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가난해서 보기 싫었던 영화 <오싱>

in #aaa5 years ago (edited)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됐을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집집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들여놓던 인기가 조금 줄었을 무렵입니다.
이때 비디오 대여점도 많았는데요, 한 편에 1000원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비디오가 있어봐야 비디오를 빌려볼 수가 없으니 '우리집에도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습니다.
요땐 저녁 5시30분이었나요???
요 시간이 되면 애국가가 나오며 TV를 시작했고, 뉴스 잠깐 나온 뒤에 만화가 나왔죠.
그래서 보통은 밖에서 뛰어 놀다가도 5시면 집으로 들어가곤 했던 시절입니다.
방송 3사 외엔 나오는 채널이 없었죠. 아,,, EBS가 있었겠구나.

하루는 아빠가 비디오를 사온 겁니다.
헠...
이 비싼걸 어떻게?
음... 말씀드리기 조금 부끄럽긴 한데요,,,
울 아빠는 뭔가를 사는 사고를 잘 쳤습니다. ㅠㅠ
TV도 칼라TV를 할부로 사기도 하는 등, 할부라고 사놓고는 할부금을 내지 않았죠. ㅡ.ㅡ^
비디오도 할부로 샀던 것 같습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면 테이프 하나 껴줬잖아요.
이게 랜덤이라서 집집마다 비디오 사면서 껴준 테이프가 달랐습니다.
저희는 <라붐>을 받았어요. (오싱인줄 알았죠? ㅋㅋㅋㅋㅋ)

요 장면이 유명한 바로 그 영화.
비디오 빌려볼 돈이 없으니 이 영화를 징글징글하게 많이 봤습니다.
겨우 초등학교 4학년쯤 되는 애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서,,,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리뷰 쓸 일이 없으니 일단 던지고 봅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어렸을 때 얼마나 무식했던지 라붐 여주인공이 소피마르소인지도 몰랐습니다.

암튼...
아빠도 라붐만 보기 질렸는지 어느날부턴가 비디오 테이프를 하나 사왔습니다.
청계천 어딘가에 가면 싸게 팔았나 봅니다.

아빠가 사온 첫 테이프는

<신상>이라는 코끼리가 나오는 인도 영화입니다.
아빠는 '아빠가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야.'라고 말하며 사오셨죠.
이 영화는 라붐과는 다르게 내용이 이해가 잘 되어 아주 잘 기억납니다.
뭐 수백번 봤으니. ㅋㅋㅋㅋㅋ
라붐은 아무래도 문화가 너~~~~무 다른 프랑스 청소년 사랑얘기라서 도저히 내용이 이해가 안 됐나 봅니다.
신상은 나중에 리뷰하기로 하고,,,
오늘은 <오싱>입니다.

아빠는 아무래도 빌려보는 것보다 사보는게 싸다며 (무한대로 반복해서 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테이프 하나당 최소 100번은 넘게 본 것 같습니다. 뭐 할일 없는 초딩이 비디오나 보지 뭐 하겠어요.)
비디오 테이프를 사오기 시작했는데,,,
오싱, 팔만대장경, 엄마없는하늘아래 등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빨간테이프도 사와서는 숨겨놨는데,
코딱지만한 집에 숨길 데가 어딨나요.
다 찾아서 다~~~~~~~ 봤습니다. 물론 아주 여러번 많이. ㅋㅋㅋㅋㅋ
기억나는 영화는 안개마을. ㅎㅎㅎㅎㅎ 내용은 딱히 없고 그냥 초딩 나이에 충격적인 영화였습니다.
이 외에도 제목이 기억 안 나는 빨간 영화를 여럿 숨겨두셨죠.


이 영화는 도대체 몇 번 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200번인가 300번인가 본 것 같긴 합니다.
대사를 몽땅 외운 것을 지나 장면장면까지 모조리 외웠으니까요.
리뷰를 쓰려고 유튜브를 뒤져보니 이 영화가 무료로 떠있더군요.
대충 돌려보니 대사가 기억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지가 30년이 다 되갈 텐데도,,,
그 대사들이 기억난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정도로 많이 봤다는 거죠.

위 사진은 영화 도입부입니다.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는데요,
와~~~ 많기도 합니다.
쌀이 모잘라서 무밥을 먹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이 영화가 재밌기도 하고 해서 봤는데요,
백번쯤 보니까 가난뱅이 집안이 꼴도보기 싫어서 안 봤습니다.
그런데 제 동생은 이 영화를 좋아해서 어쩔수 없이또 보고,
아빠가 보면 또 보고,,, 그러다 보니... 계속 봤네요.
비디오 테이프 하나 빌려보려면 1000원이었으니,,, 있는 거 봐야죠 뭐.
이때 새우깡이 웬만한 과자 한 봉지가 100원이었으니까,
지금으로 치면 대략 만원이네요.
비디오 테이프 하나 빌려보는 데 만원이라... 사 보고 말겠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더부살이라는 용어도 처음 들었습니다.
남의 집에서 종살이를 하는 걸 더부살이라고 불렀습니다.
원래는 이 영화는 일본 드라마가 원작입니다.
오싱이라는 꼬마애가 7살에 더부살이부터 시작해서 온갖 고생을 하며 자라는 이야기죠.
일본 근현대사를 담았기에 크게 평가받는다고 하네요.

이 영화 중 1편만 가지고 와서 우리에 맞게 설정을 바꿨는데요,
한국이 배경인 대신 시대적 배경은 일제침략기,
오싱이 만난 평화주의자(?)는 독립군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이름은 오싱이 아니라 오신. 신이로 불립니다.

신이는 겨우 7살에 남의집 종살이를 갑니다.
1년 계약에 쌀 1가마. ㅠㅠ
팔려간 집은 목공소를 하는 일본사람 집.
원래는 애보기로 갔지만 온갖 살림에 하루하루 녹초가 되어갑니다.


(멀리 계신 엄마를 소리 질러 불러보는 장면)

겨우 7살 여자애가. ㅠㅠ
가난이 뭔지... ㅠㅠ
온갖 학대와 괴롭힘과 고단한 일로 인해 매일밤을 울다가,,,
도둑으로 몰리며 맞기까지 합니다. ㅠㅠ


(도둑으려 몰려 맞고는 우는 장면)


(눈보라를 맞으며 도망치는 장면)

산으로 도망친 신이는 부상당해 숨어 지내는 독립군을 만나 함께 생활하며 좋은 추억을 만드는데요,,,
좋은 시간도 잠시.
일본군에 의해 독립군이 죽게 되고, 신이는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도망갔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은 몇날이 지나도 신이가 돌아오지 않자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요,
돌아온 신이를 보며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런데 엄마는 집에 없었습니다. 술집에서 일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신이는 애보기 더부살이를 할 여자아이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발적으로 가겠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ㅠㅠ
집에 쌀이 없어서,,, 할머니가 굶고 있는 걸 봤거든요. ㅠㅠ
그래서 가족을 위해 겨우 7살 꼬마는 스스로 더부살이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자기가 죽어야 입 하나 던다며 목을 걸려고 하다가 신이가 발견해서 겨우 목숨을 건집니다.
신이는 엄마를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는 더부살이를 떠납니다.

이번에 간 집은 한국인 집이고 정미소를 하는 집입니다.
이 집 할머니가 참 좋은 분입니다.
얼마나 인자한지요.
이 집엔 할머니, 아들, 며느리, 신이와 동갑인 여자아이, 그리고 아기가 삽니다.
정미소라서 일꾼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모든 일꾼들에게 쌀밥을 배불리 먹이는 인자한 부자입니다.
그리고 사례비도 무려 2년 계약에 쌀 5가마. ^^
그런데 복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집 딸. 신이와 동갑인 딸은 자기보다 공부도 잘하고 착한 신이를 질투합니다.


(왼쪽 신이, 오른쪽 주인집 딸)


(독립군 아저씨의 유품인 하모니카를 뺏는 주인집 딸)

그래서 내쫓으려고 하죠.
계속 시비를 걸고 싸움을 겁니다.
그러다가 결국 주인집 딸이 다치게 되고 신이는 쫓겨날 위기에 처합니다.
마음씨 좋은 할머지도 손녀가 다친 걸 보고는 미안하다며,,, 가줘야 겠다고 합니다.
대신... 쌀은 안 돌려줘도 되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딸이 깨어나서는 자기가 잘못한 거라고 신이를 돌려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신이를 딸처럼 키우는 주인집. 오른쪽이 신이)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고,,, 아니 절친이 되고
집주인은 신이를 딸처럼 키웁니다.
신이를 학교에도 보내주며 정말 딸처럼 키웁니다.
아~~~ 너무너무 잘 됐다. ㅠㅠ


(오랜만에 할머니를 보러 온 신이)

그리고 잠시 집에 다니러 온 신이.
엄마 아빠 얼굴 보고 오라고 휴가를 줘서 집에 다니러 왔는데요,,,
할머니가 그런 신이를 보고는 기뻐하며 눈을 감습니다.
ㅠㅠ


(직접 끓인 죽을 할머니께 드리는 신이)


(할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먼 길을 떠나는 신이)

제가 줄거리를 대략 적긴 했는데요,,,
유트브에 무료로 있으니 시간 나시면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제가 200번인가 300번인가 봤으니 장담합니다.

신이 역의 똑순이 김민희 연기도 정말 기가 막혀서
영화 보는 내내 집중도 좋습니다.
(왜 별명이 똑순이인지는 알아서 검색해보긔!!!)


어렸을 땐,,, 이 영화가 보기 싫었습니다.
무밥을 먹어야 할 정도로 가난하진 않았지만, 김치뿐인 밥상이 싫었어요.
똑똑했던 신이와는 달리, 저는 머리가 나빠 공부도 못했고요,
겨우 7살 아이가 밥도 하고 빨래도 했지만, 저는 밥을 할 줄은 몰랐거든요.
집이 가난하긴 했는데,,,
신이보다는 그래도,,, 살만한 집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가 싫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 영화가 좋습니다.
음... 어린시절 기억 한 편을 차지하고 있어서 좋고,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그래도 굶거나 하진 않잖아요.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아직도 굶는 아이가 많습니다.
아프리카나 내전지역 말고 바로 우리나라에서요.

몇년 전,,, 한 소설가가,,, 굶어 죽은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 뉴스가 이슈가 되어 수많은 소설가들이 자기 년 수입을 공개했죠.
1년 수입이 50만원... ㅠㅠ
지금은 잘나가는 소설가들도 자신이 어떻게 무명을 견뎌냈는지도 공개했습니다.
새우깡 한 봉지로 일주일을 버텼다는 한 소설가의 인터뷰를 읽으며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요.
제 꿈이 소설가이기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무명 소설가입니다.
어제 새롭게 쓴 소설로 도전한 공모전에서 예선 탈락했습니다.
정말 많이 서운했어요.
그래서 '어제의 BNW'를 쓰며 눈물이 나오기도 했어요.
글 올려놓고 너무 속상해서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당선되면 이 기쁜 소식을 뭐라고 알릴까... 고민했는데,,,
우울한 마음에 일만 하다가... 저녁즈음 들어가봤더니...
엄청난게 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위로와 응원의 댓글들.

저를 응원하는 팬분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리석게도 괜히 우울해 하고 그랬어요. ㅠㅠ
정말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다시 열심히 쓸게요. ㅠㅠ

등단... 뭐... 죽기 전에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

영화리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The following part is needed to put filled in and added to your text, as otherwise it will not be included later on phase II on Triple A.
※ 리뷰 하단에 다음 두가지 항목 포함 필수 (미포함 시 차후 자체사이트에 반영 안됨)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36766

Critic: AAA

영화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36766-ohsing-osing?language=ko-KR

별점: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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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았습니다.

님 글 덕분에, 오늘 글은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었네요.

[기생충; 2019, 봉준호] 봉준호 의 가난 ? (5/n)
( https://steemit.com/kr/@cinefilm/2019-5-n )
( https://www.triplea.reviews/kr/@cinefilm/2019-5-n )
2019.06.14.금, 07:11, by @cinefilm

어... 다음 편을 기대해야 하나요? ^^

늦었고, 기분 나쁘실 내용일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해서 링크 올립니다.

[기생충; 2019, 봉준호] 가난의 정의와 분류 (6/n)
( https://steemit.com/kr/@cinefilm/2019-6-n )
( https://www.triplea.reviews.com/kr/@cinefilm/2019-6-n )
2019.06.15.일, 13:55, by @cinefilm

Congratulations @naha!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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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신이가 나하님과 겹쳐보입니다
오늘을 거름삼아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이겨나가면 대성하리라고 생각해요!!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응원 고맙습니다. ㅎㅎㅎ

오늘도 긴 리뷰 한달음에 끝까지 읽었네요. ^^

아핫,,,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똑순이의 연기는 그 당시 대단했죠.

연기 짱 잘했어요. ㅎㅎㅎ

김민희도 연기 갑이죠^^

연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영화 집중도가 끝내줍니다. ㅎㅎㅎ

저 엄마없는 하늘아래 보면서 펑펑 울었던 옛 기억이 떠오르네요..
추억 돋는다..
나하님 너무 상심마세요..

65세 시니어모델 김칠두 아저씨도 지금에서야 빛을 보잖아요..
다운로드.jpg

나하님 국내 최고 100살 작가 가즈아!~

어슴프레 봤던 것 같네요.
그런데 기억이 별로 안 납니다.

나하님 늘 그렇듯이 화이팅입니다.~~

토닥토닥... 괜찮아요. 분명 나중에 더 멋지게 빛나실거에요... 기운내셔서 화이팅입니다!!!

오싱은 책으로도 영화로도 진짜 너무 울면서 본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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