미국에서도 그는 개인의 권리를 억압하고 제한하는 정신병원의 시스템을 비판<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 히피의 반전주의 사상을 그려낸 뮤지컬 영화 <헤어>(1979) 등 사회를 풍자하는 영화를 차례로 내놓았다. 그나마 정치색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작품이 모짜르트와 사리에리의 대결을 코믹하게 풀어낸 <아마데우스>였다. <아마데우스>가 1984년 오스카상 7개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그는 대중적으로도 성공하게 된다. 이후 1989년 소설 <위험한 관계>를 각색한 <발몽>을 만들었다. 하지만 평론가들로부터 소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 이유 때문에 1987년 컬럼비아대학교 영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7년 동안 작품 활동을 멈추었다. <래리 플린트>는 제작자인 올리버 스톤 감독이 7년 만에 밀로스 포먼 감독에게 제안한 프로젝트였다. 밀로스 포먼은 <래리 플린트>를 두고 “언론, 출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는 공산주의로부터 미국을 지켜낸 힘”이라고 말한 바있다.

명장면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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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쓰레기의 자유가 보장되면 모든 사람들의 자유 또한 보장될 수 있다.” (래리 플린트)
<래리 플린트>는 유독 래리 플린트가 대중을 향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면이 많다. 주옥 같은 대사가 많지만 그중 위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허슬러>를 쓰레기에 비유하는 보수주의자의 표현을 빌려 출판의 자유를 역설하는 장면인데, 이 대사를 하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우디 해럴슨의 표정이 꽤 힘이 있다.

감독 밀로스 포먼
출연 우디 해럴슨, 코트니 러브, 에드워드 노튼, 브렛 해럴슨 등

*<래리 플린트> : https://www.themoviedb.org/movie/1630-the-people-vs-larry-flynt?language=en-US
*평점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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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치열한 영화군요. 기회되면 봐야겠어요.

되게 재미있습니다. ^^

전문 영화평론가신가봐요. 포스팅이 예사롭지 않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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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는 아니고 평범한 영화기자입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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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영화기자님. 영광입니다.친하게 지내요. ㅋ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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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에서 자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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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라니 더 인상적이예요. 객기도 있지만 용기도 있는 인물이네요.

네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에요. 영화에선 더 극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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