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날

in #kr8 years ago

오늘 전 연가를 신청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가야 했기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연가를 쓴거죠.
첫째는 태어나면서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3세까지 갑상선 호르몬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 후 1달 정도 약을 끊어 보고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여 약을 더 먹을지 아니면 약을 완전히 끊어도 될지 결정난다고 했습니다.
바로 오늘이 지난 3년간 먹은 약을 끊은지 1달이 지나 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는 날이었지요.
11시 45분에 진료를 예약했기에 9시까지는 병원에 도착해야 겠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혈액검사를 하는데 2시간 이상이 걸리기에 그렇게 계획했지요.
근데 늘 그렇듯 둥이들 채비를 하다보면 늦어져서 9시 반에 병원에 도착했지요.
아내와 둘째는 따로 데이트를 떠나고 전 첫째를 데리고 혈액검사실로 갔습니다.
아픈 사람은 왜 이렇게도 많은지 혈액검사실 앞은 인산인해입니다.
한참을 기다려 접수를 하고 혈액을 채취하는 창구 앞에서 기다리는 데 첫째가 무언가 깨달았는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네요.
꼭 안아주며 괜찮다고 하고는 주사기로 혈액채취하는 모습을 보려할 때는 눈을 가려주기도 했습니다.
앞 차례였던 또래의 여자아이가 혈액채취를 하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난동을 피웁니다.
결국 그 아이의 엄마는 포기하고 대기석으로 돌아와서 아이를 달랩니다.
우리 차례가 되어서 창구로 가서 앉았는데 혈액채취하는 분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안 있을 거 같은데요. 안 움직이게 꼭 잡아주세요."
라고 이야기합니다.
첫째를 안고 두 손으로 아이의 손목과 팔뚝 부분을 단단히 잡았습니다.
연신 "괜찮아. 괜찮아."라고 아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는데요, 어쩌면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사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가자 소리내어 울긴 했지만 크게 몸부림을 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사히 혈액채취가 가능했어요.
주사기를 뺀 곳에 알콜솜을 꼭 누르곤 우는 첫째를 달래며 대기석으로 가서 정말 용감하다며 과자를 하나 주었습니다.
이내 울음을 그치곤 씩 웃더니 과자봉지를 뜯어달래서 뜯어줬더니 냠냠 맛있게도 먹네요.
아까 아이의 적극적 몸부림으로 혈액채취를 못했던 엄마가 우리 쪽을 보더니 아이에게 뭐라고 이야기하곤 다시 혈액채취 창구로 가서 앉네요.
하지만 이내 아이의 아까보다 더한 몸부림에 다시 포기하고 맙니다.
그 모습을 보며 첫째에게 무한히 고마운 생각을 가집니다. 아 기특한 녀석!
지혈이 되자 알콜솜을 버리고 둘째와 따로 데이트 중이던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병원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만났습니다.
사실 그 편의점 맞은 편에 던킨도넛이 있어서 거길 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다 차서 그냥 편의점으로 온 거죠.
한가지만 고르라고 했더니 열심히 진열장을 뒤집니다.
첫째는 어떤 걸 고를지 선택하기 힘든지 연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는데요.
그때 둘째가 고래밥 2개를 집어듭니다.
하나만 골라야지 했더니 하나는 첫째 거라고 하면서 선택을 못 하고 있는 첫째에게 건네줍니다.
첫째도 만족하는지 웃길래 그걸 사서 편의점 안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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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아이 다 고래밥을 좋아하지요.
근데 고래밥을 먹다보면 양념이 손에 묻는데 그걸 무척 싫어해서 한봉지의 고래밥을 먹으며 물티슈 한 봉지를 손 닦느라 다 쓸 판이지요.
그래서 양해를 구해서 작은 프라스틱 스푼을 2개 받아서 줬더니 그걸로 낚시하듯 한 개씩 퍼서는 "고래", "오징어", "상어" 등 그 모양의 이름을 말하며 먹네요.
요구르트도 한 병 마시며 고래밥 한 봉지씩을 쓱싹 다 먹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먹성이 좋아 다행이라 생각하는 둥이들입니다.
아는 분들 아이들이 당최 밥이든 뭐든 안 먹으려 해서 큰일이다라고 하던데 우리 둥이는 너무 많이 먹어서 약간 걱정이기도 하지요.
과자를 다 먹고는 소아과를 가서 기다릴 생각으로 소아과로 이동했습니다.
소아과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미끄럼틀이 달린 정글짐같은 게 있어서 애들이 기다리며 놀기 좋거든요.
근데 소아과에 들어서니 정글짐이 있던 곳이 횅 합니다.
치워버렸더군요. 아뿔싸 앞으로 1시간은 넘게 남았는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소아과 접수대로 가서 간호사에게 첫째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기다리려고 했는데 첫째가 예약 접수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거에요.
분명 지난번 병원왔을 때 수납을 다 했는데 말이죠.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수납을 담당하는 행정원들이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 많아 실수들이 있다고 당일 진료에 대한 수납을 하며 예약 수납도 해야 하는데 예약 수납을 빼먹은 거 같다고 하네요.
모니터를 보니 첫째 이름이 입력되는데 진료시간이 오후 2시로 찍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서 정말 저 시간에 진료를 보는 거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고 지금 진료 받는 아이 다음으로 진료를 받게 될 거라고 이야기 해 주네요.
입력되는 시간에 신경 쓰지 말라고 웃으시길래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오히려 원래대로라면 11시 45분에 진료를 해야 하는데 1시간이나 전에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니 되려 그 행정원의 실수가 고마워질 상황이죠.
어제 포스팅한 거처럼 새옹지마의 상황이 벌어진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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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예기치 않은 순조로움으로 진료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모니터를 보던 의사 선생님(대학병원이라 교수님이라 하더군요.)이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라며 이제 약을 끊어도 되겠답니다!!
순간 안고 있던 둘째를 떨어트리고 박수를 칠 뻔 했어요.
약을 끊고 한달이 지나며 둘째와는 다르게 첫째는 낮잠을 자기도 하고 아침에 더 못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서 혹시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혹 다른 증상이 없었냐는 의사 선생님 물음에 둘째보다 잠을 못 이겨하는 부분을 말했더니 그러면 2주 뒤에 다시 검사 한번 더 해보고 그 때 완전히 결정내자고 합니다.
하지만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확연히 정상 범위라 아마 약을 다시 먹지는 않을 거 같다고 했지요.
2주 뒤에 다시 와야 하지만 여튼 기분좋게 병원 진료를 마칠 수 있었어요.(수납을 하려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둥이들이 한바탕 난동을 피운 건 비밀입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뒹구르는 쑈를 보였지요. 하아... 엄마 아빠 좀 살려주라.)
집으로 돌아와 둥이들이 하는 말이
"병원 재밌었어요!"
였어요. 세상에 분명 마지막에 그 난리를 펴 놓고는 말이죠. 아차 비밀이었죠! ^^;;;
어쨌든 그렇게 오늘 둥이와의 병원 나들이는 기분 좋은 소식과 함께 끝이 났습니다.
임신 중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아서 첫째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본인의 잘못이라며 늘 자책하던 아내의 마음이 홀가분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반일의 연가를 마치고 늦은 출근을 하는데 콧노래가 나더군요. ^^


거북토끼2.jpg

<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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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졌다니 다행이네요.
엄마가 얼마나 속 끓였을지 공감되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엄마 입장에선 모든 게 자기 탓인 거만 같아서 정말 많은 속 앓이를 했지요.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결과입니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너무 기뻐요 !! 2주 뒤에도 좋은 결과일거에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edwardcha888님 덕에 2주 뒤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습니다.^^

너무 반갑고 감사한 소식입니다
2주 뒤에도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어요!
병원에서 나뒹군 게...재미있었나봐요...
아차차 비밀! ^-^

앗 비밀을 ^^ 재미라기보다 뭔가 더이상 병원에 있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표명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좋아하는 마이쮸를 줬는데도 던져버리고 드러눕더군요.
진땀 빼면서 기다려 수납하고 겨우 나왔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분명 2주 후에도 좋은 결과 있을 거 같아요. ^^

다행입니다.
아쟈아쟈

감사합니다.
아쟈아쟈^^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둥이를 키우시는 지는 몰랐습니다^^

정말 다행인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딸둥이를 키우고 있지요. 정말 사랑스러운 그러나 때때로 미운 보석같은 아이들이죠. ㅎㅎ

아이가 좋아졌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 어린애 뽑을 피가 어딨다고 ㅠㅠ 아픈 아이들 보면 너무 안쓰러워요 ㅠㅠ
2주후에도 씩씩하게 검사받고 약 뚝!!! 끊길!!!

감사합니다.
정말 애가 아픈 것을 보면 너무 맘이 좋지 않아요.
아이들이 다 건강하게 커야 하는데 말이죠.
응원 덕에 2주 후에도 좋은 결과나와서 약을 완전히 끊게 될 거 같아요. ^^

2주 후에도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결과 나와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우리 애들은 고래밥 먹을때 손에 묻은게 맛있다고 자꾸 빨아먹어서 문제인데 반대도 문제네요^^;

하나 집어먹고 물티슈 찾고 하나 집어먹고 물티슈 찾고 그게 반복되는 거죠. 음... 손을 빠는 것과 물티슈를 찾는 것 다 문제긴 하죠.^^ 뭐 그걸 떠나서 검사 결과가 좋게 나와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 댓글 감사합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예요.
저도 아들 데리고 대학병원 들락거리던때가 있었답니다^^;;
고래밥..저희 아들도 손에 묻으니 먹다가 저한테 넣어주라고 해요..그러면서 제가 절반 먹네요 ㅋㅋ
둥이들 귀염지네요^^

감사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니다 보면 괜히 아이에게 미안해 지는 마음이 들어요.
부디 안 아프고 컸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고래밥 손에 묻는 건 싫어하는데요, 저나 아내에게 잘 주지는 않아요. 어떻게든 먹어내지요. ^^
참 귀여운 아이들 입니다. 가끔 난동만 피우지 않으면 말이죠. ^^;;;

걱정 많으셨겠는데 좋은 소식이 있어 다행입니다. 다음 진료 때에 더 확실하고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oom9님 바람처럼 2주 후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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